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권리화…출원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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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브랜드 권리화…출원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브랜드 상표등록 ‘언제’부터 준비할까…브랜드 ‘육하원칙’①

기사입력2025-07-18 00:00

서유경 객원 기자 (artecolegal@artislawpro.com) ㅣ다른기사보기

법률사무소 아티스 서유경 대표변호사·변리사

브랜드는 제품과 서비스를 대표하는 ‘얼굴’이자, 기업이 소비자와 처음으로 만나는 접점입니다. 브랜드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일은 어느 기업에나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닙니다. 이름 하나를 정하는 데에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고, 정한 이름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 역시 필수적입니다.

많은 기업이 브랜드 권리화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나 적절한 타이밍에 대해서는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디자인적으로는 훌륭한 브랜드를 완성하고도 상표 출원 시기를 놓쳐 권리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시기의 판단 착오로 인해 예기치 못한 분쟁에 휘말리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다음은 브랜드 권리화 과정에서 타이밍과 사전 전략이 왜 중요한지를 가상의 기업 A사 사례를 통해 단계별로 살펴본 내용입니다(본 사례는 실제 기업이나 브랜드와 무관하며, 이해를 돕기 위한 케이스 스터디입니다).

‘브랜드’로 도약하려던 순간, 마주한 상표의 ‘벽’

소형가전 제조업체 A사. 기술자 출신의 김 대표는 20년 넘게 미니 온풍기, 무선 가습기 같은 생활가전을 만들어온 기술 중심의 기업을 운영해왔습니다. A사의 제품은 늘 OEM 방식으로 타사 브랜드를 달고 유통되었고, ‘브랜드’보다는 품질, 납기, 기술력에 집중하며 사업을 성장시켜왔습니다. 덕분에 주문은 끊이지 않았고, 직원 수는 30명을 넘겼습니다. 그렇게 A사는 묵묵히, 그러나 안정적으로 회사를 키워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김 대표가 은퇴하고, 그의 아들이 A사의 새로운 대표로 취임했습니다. 취임 첫날, 아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이제 우리 이름으로 제품을 만들 때가 온 것 같아요. 기술력은 이미 충분하잖아요. 여기에 감성만 더하면 브랜드로도 경쟁할 수 있습니다.”

기획도, 마케팅도, 브랜딩도 모두 처음이었지만, 그는 ‘브랜드’라는 이름 아래 회사를 새롭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젊은 대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를 정립하기 위해 디자인 전문회사에 브랜드 개발을 의뢰했습니다. 단순한 로고 디자인을 넘어, 무드보드 구성, 브랜드 콘셉트 기획, Z세대 타깃 선호도 조사까지 폭넓은 개발이 진행되었습니다. 업체는 대표의 취향과 소비자 반응을 반영해 세 가지 브랜드명을 제안했고, 최종 선택은 ‘블리지(BLIIZI)’였습니다.

‘블리지’는 산들바람처럼 경쾌한 리듬감과 감성적인 어감, 발음의 용이함까지 갖춘 이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블리한 하루, 블리지와 함께”라는 슬로건은 미니 온풍기, 무선 가습기, 공기청정기 등 A사의 제품군과 잘 어우러졌습니다.

이름이 정해지자 브랜드 심벌과 컬러 개발이 이어졌고, ‘상쾌하면서 따뜻한 느낌’을 살린 라이트 코랄 계열의 색상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완성했습니다. 브랜드 매뉴얼과 활용 가이드북도 함께 제작되었고, 대표는 결과물에 큰 만족을 느꼈습니다.

A사 대표는 곧바로 확정된 브랜드 이름과 디자인을 기반으로 특허법률사무소에 상표 출원을 의뢰했습니다. 사업화가 이미 진행 중임을 소명해 우선심사 결정도 받아냈습니다. 등록까지의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 확신한 그는 패키지 박스, 상세페이지, SNS 콘텐츠, 유튜브 영상까지 모든 마케팅 준비를 일사천리로 추진했습니다.

출원 후 약 6개월 만에 출원공고결정이 내려졌고, 모든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이의신청이 접수되었습니다.

▲출원공고결정=특허청이 상표출원에 대해 실체심사를 마친 결과, 등록을 거절할 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경우 그 내용을 2개월간 공고하는 절차입니다. 이 단계는 상표 등록 직전 단계로, 이의신청을 받을 수 있도록 제3자에게 공개하는 목적을 가집니다.

▲이의신청=출원공고된 상표에 대해 제3자가 “해당 상표는 등록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출하는 절차입니다. 공고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제기할 수 있으며, 심사관은 출원인의 답변서까지 함께 검토해 등록 여부를 다시 판단하게 됩니다.

이의신청을 제기한 쪽은 B 주식회사였습니다. 이 회사는 ‘브리-G(BREE-G)’라는 상표를 이미 서비스류에 등록한 상태였습니다. 반면 A사는 서비스류와는 구별되는 상품류의 지정상품을 특정해 출원한 것이었기 때문에, A사 입장에서는 양 상표가 명백히 다르고 문제될 것이 없다고 여겼습니다.

이 이미지는 가상의 사례를 설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생성된 예시이며, 실제 브랜드 또는 상표와는 무관합니다.

하지만 B사의 주장은 달랐습니다. ‘블리지(BLIIZI)’와 ‘브리-G(BREE-G)’는 발음이 유사하고, 제품과 서비스의 용도, 대상 소비자층(Z세대 포함)도 겹칠 수 있으며 그 결과, 소비자가 두 브랜드의 출처를 혼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즉, 단순한 상품·서비스류의 분류상 차이를 넘어, 실질적인 소비자 인식에 기반한 출처 혼동 가능성을 핵심 근거로 A사의 블리지가 상표등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입니다. 이제, A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상표 등록가능성 문제될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① 등록 결정을 받아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할까?

