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MBK가 ‘먹튀 사모펀드’ 낙인 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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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홈플러스…MBK가 ‘먹튀 사모펀드’ 낙인 피하려면” 책임·자구노력 외면하면, 사모펀드 산업 불신으로 확산될 우려

기사입력2025-08-04 10:3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지 5개월째. ‘회생이냐, 먹튀냐’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MBK파트너스가 회생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실질적인 자구노력과 사회적 책임 이행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주선 법무법인 대율 대표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최근 개최한 ‘MBK의 진심,홈플러스, 회생일까 먹튀일까’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홈플러스의 위기가 MBK파트너스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회생절차를 앞세운 회피가 아니라, MBK의 책임 있는 자구노력”이라고 지적했다.

◇“차입 인수…홈플러스에 재무부담 전가”=홈플러스 사태는 2025년 3월 4일, 홈플러스가 서울회생법원에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본격화됐다. 2015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지 10년 만의 일이다.

백 변호사에 따르면,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7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 중 4조3000억원(약 60%)을 외부 차입으로 조달했고, 이는 대부분 홈플러스의 자산을 담보로 이뤄졌다. 인수 주체인 MBK는 실질적으로 자금을 거의 쓰지 않고 홈플러스가 자산과 미래 현금흐름으로 자신의 인수 비용을 떠안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후 홈플러스의 재무구조는 급격히 악화됐다. 자본총액은 2015년 2조2958억원에서 2024년 2월 2653억원으로 88.4% 줄었고, 2023년에는 –26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총차입금은 5조5000억원을 넘겼고 부채비율은 1408%에 달했다.

◇자산 매각으로 버틴 10년…경쟁력 약화=MBK는 홈플러스 인수 이후 자산 매각에 집중했다. 약 4조원에 달하는 점포와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재임대(S&LB) 방식으로 처분해 차입금을 상환했다. 그러나 이는 홈플러스의 수익 기반을 무너뜨렸다는 지적이다. 수익성 높은 A급 점포까지 매각되며 점포당 매출과 집객력이 하락했고, 고정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구조로 악화됐다.

매각과 구조조정 여파는 지역사회에도 상처를 남겼다. 점포 수는 2015년 141개에서 2025년 현재 126개로 감소했는데, 이는 10년간 10.6%의 점포가 사라진 셈이다. 직접고용 인력은 같은 기간 약 2만5000명에서 1만9500명으로 줄었다. 이로 인해 지역상권 침체, 소비자 불안, 입점상인 폐업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인천의 경우 11개 매장 중 5곳이 폐점 대상으로 알려지며 시민단체가 공동대책위를 꾸리기도 했다.

◇‘투명한 매각’과 ‘고용 보장’이 관건인데=홈플러스는 3월 4일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같은 날 오전 법원이 회생 개시를 결정했다. 현 대표가 관리인으로서 경영을 지속하며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채널 모두 정상 영업을 유지하고 있다.

회생 과정에서 핵심은 매각이다. MBK는 자신들이 보유한 2조5000억원 상당의 보통주 전량을 무상소각하고, 신규 투자자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의 통매각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조건부 인수계약 체결 뒤 공개입찰을 진행하고 있으나, 유력 인수자는 가시화되지 않았다. 스토킹호스는 미리 예비 인수자와 계약한 뒤 이를 기준으로 더 나은 조건의 입찰자가 나타나면 선택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 계약 방식이다.

노동조합은 쪼개기 매각이나 또 다른 사모펀드 매각을 통한 ‘먹튀’를 우려하며, 통매각·고용 보장·노조 참여·협력업체 보호 등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1일 ‘MBK의 진심, 홈플러스, 회생일까 먹튀일까’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MBK, 회생 원한다면 행동으로 보여야”=백 변호사는 회생 절차가 단순한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면, MBK파트너스가 경영 실패의 책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에 대한 분명한 반성과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MBK가 단순히 보유 지분을 무상소각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사모펀드 차원에서 실질적인 자금 투입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진의 사재 출연은 물론, 펀드 자금을 회생 재원으로 투입해 기업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의지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홈플러스가 회생을 넘어 장기적으로 존속 가능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점포 축소와 같은 구조조정 중심 전략을 지양하고, 온라인 유통 확대, 고객 서비스 개선, 물류 시스템 고도화 등 미래 지향적인 경영전략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이해관계자들과의 신뢰 회복도 중요한 과제로 지목됐다. 백 변호사는 노동조합,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과 상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회생 과정 전반에 걸쳐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투명하고 개방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홈플러스가 단순한 민간기업이 아닌 사회적 인프라라는 점에서, MBK는 공공적 책무를 인식하고 이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향후 회생 과정에서 정부의 관리·감독 또는 공적 자금 투입이 필요할 경우, 이를 열린 자세로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백 변호사는 “지금은 MBK가 단기 수익이나 투자금 회수가 아니라, 고용 보장과 사회적 책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때”라며,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MBK는 ‘먹튀 사모펀드’라는 낙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이는 한국 사모펀드 산업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