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자정책에 AI 인재유출…유치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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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미 비자정책에 AI 인재유출…유치경쟁 본격화 “국내 연구 역량 강화의 기회로 활용해야”

기사입력2025-09-18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정책 강화가 AI인재 유출로 연결되면서, 연구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전세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펴낸 ‘트럼프 2기 행정부 AI·디지털 정책 동향 분석(5~8월)’ 보고서는 “AI 패권 경쟁을 강조하면서도 AI 개발에 필수적인 외국인 고급 인력의 미국 유입과 정착을 제약하는 정책적 모순으로 미국의 장기적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학생 및 연구자에 대한 비자 심사를 대폭 강화함에 따라 AI 등 첨단 기술 분야의 인재 유출이 이미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반이민 정책으로 인한 공백을 캐나다, 영국, 싱가포르 등 경쟁국들이 적극적인 인재 유치 정책으로 활용하면서 글로벌 인재 흐름의 방향이 변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미국의 비자정책 강화에 따라 모든 학생·연구 교류 비자 신청이 약 한 달간 중단된 후 재개됐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정규 학업용인 F-1 비자를 비롯해 M·J 비자 신청자들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정치적 성향 검증이라는 전례 없는 심사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지타운대 헬렌 토너 연구원은 최고 인재 유입 방해가 중국 AI 우위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하며, 2023년 분석에 따르면 미국 최고 AI 기업 중 3분의 2는 이민자가 설립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과 비자 제도 강화로 인해 미국의 인재 유치력이 약화되면서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핵심 역량 상실 위험이 증대”되고 있으며, “미국의 반이민 정책으로 인한 공백을 캐나다, 영국, 싱가포르 등 경쟁국들이 적극적인 인재 유치 정책으로 활용하면서 글로벌 인재 흐름의 방향이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아시아 주요 국가들, 연구인재 유치 경쟁 나서

비자 정책 강화뿐만 아니라 연구비 축소 등이 겹치면서 미국으로 집중되던 과학기술 인재의 이탈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유럽 및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미국 기반 연구자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영국 정부는 5000만파운드 규모의 국제 연구 인재 유치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을 떠나는 과학자들의 영입을 준비 중이다. 영국 왕립학회와 왕립공학회는 10년 장기 자금 지원과 최대 400만파운드 규모의 연구비 지원 프로젝트를 신설하기로 하는 등 양자컴퓨팅과 박테리아 내성 등 첨단 분야 연구자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캐나다는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한 캐나다 리드 100 챌린지를 발표했으며, 노르웨이와 프랑스도 기후·건강·AI 분야의 미국 과학자 유치를 위한 유사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홍콩과학기술대와 도쿄대 등 아시아 주요 대학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하버드 유학생 등록 금지 조치로 영향받은 학생들을 적극 유치하며, 글로벌 인재 확보의 예상치 못한 기회로 활용 중이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세계 과학자 유치를 위한 5억7500만 달러 규모의 펀드를 제안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억1500만 달러를 투입해 외국 연구자들의 프랑스 이주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으며,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학교는 하버드·예일·프린스턴·컬럼비아·스탠포드 연구자들로부터 3주 만에 300건의 지원서를 받는 등 미국 아이비리그 과학자들의 유럽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도 비자 정책 강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아마존이 세계 최대 사무실을 시애틀이 아닌 인도 하이데라바드에 설립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이민법의 복잡성을 회피하고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 거점을 확대하는 추세다.

보고서는 이같은 추세를 “국내 연구 역량 강화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유럽, 중국 등 주요국에 비해 한국의 차별화된 강점을 극대화한 인재 유치 전략을 수립하고 경쟁력 확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연구 환경 악화나 정치적 압력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수 연구자들이 국내로 돌아올 수 있도록 비자, 연구비, 생활 지원 등에 대한 구체적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연구의 독립성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홍보해 글로벌 연구자들의 신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미국에서 기초과학, 기후과학, 감염병 연구 지원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을 기회로 삼아, 우수 연구자들을 단기 유입시킨 후 장기 정착을 지원하는 단계적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