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회 정부 함께 하는 ‘신기업가정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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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기업 사회 정부 함께 하는 ‘신기업가정신’ 필요 기술과 이윤을 넘어서 사회적 가치 증심으로 진화

기사입력2025-07-18 14: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김재구 명지대학교 교수는 8일 열린 ‘기업·사회·정부가 함께 만드는 기업가정신의 미래’ 토론회에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기업가정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금은 위기 대응이 아니라 생태계를 다시 설계할 시점입니다.”

김재구 명지대학교 교수는 신기업가정신협의회와 한국사회과학협의회가 최근 공동 개최한 ‘기업·사회·정부가 함께 만드는 기업가정신의 미래’ 토론회에서 ‘기업가 정신의 진화와 우리나라의 현실 진단’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기업가정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는 발표에서 “한국 사회는 자산·소득·교육 격차 심화, 지역소멸과 고령화, 청년 고립과 초저출산, 노동과 기술 변화가 겹친 가운데 사회계약 실패와 제도적 고착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존의 복지 확장이나 기술 혁신, CSR·ESG 강화 같은 선의의 접근만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는 과거 빠른 산업화와 디지털 혁신, 스타트업 붐을 통해 성장했지만, 여전히 정책 종속성이 강하고 창업 생태계의 자생력이 약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제는 위기를 임시 봉합하거나 기존 방식을 반복하는 것을 넘어서, 기업가정신을 사회 전반에 내재화한 새로운 생태계, 즉 ‘기업가형 사회’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기술 중심에서 사회가치 중심으로…기업가정신의 진화

과거의 창업 정신은 중소기업과 개인 사업가의 위험 감수와 혁신 성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1990년대 이후에는 기회인식(opportunity recognition) 개념이 부상했고, 2000년대에는 전략경영과의 통합, 지역 및 글로벌 맥락과 연계되며 발전했다. 2010년대에는 기술 혁신과 오픈이노베이션, 벤처캐피털, 플랫폼 경제가 중심이 되며 기업가정신이 확장됐다. 2020년대에 접어든 지금, 기업가정신은 기술·경제를 넘어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미국 뉴욕시의 ‘실리콘 앨리’ 프로젝트는 기업가적 환경이 어떻게 기업과 지역사회를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뉴욕시는 과거 실리콘밸리처럼 기술 중심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대신, 패션·미디어·핀테크·에듀테크 등 다양한 산업을 도시 중심부에 집적시키고, 공공조달을 혁신과 포용의 마중물 시장으로 활용했다. BID(비즈니스개선지구)라는 민간 주도 거버넌스를 통해 지역 상권, 문화, 커뮤니티가 결합한 다중 이해관계자 생태계를 조성했고, 공공조달을 통해 혁신 스타트업과 사회적 기업에 사전 계약, 세제 혜택, 우선권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뉴욕은 도시 문제 해결과 미래 산업 동시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김 교수는 뉴욕시의 사례는 혁신이 시장 성공으로만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 문제 해결과 사회적 가치 실현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며, 이 구조는 ‘기업-정부-사회’가 혁신의 사회가치 내재화 생태계, 즉 ‘기업가형 사회(Entrepreneurial Society)’를 논의하고 구상하는 데 강력한 벤치마킹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사회-정부가 함께 만드는 ‘신기업가정신’이 필요”

김 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의 기업가정신 유형을 ▲기회추구형(비공식 생계 창업) ▲혁신추진형(기술·자본 중심) ▲전략·생태계형(스타트업, 디지털 중심) ▲사명 내재형(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구분했다. 이 가운데 ‘전략·생태계형’ 기업가정신이 가장 뚜렷하게 발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제도는 존재하지만 관료주의와 민간 협업 부재 등으로 실효성이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적 가치와 기업의 사명이 결합된 ‘사명 내재형’ 기업가정신은 제도적 기반이 아직 미흡하며, 사회적 수용성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신기업가정신협의회와 한국사회과학협의회는 8일 ‘기업·사회·정부가 함께 만드는 기업가정신의 미래’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김 교수는 “기업가정신은 더 이상 기업만의 몫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설계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업, 사회, 정부가 공동으로 설계하는 ‘신기업가정신’을 제안했다. 신기업가정신은 복합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확장된 공공성과 다중 주체 협력의 체계화된 구현 방식으로서, 혁신을 경제 성장의 수단을 넘어 사회적 전환의 전략적 인프라로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혁신의 핵심에 통합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하고, 사회는 신뢰와 시민적 참여를 통해 기업가정신의 공공적 의미를 확장하며, 정부는 이들 상호작용이 지속가능하게 순환하고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을 설계하는 생태계 조정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업에 대해 “이제는 단기 수익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실패를 포용하는 전략적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부에는 “조정자이자 촉진자로서 민간이 주도하는 혁신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민사회 역시 기업가정신을 시민교육과 공공문화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했다.

덧붙여 “한국은 그동안 정부 주도의 정책 창업에 의존해왔다. 이제는 사회문제 해결과 이윤이 함께 가능하다는 믿음을 확산시켜야 한다”며, “기업가정신은 위기에 대응하는 수단을 넘어, 미래 사회를 함께 설계하는 공공적 실천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