“글로벌 빅테크 고속성장 원인 M&A와 피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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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스타트업·TIPS “글로벌 빅테크 고속성장 원인 M&A와 피벗” 엑시트는 IPO 외 전략적 매각, 자산 유동화 등 다양한 형태 존재

기사입력2025-06-30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엑시트(EXIT)는 투자 회수가 아니라, 창업의 철학이고 성장의 마침표이자 또 다른 시작점입니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한국여성벤처협회와 벤처기업협회가 최근 공동 개최한 ‘벤처금융포럼’에서 ‘벤처기업 성장, EXIT 전략’이라는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국내 벤처생태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엑시트 전략이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벤처생태계가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려면, 혁신과 M&A 중심의 전략 전환이 절실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국내 벤처기업의 성장과정이 코스닥 상장 또는 대기업 인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지나치게 협소한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원장은 “한국에서 엑시트는 IPO밖에 없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IPO 외에도 M&A, 전략적 매각, 자산 유동화, 내부 인수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며, “기업의 성장 전략은 진입만큼이나 출구 설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자본시장의 전체 규모는 얼마=우리나라 자본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글로벌 시가총액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5년 6월 기준 한국의 상장기업 수는 총 2759개, 전체 시가총액은 약 2959조원에 불과하다. 이는 단일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NVIDIA)의 시가총액 약 5200조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유 원장은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메타 등 글로벌 시총 상위기업들은 대부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 기업”이라며, “반면 우리나라 시총 상위 10개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KB금융, LG화학 등 전통 산업 위주로 구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글로벌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국내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한국에는 세계가 인정할 혁신기업이 없는 셈”이라며, “이 구조가 유지된다면 ‘K-유니콘’이라는 단어도 곧 희화화될 수 있다”고 했다. 혁신의 부재가 결국 기업가치 성장 한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SI는 자금 제공자 아닌 성장 파트너=유 원장은 엑시트 전략에서 FI(재무적 투자자)와 SI(전략적 투자자)의 접근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설명했다.

FI는 수익 실현을 목적으로 기업가치 상승과 회수 시점에 주목하며, IPO(기업공개)나 M&A를 통한 투자금 회수(Exit)에 초점을 둔다. 벤처캐피탈, 엔젤투자자, 사모펀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SI는 본인의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우선시해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을 인수하거나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나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등이 그 사례다.

FI는 투자 후 회수(Exit)가 중심이지만, SI는 투자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함께 가는 동반자일 수 있다. 이는 스타트업에게 장기적인 안정성과 협업 기반을 제공할 수 있는 점에서 유리하다.

유 원장은 “FI는 기업의 빠른 성장성과 수익성에 민감한 반면, SI는 기술력·인력·시장 진출 기회 등 전략적 자산을 보고 투자한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자신의 성장 단계와 비즈니스 모델에 맞춰 어떤 투자자를 파트너로 삼을지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M&A와 피벗 문화가 빅테크 성장 열쇠=유 원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고속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이유로 M&A 전략과 ‘피벗(pivot)’ 문화를 꼽았다. 그는 “팀 쿡 애플 CEO는 일주일에 2~3개 스타트업을 인수한다”며, “기술력 보완이나 인재 확보는 물론, 미래 시장 진출을 위한 M&A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여성벤처협회와 벤처기업협회는 26일 ‘벤처금융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우리나라 기업들은 ‘자기 사업’에만 집중한 나머지, 전략적 인수합병이나 비즈니스 모델 전환에 소극적이라고 했다. 그는 “벤처기업은 민첩함이 생명인데, 정체된 성장 전략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 원장은 엑시트와 M&A가 활성화되면, 선순환 생태계도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고 했다. 좋은 엑시트 사례가 많아야 투자자들이 자금을 다시 스타트업에 넣을 수 있고, 성공한 창업자들이 엔젤투자자나 재창업가로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피벗문화는 시장 변화나 고객 반응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이나 전략을 과감하게 전환하는 기업 문화를 의미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를 학습 기회로 삼아 방향을 조정하는 것이다. 대표 사례로는 유튜브(데이팅 → 영상 공유), 인스타그램(위치 기반 → 사진 공유), 넷플릭스(DVD → 스트리밍) 등이 있다. 카카오 역시 게임 플랫폼에서 메신저 중심으로 피벗해 성공한 사례다. 유 원장은 피벗을 유니콘 기업의 성장 공통점으로 보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유 원장은 엑시트 전략을 단순한 ‘회수’가 아닌 ‘확장’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자는 늘 ‘어떻게 시작할까’보다 ‘어떻게 끝낼까’를 고민해야 한다”며 “엑시트는 그저 빠져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성장을 위한 유연한 재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와 민간 모두 엑시트 전략의 다변화와 정책적 유연성을 고민할 때”라며, “국내에서도 유니콘이 아닌 ‘디카콘(Decacorn)’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자본시장, 창업자, 투자자 모두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