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층위 ‘피부’와 보이지 않는 ‘서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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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기억의 층위 ‘피부’와 보이지 않는 ‘서사’의 힘 이강승 & 캔디스 린, 경계를 넘나드는 기억의 아카이브

기사입력2025-09-30 08:32

갤러리현대에서는 지난 8월 27일부터 시작해 오는 10월 5일까지 동시대 미술씬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두 작가, 이강승과 캔디스 린의 전시가 펼쳐진다. ‘나 아닌, 내가 아닌, 나를 통해 부는 바람(Not I, not I, but the wind that blows through me)’이라는 시적인 제목 아래, 두 작가는 각자의 문화적 뿌리와 독특한 조형 언어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에 잊히고 가려졌던 이들과 역사, 기억을 흡입력 있게 조명한다.

이강승 ‘피부’, 2024, 단채널 4K 비디오, 컬러, 사운드, 7분 45초,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Hyundai, 갤러리현대 제공

이강승 작가에게는 2021년 ‘잠시 찬란한’ 이후 4년 만의 귀환이자, 캔디스 린에게는 국내 첫 소개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두 아티스트가 최근 수년간 심화해온 리서치의 집결체로, 영상, 드로잉, 자수, 아상블라주, 조각, 애니메이션 등 30여 점의 신작들이 관객들에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강승은 늘 자신보다 앞선 세대의 퀴어 예술인, 무용가, 인권운동가들의 유산을 기념하고, 그 짧은 생애를 아카이브 삼아 기록해왔다. 이번에는 신작 영상작 ‘피부’(2024)를 포함해 흑연 드로잉, 금실 자수, 삼베 직물 등 다양한 화법과 재료로 시간의 흐름이 새겨진 살아 있는 기록을 내놓는다. 재료의 확장과 깊이 있는 물성 탐구가 돋보이며, ‘피부’는 변화하는 기억의 층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캔디스 린, ‘순수의 형태들’, 2025, 패널, 섬유지에 유채, 152.5×146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Francois Ghebaly, 갤러리현대 제공, Photo by Paul Salveson

캔디스 린은 유기적 재료인 곰팡이, 발효, 얼룩 등과 미술 매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식민주의와 젠더, 디아스포라, 인종·권력의 복잡한 구조를 다층적으로 해체한다. 인간과 동물, 경계와 관계, 분류와 통제 등 전시 곳곳에 감도는 욕망과 역사의 실체가 사회로부터 소외된 존재들의 잊힌 서사에 새 숨을 불어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