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1만5천원 아닌 영화티켓…할인이란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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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애초 1만5천원 아닌 영화티켓…할인이란 착각 ‘4천원 할인’ 실제 아니었다?…SKT·KT 표시광고법 위반혐의 신고

기사입력2025-09-23 13:30

김주호 객원 기자 (dream@pspd.org) ㅣ다른기사보기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팀장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성대한 막이 올랐다. 개막작으로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비록 국내에서 제작하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제작·방영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최초로 3억 뷰를 돌파하며 K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런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영어 영화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헤어질 결심’ 등 K 콘텐츠의 선두주자로 굳건히 자리를 지켰던 한국영화계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위기에 놓였다. 2025년도가 불과 100일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직도 ‘천만영화’가 단 한편도 나오지 않았다.

영화인들은 국내 영화산업이 거의 붕괴되었다고 말한다. 한국영화계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애초 1만5천원이 아닌 티켓, 할인이라는 착각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지난 16일 SK텔레콤과 KT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SK텔레콤과 KT가 영화관으로부터 영화티켓을 사들여 이통사 고객들에게 재판매하는 과정에서 할인이 아닌데도 마치 할인인 것처럼 고객을 속이고 거짓과장된 표시·광고행위를 한다는 이유였다.

확인 결과, SK텔레콤의 경우 주말 기준 1만5천원인 영화티켓을 SK텔레콤 일반회원들에게 1만1천원에 팔면서 4천원을 할인해주는 것처럼 광고를 하지만 정작 고객에게는 7천원 짜리 영수증을 제공하고 있었다. 즉 이통사는 이 영화티켓을 1만1천원에 팔지만 영화관은 고객이 받은 영수증에 적힌 7천원을 기준으로 통합전산망에 등록을 하고, 이 7천원을 기준으로 영화진흥기금과 부가세, 영화관과 배급사․제작사·투자사에 지급할 정산대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사실상 7천원에 이 티켓을 사들인 셈이다. SK텔레콤이 1만5천원 짜리 티켓을 4천원 할인해 판매하는 것처럼 했지만 실제로는 애초에 정가가 1만5천원도 아니어서 4천원을 할인해주는 것도 아니고 되려 7천원에 정산을 해주며 4천원을 남기고 있었던 셈이다.

KT는 SK텔레콤과 달리 영화티켓을 대량구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일하게 4천원을 할인해주는 것처럼 광고를 하면서 KT 고객에게 1만1천원에 팔고, 실제 영화관에 얼마를 정확하게 정산하는지 알기는 어렵지만 고객에게는 1만500원짜리 영수증을 제공하고 있었다. 500원의 행방도 문제지만 애초에 정가가 1만5천원이 아닌 영화티켓을 마치 1만5천원인 것처럼 표시하고 4천원을 할인해주는 것 같은 기만적인 표시·광고 행위는 동일했다. 실제 얼마를 영화관에 정산해주는지는 공정위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과제다.

이를 통해 SK텔레콤과 KT의 일반회원들은 애초에 1만5천원이 아닌 티켓을 4천원 할인 받아 1만1천원에 사는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되었고, 월 통신요금이 조금 비싸더라도 이통사들로부터 엄청난 멤버십 혜택을 받으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 같은 위안(?)을 받게 되었다.

영업비밀이라 공개는 어렵지만…믿어주세요?

이제는 영화관의 일방적이고 불투명한 할인마케팅 집행과 불공정한 정산에 대해 바로 잡을 때가 되었다.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그러자 SK텔레콤과 KT는 영화관이 제시한 금액에 따라 계약을 맺었을 뿐이고, 영화티켓을 통해 이익을 남기고 있지 않다는 반박입장을 냈다. 사실 이러한 이통사들의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큰 주목을 받았었다. 이통사들은 일반회원으로부터 남긴 4천원을 VIP 회원들에게 월 1회 무료 또는 1+1 혜택을 제공하면서 쓰기 때문에 남는 것이 없다는 입장을 줄곧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통사와 영화관의 할인마케팅 계약에 따라 정산을 받아야 하는 배급사와 제작사들이 그 내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해달라고 요구하자, 이통사도 영화관도 영업비밀이라 공개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심지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통3사와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영화관 3사간 계약상 비밀의 원칙 때문에 공개할 경우 상호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협박도 일삼았다. 그래서 상호간 계약 내용을 비밀리에 배급사와 제작사 측만 각각 따로 확인할 수 있도록 법적인 책임을 서로 묻지 않겠다는데 합의하자고도 요구했지만 그것도 어렵다고 버텼다.

