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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 작고 빳빳한 종이표에 담긴 ‘연결의 미학’
우표와 떠나는 추억과 역사 기행…세계우표전시회 필라코리아 2025
- 기사입력2025-09-20 08:36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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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는 누군가의 얼굴이다
우표는 발신자를 대변하는 얼굴이자, 마음이다. ©중기이코노미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의 아련함을.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청춘의 뜨거운 열정을.어떤 이에게는 역사의 증표이자, 색다른 문화가 담긴 창구로.이처럼 ‘우표’는 보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여운과 이미지를 전달해 준다. 140mm, 90mm 크기의 네모반듯한 자그마한 사이즈 안에 엄청나게 많은 수수께끼와 예술적 가치가 함축돼 있기 때문이다.오는 21일까지 5일간 서울시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우정사업본부 주최로 열리는 세계우표전시회 필라코리아(PHILA KOREA) 2025의 주제는 ‘CONNECT-서로의 이야기로, 함께 연결되는 미래’다.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다한 우표는 일상과 예술을, 문화와 문화를, 시대와 정신을, 미래를 위한 책임을, 마음과 마음을 묶는 연결고리다.그만큼, 우표는 전 세계 우취문화는 물론, 각 세대가 안고 있는 시대적 담론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이에, 중기이코노미가 11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우표전시회 현장을 찾았다.우표 한 장에 담긴 시대정신, 역사적 가치
근대우정 141주년과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 발행 141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전시한 141장의 우표엽서와 월간지 우표를 관람객이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일제 강점기 집배원 모습(사진 왼쪽)과 1946년 5월1일 발매된 ‘조선해방 기념우표’
조선말기 우편배달부 모습(사진 왼쪽)과 대한제국기 우전부와 전전부
우정총국 책임자였던 홍영식을 본뜬 기념 우편 ©중기이코노미우리나라는 언제 처음으로 우표를 사용했을까? 한국 최초의 우표는 1884년 11월18일(음력 10월1일) 우정총국이 업무를 시작하면서 탄생했다. 이름은 후대 수집가들에 의해 ‘문위우표’라 불렸는데, 이는 당시 화폐 단위인 ‘문(文)’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우편 제도를 도입해 운영했던 우정총국은 갑신정변으로 인해 중단됐다. 이후, 1949년 정부조직법 제정과 함께 우체국으로 명칭이 변경돼 오늘에 이르렀다.K-우표, 폼 미쳤네…‘Connect with ART’
우표 디자이너의 대표 작품과 K-푸드를 담아낸 우표. 아래 사진은 영조대왕이 입었던 도포 ©중기이코노미K-문화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테마관도 열렸다. 우리나라 예술의 근간을 이끌어온 대표 아티스트를 필두로, K-푸드, K-컬처, 한국의 전통꽃·동물을 비롯해 수교 기념우표 등 한국의 얼굴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테마관 관계자는 “바느질 장인을 가리키는 침선장의 기술이 함축된 영조대왕이 실제 입었던 도포가 전시돼 있다”며, “여기서 발전해 현대로 넘어오면서 다양한 주제의 예술을 우표에 담아냈다. 특별히 이곳에서는 6명의 우표 디자이너와 그들의 대표 우표 디자인을 관람할 수 있다”며 환히 웃었다.소통의 도구→예술적 가치→마음을 보듬어 주는 ‘온기’
관람객이 한국, 영국, 독일, 몽골 등 다양한 나라의 우표를 구경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나만의 우표, 나를 가장 잘 보여주는 우표
관람객들이 그래피티 X 부스와 우표낙서 부스에서 자신만의 우표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비영리기관 온기를 찾은 관람객이 편지를 전달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우표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이 평범한 이야기는 특별한 추억으로 변신한다.이번 전시회에는 전 세계 65개국에서 출품한 20만장에 달하는 우수 우표 작품을 볼 수 있다. 남녀노소, 내·외국인 구별 없이 출품했는데,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표 스토리로 관람객을 몰입하게 만들었다.이와 함께, 이번 우표 전시회에는 ‘그래피티 X-우표 공동작업실’, ‘우표낙서’, ‘우표기부처-온기우편함’ 등 우표를 활용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그래피티 X(디지털관) 부스 관계자는 “벽화느낌, 크레파스, 빈센트 반 고흐 화풍 등 다양한 그림체가 나온다. 그곳에 그림을 그리면 AI가 재빠르게 인식해 스캔한 후, 색깔을 입혀 해당 화풍에 맞는 그림으로 전환해 준다”며, “QR 코드에 스캔하면 다운로드도 받을 수 있어 포토티켓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나이를 불문하고 이 부스를 찾는데, 특히 어르신들은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었다’며 신기해하면서도 재미있어 한다고 후일담을 전했다.‘우표기부처-온기우편함’은 편지의 기본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최첨단 기술로는 전하지 못하는 감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 감성은 현대인에게 위로의 온기가 되기도 한다.비영리기관 온기 관계자는 “자기의 고민을 편지지에 적은 후, 편지를 보내면 전국의 온기 우체부 자원봉사자들이 정성스럽게 답장을 쓴 뒤, 4~6주 후에 발신자에게 전달된다. 특히, 자원봉사자 각자의 삶과 경험에 빗대어 편지를 쓰기 때문에 위로와 감동이 된다”며 흐뭇해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