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인구위기…사람 없는 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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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저출산·고령화 인구위기…사람 없는 중소기업 청년이 외면한다…임금·복지 격차 해소가 관건

기사입력2025-09-30 14: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사람이 없다.” 중소기업 현장을 취재하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하소연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완화를 통한 내일채움공제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들여다보면 그 말이 과장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인구감소와 고령화라는 위기 앞에 서 있다. 그런데도 중소기업의 빈 일자리는 되레 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용직 빈 일자리는 2019년 14만8000개에서 2024년 16만3000개로 증가했다. 자영업 폐업률이 높아 시장에서는 일자리가 남아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중소기업에서는 채울 사람이 없는 기형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청년층의 인식도 문제다. 2019년 5.0%였던 청년들의 중소기업 선호도는 2023년 3.6%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벤처기업에 대한 선호도도 사실상 제자리였다. 그 결과 중소기업의 이직률은 2024년 5.4%로 대기업(3.6%)을 웃돌았다. “좋은 일자리”를 찾는 청년과 “사람이 절실한” 중소기업 사이의 간극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 간극의 핵심은 임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대기업의 61% 수준에 불과하다. 종사자 수가 적을수록 격차는 더 커져, 1~9인 기업은 대기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연령별로 보더라도 문제는 심각하다. 20대 초반에는 임금 비중이 65% 수준이지만, 40대 중반에는 50% 이하, 50대 초반에는 42%까지 내려앉는다. 오래 근속한다고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근속 1~3년 구간에서 오히려 격차가 확대되는 현실은 젊은 인재들에게 ‘머물 이유’를 주지 못한다.

정부가 내놓은 해법 중 하나가 바로 ‘내일채움공제’다.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적립한 금액을 장기근속 시 목돈으로 돌려주는 제도다. 실제 성과도 확인됐다. 공제에 가입한 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미가입자의 2.7배에 달했고, 1인당 매출과 수익성 역시 유의미하게 높았다(중소벤처기업연구원, 2025). 그러나 제도의 한계도 분명하다. 청년 대상 공제상품은 2023년 모두 종료됐고, 현재 운영 중인 제도는 소기업·비수도권 중심으로 쏠려 있다. “효과가 일부에만 국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정부도 손 놓고 있지는 않다. 최근에는 전문인력 내일채움공제, 상생형 내일채움공제 등 다양한 개편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 근로자의 공제금을 지원할 경우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은 눈여겨볼 만하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단순히 공제금 몇 백만 원으로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장기 근속을 선택할 수 있을까? 임금과 복지에서 체감할 만한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한, 이는 근본 처방이 아니라 임시방편일 수 있다.

인구구조 변화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력난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다. 그 속에서 중소기업은 생존을 위해 ‘사람’을 붙잡아야 한다. 단순히 채용 공고를 내고 지원자를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젊은 인재들이 “이곳에서 오래 일하고 싶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임금, 복지, 경력 개발, 주거 여건까지 종합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좋은 사람은 대기업으로 다 간다”는 자조가 익숙한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체념할 수는 없다. 사람 없는 중소기업에는 미래도 없다. 인구위기의 파고 앞에서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람을 지키고 키워내는 전략이 절실하다. 결국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기술도, 자본도 아닌 ‘사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