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인가제·이용자 보호장치 필수”

프린트

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스테이블코인 “인가제·이용자 보호장치 필수” 1:1 담보, 발행인 요건, 외환거래·자금세탁 규제 연계 등 필요

기사입력2025-07-24 11: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데, 법제화의 핵심은 인가 기반의 발행 관리, 1:1 담보 기반의 가치 안정성 확보, 이용자 보호체계 정비 그리고 자금세탁 및 외환거래 규제와의 연계라는 주장이 나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더불어민주당 김현정·안도걸 의원과 자본시장연구원이 23일 개최한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이렇게 제안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필요성은 충분히 입증됐으며, 국내에서의 법제화는 발행인 자격 요건, 준비자산 요건, 이용자 보호조치 등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정교한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확산·규제=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주요 국가들은 자국 및 외국 통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이달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GeniUS Act’를 통해 연방 차원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독립된 금융제도로 공식 인정했다. 이는 발행 요건, 준비금 규제, 소비자 보호, 감독 권한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입법구조다.

EU는 ‘MiCA’ 체계를 통해 유럽 전역에서 유통 가능한 스테이블코인 기준을 마련했고, 일본은 2023년 개정된 ‘자금결제법’을 통해 은행·신용금고 중심의 발행 허용과 이용자 보호 원칙을 제도화했다. 홍콩, 싱가포르, 영국도 각국의 금융 생태계에 맞춘 가이드라인을 속속 내놓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현재 2500억 달러 규모인 시장이 3년 내 2조 달러까지 10배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일평균 거래대금이 지난해 7월 1800억원에서 올해 4월 3000억원으로 67% 증가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제도 미비…통화주권 위협 우려=우리나라의 경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과 규제 체계가 부재한 상태다. 이는 디지털 경제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물론, 통화주권과 경제주권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결제와 송금, 국경 간 거래, 토큰증권, 통화정책 등 금융 전반에 스테이블코인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제도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대한민국을 디지털 자산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다.

황 연구위원은 국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위해 발행 및 유통 주체에 대한 명확한 책임 규율을 마련하고, 사용자 보호와 금융안정성 확보를 위한 장치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가제 기반 발행, 건전성 규율=황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등록제’가 아닌 ‘인가제’이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발행 주체가 적절한 자격을 갖추고 금융당국의 심사를 거쳐 인가를 받는 방식으로, 가치 안정성과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설명이다.

특히, 현재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제시한 5억~10억원 수준의 자본금 요건은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하며, “최소 5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자화폐업자(50억),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자(20억)의 현행 전자금융거래법 기준과 비교해도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발행 주체는 은행뿐만 아니라 금융투자회사, 핀테크 기업 등으로 확대하되, BIS 비율(BIS 자기자본비율) 등 건전성 기준을 적용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스테이블코인의 가치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1:1 이상 준비자산을 의무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준비자산은 현금, 예금 또는 고유동성 자산으로 구성하고 외부에 분리 보관하며, 해당 자산에 대해 이용자에게 우선변제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법제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안도걸 의원과 자본시장연구원은 23일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백서·공시 등 이용자 보호장치 필요=시장 투명성을 확보하고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스테이블코인 백서 제출 및 공시 의무화 ▲상환 청구권 보장 ▲손해배상 책임 부과 ▲스테이블코인이 지급결제 이외의 목적으로 통화를 대체하는 효과를 제한하기 위한 이자 지급 금지 등의 조치를 제안했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명확한 규제가 필요하다. 황 연구위원은 해외 발행 주체가 자국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은 경우에만 국내 유통을 허용하고, 국내 유통 전 사전 신고 및 승인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제화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황 연구위원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및 외환거래법 개정이 필수라고 했다. 특금법 개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자를 특금법상 금융회사로 포함시켜 자금세탁 방지 및 고객 확인 의무를 부여하는 장치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또, USD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외화자산으로 간주하고, 원화 기반 코인은 내국통화로 분류하는 등 자산 분류 역시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황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 법 하나만으로는 자금세탁, 외환 규제, 소비자 보호 등 다양한 이슈를 포괄할 수 없다”며, “법제화와 함께 관련 제도의 정비, 감독 시스템 구축, 후속 입법이 종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