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로 제조위상 높이고 혁신으로 세계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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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기본기로 제조위상 높이고 혁신으로 세계 주도 국내 제조·기계 산업의 미래…AMXPO 2025

기사입력2025-09-29 12: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제조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설비인 스크류 잭 시스템은 정교한 품질력이 요구된다. ©중기이코노미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국산 제품보다는 해외 브랜드를 더 알아주는 분위기였어요. 한국의 대기업에서도 톰슨, 보쉬 등 유명 외국 브랜드 제품들을 주로 썼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국산으로 많이 대체됐습니다.”

UP·DOWN 리프팅과 스크류 잭 시스템(Screw Jack system)을 소개하는 ㈜상원인텍 노경균 부사장이 중기이코노미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국산품을 선도하고 있는 회사 중 하나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기계, 전기, 정밀, 제조 산업은 대한민국이 제조국으로서 위상을 떨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이런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제조업은 첨단 기술과 품질면에서 높은 혁신성의 경쟁력을 지닐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23일부터 4일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한 2025 아시아 기계 & 제조 산업전(Asia Machinery & Manufacturing Expo Korea, AMXPO 2025)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자신의 기술 노하우를 선보였다. 이에 중기이코노미가 현장을 찾아 경쟁이 심화되는 국제 정세에서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 중소기업들을 만나봤다.

대기업 잡고, 미국·유럽으로…중국의 카피 제품 대처는 ‘숙제’

“여기에 한번 손 좀 대보겠어요? 지금 돌고 있는 중인데도 만지면 아무 느낌이 없고, 조용하기까지 하죠?”

하중을 받쳐주는 스크류 잭 시스템(Screw Jack System)에 손을 대며 ㈜상원인텍 노경균 부사장이 말했다. 실제로, 기자 역시 스크류 잭 이곳저곳에 손을 대 봤는데, 어떤 진동도 느낄 수 없었다. 손을 대지 않은 상태에서는 진동이 있음을 알 수 있었지만, 정작 만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진동이 사라졌다.

노경균 부사장이 스크류 잭에 손을 대며 자사의 품질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노경균 부사장은 “바로 이 부분이 정밀한 기술력과 매칭되는 부분이다. 안쪽의 구조 자체는 어떻게 보면 심플하다고 보일 수 있지만, 겉으로는 볼 수 없는 정교하게 세팅된 기술의 집합체인 것”이라며 뿌듯해했다.

스크류 잭 시스템은 실질적으로 제조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설비 중 하나다. 그중 부스에 들고 온 스크류 잭 샘플은 배터리 공장에서 쓰는 설비로, 최대 3톤의 무게를 견딜 뿐만 아니라, 완제품의 배터리를 시중에 내보이기 전, 충전하는 과정에서 안정성까지 보장한다.

그는 “배터리 완제품을 보면 약 50% 정도 충전이 된 상태로 나오는데, 그때 이 스크류 잭 시스템을 통해서 충전한다”며, “배터리들을 스크류 잭 위에 올려놓은 후, 충전을 시키는데, 이때 플러스, 마이너스 전극이 확실하게 꽉 맞물려 있게 하려고 이 스크류 잭 시스템을 이용한다. 플러스와 마이너스 탭이 조금이라도 느슨하면 불이 나기 쉽기 때문에 품질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저스 리프팅(Scissors Lifting) 역시 물류 자동화 분야에서 많이 쓰이는 설비다. 창고형 공장의 경우 공장 높이로 인해 사람이 모든 물류를 옮기기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공장이 물류 설비를 설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공간상의 문제 때문이다. 이럴 때, 시저스 리프팅이 유용하게 활용된다. 3미터 높이까지 가능해 1~2층으로 물건을 올리고 내릴 때 편의성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

물류 자동화 분야에 많이 쓰이는 시저스 리프팅 ©중기이코노미

실제로, 반도체 LCD 물류라인에서 공정과 공정 사이에 물류를 넘겨야 할 때, 1층 컨베이어에서 2층 컨베이어로 물건을 올려야 할 때 등에 시저스 리프팅이 많이 쓰인다고 한다. 특히, 삼성전자, 엘지전자, SK 등 국내 대기업을 필두로, 배터리 공장, LCD 공장, 반도체 현장에 납품하면서 대외적으로 품질력을 널리 인정받았다.

노경균 부사장은 “국내 대기업에는 품질이 뒤떨어지거나 품질에 자신 있지 않고서는 절대 납품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품질에 문제가 있으면 엄청난 패널티가 있을 정도로 대기업은 품질 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꾸준히 발주가 나올 수 있는 이유는 국내 대기업들이 품질에 대해서 인증을 하고,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자부했다.

사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 업계는 유럽의 유명 브랜드가 잠식했었다. 하지만, 한국 대기업이 국산으로 설비 전환을 결정하고, 시범적으로 사용해 본 결과 만족도가 높아 이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 제품을 카피한 중국산이다.