출원된 상표의 등록 가능성에 문제가 생기면, 많은 기업은 단순히 출원을 포기하기보다 법적 절차를 통해 권리를 지키려는 선택을 합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상표 하나에 제품 디자인, 패키지, 광고, 유통망 등 브랜드 구축을 위한 막대한 비용과 자원이 이미 투입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상표는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기업의 사업 방향성과 시장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핵심 자산입니다. 이런 상표를 포기하는 결정은 곧, 전체 브랜드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의신청 들어왔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이의신청서를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답변서를 제출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상표 등록을 원하는 경우, 답변서를 적극적으로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특허청은 이의신청서에 적힌 내용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반박이나 설명 없이 그대로 두면, 심사관이 일방적인 주장만 보고 등록을 거절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상표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변리사를 선임해 이의신청 내용을 정확히 분석하고, 그에 대한 논리적 반박을 담은 답변서를 제출하는 것이 상표 등록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적 대응입니다.

◇이의신청이 제기되면…심사도 다시, 시간도 다시=이의신청이 접수되면, 상표 출원은 다시 심사단계로 되돌아갑니다. 이 재심사에는 보통 1년 이상이 걸리며, 그동안 상표가 최종 등록될 수 있을지 확정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업은 몇 달 단위로 전략이 바뀌고, 제품 출시나 유통 시점, 마케팅 캠페인도 빠르게 전개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1년 넘게 ‘이 브랜드 이름을 계속 사용할 수 있을지’를 알 수 없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 전반에 불확실성이 생기고 큰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불복은 가능하지만, 끝이 아닐 수 있다=만약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상표 등록이 거절되면, 출원인은 거절결정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불복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의신청이 기각되어 상표가 등록되었다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이의를 제기했던 제3자가 등록 이후에도 상표 자체를 무효로 만들기 위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등록이 완료되었다 하더라도 법적 분쟁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기업은 이를 염두에 두고 지속적인 관리와 대응 전략을 마련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② 상표 등록을 포기하고 리브랜딩을 선택하는 경우

상표권 확보가 불투명해진 경우, 기업이 기존 브랜드의 상표 등록을 포기하고 새로운 브랜드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리는 사례도 존재합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전략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 현실적인 대안으로 고려됩니다.

예컨대, 브랜드 개발 초기단계에서 선행상표 검색이나 유사군 분석 등 상표의 등록 가능성에 대한 사전 검토가 부족했던 경우, 출원 후 이의신청이 제기되거나 심사단계에서 등록 거절 사유가 발견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법적 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대응 과정에서 시간·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 기업은 심판이나 소송을 통한 권리 확보 대신, 브랜드 변경 또는 리브랜딩(rebranding) 전략을 채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업화 초기단계라면, 기존 브랜드에 투입된 비용을 매몰비용(sunk cost) 으로 평가하고, 조기에 리브랜딩을 단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같은 결정에는 상당한 비용과 리스크가 따릅니다. 기존 브랜드의 디자인 개발, 포장 제작, 광고 콘텐츠, 마케팅 캠페인 등에 투입된 자원은 대체로 회수가 어려우며, 이는 회계학·경제학에서 말하는 매몰비용으로 분류됩니다. 또한 새로운 브랜드를 기획하고 시장에 다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마케팅 투자와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며, 이 과정에서 브랜드 전환에 따른 소비자 혼란, 기존 이미지와의 단절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브랜딩은 예상되는 장기 분쟁과 브랜드 침해 위험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어적 전략이자, 필요에 따라 더 효과적인 브랜드 포지셔닝을 시도할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결국 기업이 리브랜딩을 선택하는 것은 단순한 후퇴나 포기가 아니라, 법적 리스크·비용·시장 반응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적 경영 판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브랜드 권리화…‘출원’보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이제 다시 A사의 사례로 돌아가 봅시다. 브랜드의 기획·디자인·개발에 집중한 A사는 권리화는 마지막 단계에서야 시도했고, ‘블리지’라는 이름으로 사업화를 추진하던 중 예상치 못한 이의신청에 직면했습니다. 이제 A사는 경영상 판단에 따라 법적 절차에 대응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거시적으로 보면, 브랜드 권리화는 기획·디자인·개발과 병행되어야 했습니다. 디자인 전문회사는 ‘만드는 일’에는 능하지만, 법적 보호까지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초기 시안과 네이밍 방향 설정 단계부터 변리사 등 법률 전문가와의 교차 검토가 필요합니다.

또한 사업화 직전이나 직후 무작정 출원하기보다는, 단계별로 상표 검색과 분석을 병행하고, 상표 전문기관의 선행상표조사 리포트를 토대로 브랜드명을 확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는 특허법률사무소 등에서 제공하는 예방 중심의 법률서비스로, 초기단계에서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비용이기도 합니다.

브랜드는 기획단계부터 법적 리스크를 고려해 준비되어야 하며, 특히 중소기업이라면 브랜드 네이밍과 권리화 시점을 명확히 구분하고 전략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브랜드 권리화는 단순히 출원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시작하느냐, 어떤 시점에 무엇을 점검하느냐가 핵심입니다. 네이밍 이전부터 등록 이후까지의 전 과정은 디자인과 마케팅뿐만 아니라, 법률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적 절차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이어 브랜드 기획, 후보 설정, 네이밍 확정, 출원, 심사, 등록까지의 단계별로 권리화 타이밍 체크리스트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서유경 법률사무소 아티스 대표변호사·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