입장 바꿔서 ‘영화’라는 상품을 제작하여 납품하는 제작사와 배급사 입장에서 정산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했으니 이에 대한 자료를 달라는데, 영업비밀이라 공개는 못 하지만 안 남는다고 하면, 그냥 믿고 넘어가면 되는 문제인가? 100번 양보해서 일반회원에게 돈을 남겨서 VIP 회원들에게 제공하여 돈이 안 남는다고 치자. 그러면 SK텔레콤과 KT는 정말로 이 과정에서 이득을 본 게 없나.

만약 이동통신사들이 본인들의 멤버십 고객을 위해 할인혜택을 제공한다면 당연히 당사의 마케팅의 필요에 따라 진행하는만큼 할인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을 일부라도 분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통사들은 영화관이 제안한 금액에 따라 계약했을 뿐이라고 하지만 전국민이 가입되어 있는 이동통신 3사의 힘의 우위를 감안하면 그 말을 온전히 믿기는 어렵다. 실제로 통신요금 인하를 요구해온 소비자 시민단체들이 이용률도 높지 않은 이통사 멤버십 할인을 줄이고 그만큼 부풀려진 명목 통신비를 낮추자고 요구해온 것만 봐도 영화티켓 멤버십 할인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통사들의 높은 통신요금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애초에 정가보다 표면가격을 부풀리고 할인을 해주는 것처럼 하는 파는 것 자체가 소비자 기만이다.

할인마케팅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통사도 문제지만 사실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영화관 3사의 책임도 크다. 영화관 입장에서야 관객수가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통사가 부담해야 할 할인마케팅 비용까지 모두 떠안더라도 ‘박리다매’로 티켓을 더 판매하는 게 낫지 않냐고 항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할인마케팅 비용을 얼마에 분담하기로 했는지, 정산이 왜 이만큼 밖에 안되는지 사전에 제대로 설명을 하든지, 사후에라도 그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영화관 입장에서야 영화티켓을 싸게 팔더라도 관객이 들어오면 팝콘·음료 판매나 부대시설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영화를 기획제작해 공급하는 제작사나 배급사 입장에서는 영화관에서 일방적으로 정산해주는 정산대금이 거의 유일한 수입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를 거치며 영화관들이 일방적으로 30% 넘게 인상한 영화티켓 가격이 관람객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영화계 자체가 초토화 위기다. 사실 이 사태의 주범은 영화관 3사, 특히 CGV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할인마케팅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는 유통업계의 오랜 숙제다. 많은 분쟁 끝에 대규모유통업법에서는 대형마트 등이 판매촉진비용을 납품업자에게 부당하게 전가시키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가맹사업법에서는 가맹점주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광고판촉 행사를 가맹본사가 진행하고자 할 때는 심지어 점주에게 사전동의를 받도록 못 박고 있다.

영화업계의 경우 ‘영화’의 특성상 단순한 상품보다는 예술작품으로 생각하는 업계의 경향성, 문체부와 공정위 간 제재권한의 모호함 등으로 인해 할인마케팅비 분담에 대한 논의가 크게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영화관의 일방적이고 불투명한 할인마케팅 집행과 불공정한 정산에 대해 바로 잡을 때가 되었다. 영화관이 제작사와 배급사에 지급해야 할 정산금에 영향을 미치는 할인마케팅을 진행할 경우에는 배급사와 제작사에 사전동의를 받도록 하고, 그 할인마케팅 내역을 구체적으로 통지하도록 영비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이미 늦었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관객과 제작편수 감소로 영화계가 침체에 접어들자 투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이제와 정산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한다고 하더라도 투자나 제작이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것이다. 새로운 영화 제작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공공 차원의 투자확대도 필수다. 그러나 그 전에 불공정한 정산구조와 영화진흥기금 탈루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르지 않다. 소를 잃었다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면, 더는 소를 키울 수 없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