노 부사장은 “중국의 전시회를 가보면 우리 제품을 카피한 제품들이 많다. 심지어 우리 회사에 찾아와서 계약 맺자고 한 곳들도 카피 제품을 선보인 경우를 많이 봤다”며, “우리 제품이 중국의 BOE, CATL 등에 들어가 있지만, 최근 중국에서는 자기 제품으로 국산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소음이 없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전동 발란서 ©중기이코노미

그러면서, “외형은 누구나 비슷하게 꾸밀 수 있지만, 퀄리티는 떨어진다. 하중 무게만 보더라도 몇백kg까지는 가능하지만, 1톤이 넘어가는 설비까지는 무리다. 또, 중국산은 소음과 진동이 많아 아직 품질면에서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제조 현장에서 많이 쓰는 또 다른 설비는 리프팅 장치다. 무거운 물체를 들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인데, 100kg, 200kg 무게는 사람의 힘으로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고, 사람이 들 수 있는 5~10kg 정도의 무게라 하더라도 계속해서 작업장을 왔다갔다 반복하다보면 몸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35년간 호이스트, 크레인을 개발, 제조한 SG엔지니어링은 저도주부터 최대 100톤에 이르는 고도주까지 기계를 생산한다. 무엇보다도 이 회사 제품의 경쟁력은 사용 시 소음이 없고, 부드럽게 움직인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서현진 기술영업 대리는 호이스트 중에서도 전동 발란서라는 제품을 보여주며 “일반 호이스트 제품들은 이렇게 올라가고 내려갈 때 소음이 많이 발생하고, 작동할 때도 덜커덩거리는 등 버벅댐이 심하다. 하지만, 우리 제품은 움직임이 부드럽고 소음도 없어 많은 현장에서 찾는다”고 소개했다.

이어 “크레인 자체의 구름성도 좋아 이렇게 옆으로 크레인을 이동시킬 때도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설게 자체가 돼 있다”며 자부했다.

이런 기술력은 전국의 제조현장뿐 아니라, 세계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미국 UL 인증, 캐나다 CSA 인증, 유럽 CE 인증을 통과해 약 15년 전부터 수출을 활발하게 해오고 있다.

서현진 대리는 “다른 나라의 인증을 받는다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여러번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 후, 인증을 받는 것”이라며, “미국 UL 인증은 5~6가지의 품질, 안전 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데, 예를 들어 하중이 5톤짜리라고 한다면 5톤에 리미트를 걸어 시운전을 실제로 한 뒤, 리미트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꼼꼼히 살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동남아시아에서도 SG엔지니어링의 설비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새롭게 지어지는 현장은 많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품질 높은 제품을 직접 제작하지 못하는 탓이다.

특히, 한국 크레인 제품에 관심이 많아 동남아시아 수요가 대폭 늘었다고 한다.

분진폭발안전대책형 집진기를 이시영 실장이 소개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수평하향기류식 집진기, ©중기이코노미

제조현장은 작업 특성상 먼지나 분진이 발생하기 쉽다. 이럴 때 필요한 설비가 집진기다.

㈜듀크린 이시영 기술영업팀 실장은 “산업현장에서는 섞거나 자르거나, 뭔가를 갈아낼 때 거기서 나오는 분진들이 공기 중에 비산돼 환경뿐만 아니라 작업자의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며, “분진이 들어가면 진폐증 등 호흡기 계통 장애가 발생하기 쉽고, 더 나아가 폐암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작업장에 집진기를 둬 분진을 빨아들여서 필터링한 뒤, 깨끗한 공기로 정화해 배출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집진기가 있고, 없고는 작업 현장에 큰 차이가 난다. 부스에 설치된 자료 사진을 확인한 결과, 집진기가 없는 공장은 레이저로 철판을 자르는 공정 시 발생하는 먼지로 가득했다. 이 실장에 따르면, 집진기가 없는 공장 안에 들어가면 문을 열자마자 냄새도 심할뿐더러 시야가 잘 확보 되지 않을 정도로 공장 내부가 뿌옇다.

이런 품질력을 기반으로 듀크린은 국내 집진기 업계 중 최초로 미국 UL 인증을 받았다. 국내 배터리 3사(삼성 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에 납품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미국, 유럽 등 수출 역량을 높여나가고 있는데, 테슬라 같은 해외 배터리 업체에도 직접 집진기를 납품하고 있다고 한다.

이시영 실장은 “최근에는 분진폭발안전대책형 집진기라고 해서 분진폭발 원인이 최소화된 구조와 방폭 모터를 적용해 집진기를 가동할 때, 자체 불꽃 발생을 제어하고, 외부로부터의 폭발 가능성 피해를 최소화했다”며, “만약 집진기 내에서 분진이 폭발한 경우, 폭발 에너지를 집진기 뒤쪽 상부의 안전한 영역으로 유도하고 배출해 피해를 최소화해준다”고 자신했다.

폐업을 한 한국 기업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중국 기업

품질에 있어 뒤처지지 않는 한국 제조 기업 가운데에도 중국 기업의 약진은 눈에 띄었다. 대표적으로, 3D 스캐너가 그렇다. 박람회 곳곳에 로봇팔, AI를 활용한 다양한 3D 스캐너가 있었지만 대부분 독일, 캐나다 제품이 주를 이뤘다. 그중에서도 중국 제품은 가성비가 좋아 많은 관람객이 관심을 보였다.

영인에이티 관계자는 “3D 스캐너의 종류는 핸드헬드(Handheld) 타입과 트래커와 스캐너가 한 세트인 스캐너로 나뉜다”며, “후자의 경우 차 도어 혹은 차 전체를 스캔해 3차원 정보를 획득한 뒤, 튀어나온 부분 없이 제품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측정하거나 캐드화해 역설계에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3D 스캐너는 5년 전만 하더라도 독일, 캐나다 제품이 글로벌 시장을 꽉 잡고 있었다고 한다. 중국 제품은 정확도 면에서 부족한 면이 많아 시장의 외면을 받았는데, 지금은 품질, 기술력 면에서 평준화를 이뤘다고 한다.

한국 제조사의 경우에는 해외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차별성을 이루지 못해 3D 스캐너 시장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아 폐업 수순을 밟은 상태다.

이 관계자는 “3D 스캐너의 경우 치수 측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빨리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이 제품은 중국 제품인데, 다른 해외 브랜드와 달리 선이 없다. 3D 스캐너는 데이터 양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선이 필요한데, 이 제품은 작년부터 선을 없애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까지 있다 보니 이 장비를 선택하는 고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