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산업, 무분별한 브랜드 확장은 제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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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가맹산업, 무분별한 브랜드 확장은 제한해야” 더본코리아 사례로 드러난 프랜차이즈 산업의 민낯

기사입력2025-10-02 08:26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처음엔 하루 매출이 300만 원은 나온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개점 두 달 만에 매출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지금은 대출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민병덕·이강일·김남근 의원 등이 개최한 ‘더본코리아 사례로 본 문어발식 다브랜드 프랜차이즈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가맹점주들은 절박한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들은 허위·과장 광고, 단체활동 방해, 무리한 출점 경쟁으로 인한 매출 급락 등으로 복합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허위·과장 정보 제공…“예상 매출과 실제 매출 괴리 심각”

전국 평균적으로 한 가맹본부가 보유한 브랜드는 1.4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더본코리아는 1993년 이후 50개 이상의 브랜드를 운영하다, 현재 25개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점주들과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안희철 대한가맹거래사협회 부회장은 이날 발제를 통해 “더본코리아가 외형 확장에 치중하면서 허위·과장 정보 제공, 기존 가맹점 지원 부재, 계열 유사 브랜드 난립, 오너리스크 발생 등으로 가맹점주의 경영 안정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안 부회장은 더본코리아가 신규 브랜드인 ‘연돈볼카츠’ 가맹 모집 과정에서 과장된 매출 정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가맹 희망자들은 영업사원으로부터 하루 매출 300만~400만원대가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실제 매출은 이에 한참 못 미쳤다”며 “정보공개서에 기재된 수익 산출 근거 역시 불충분하고 신뢰성이 낮았다”고 꼬집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돈볼카츠는 2023년 83개 가맹점에서 2024년 49개로 줄었고, 이후 18곳이 추가로 문을 닫으면서 현재는 31개만 남아 폐점률이 36.7%에 달했다. 반면 더본코리아의 전체 매출은 2022년 2632억원에서 2024년 4418억원으로 45% 이상 급증했다. “본부 매출은 늘어나는데 가맹점은 줄어드는 전형적인 본부-가맹점 간 불균형”이라는 것이 안 부회장의 얘기다.

유사 브랜드 출점…오너리스크 논란과 브랜드 가치 추락

안 부회장은 또 “더본코리아의 방송·미디어 인기에 편승한 과도한 신규 브랜드 출점은 가맹점 관리 소홀과 내부 지원 부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홍콩반점, 연돈볼카츠 등에서 지점별로 맛이 크게 달라 ‘점바점 논란’이 발생했고, 백종원 대표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이건 우리 짬뽕이 아니다”라고 언급할 정도로 관리 부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특히 동일 계열 내 유사 브랜드 출점은 가맹점 간 과당 경쟁을 심화시켰다. 새마을식당·돌배기집·원조쌈밥집처럼 고기 식사 중심의 브랜드, 역전우동0410·미정국수·홍콩반점·리춘시장처럼 면 요리 중심 브랜드는 서로 대체재 관계에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안 부회장은 “유사 업종 브랜드를 동일 상권 내에 출점하는 것은 사실상 직영점 출점과 동일한 효과를 내며 가맹점 매출을 잠식한다”며 “이는 가맹사업법상 ‘부당한 영업지역 침해’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안 부회장은 더본코리아와 백종원 대표를 둘러싼 각종 논란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빽햄 돼지고기 함량 축소’, ‘감귤 맥주 원산지 표시 위반’, ‘위생 불량 논란’, ‘면접 중 부적절한 언행’ 등 잇따른 오너리스크가 소비자 불신을 초래하며 가맹점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는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예상 매출 근거, 유사 업종 출점 제한, 징벌적 손배 필요

안 부회장은 가맹점주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보 제공 강화, 출점 규제 확대, 손해배상 강화라는 세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우선, 예상 매출 근거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가맹사업법을 개정해 정보공개서에 평균 매출액, 원가율, 인건비율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가맹 상담 시에는 매출 산정 근거를 반드시 제공하고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는, 유사 업종 출점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가맹사업법은 동일 업종 내 영업지역 침해만 제한하고 있지만, 이를 ‘유사 업종’까지 확대 적용해 가맹본부 계열 내 과도한 경쟁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너 리스크 등 본부의 위법·비윤리적 행위로 브랜드 가치가 훼손돼 가맹점이 피해를 입는 경우,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정률로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 부회장은 “더본코리아의 사례는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무분별한 브랜드 확장 대신 기존 가맹점주의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구조가 전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정위의 적극적 감독과 국회의 제도 보완 없이는 제2, 제3의 더본코리아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