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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코스피 3500은 출발선…신뢰 없으면 반쪽일 뿐
개인투자자 해외 이탈이 보여주는 한국 증시의 구조적 과제
- 기사입력2025-10-03 08:2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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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사상 처음 3500선을 넘어섰다. 하지만 같은 시기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한국을 떠나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지수는 뛰었지만, 정작 시장의 주역인 개인투자자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제금융센터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는 27억7000만 달러였다. 8월 2억8000만 달러에서 불과 한 달 만에 10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코스피가 고점을 찍는 와중에도 국내 투자자들은 엔비디아, 오라클 같은 미국 기업에 자금을 집중시켰다. 국내 증시에 대한 구조적 불신의 반영이다.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나 카카오페이 상장 과정에서 모회사 소액주주들은 주가 하락에 따른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대기업의 인수·합병·분할 등 지배구조 변동 과정에서 반복된 불공정 논란은 자본시장의 근간인 신뢰를 흔들어왔다. 해외 주요국들이 이미 주주 보호장치를 제도화해 장기투자 기반을 확보한 현실과 대비된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코스피 5000시대 실현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토론회’에서 소액주주플랫폼 엑트의 윤태준 소장은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이 소액주주 피해를 양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을 추진할 때 반드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절차를 강화하고 ▲자회사 상장으로 모회사 주주의 권익이 침해될 경우 신주인수권 부여나 현금·주식 보상으로 보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며 ▲자산 이전 과정에서 외부평가와 공정성 의견 제출을 의무화해 헐값 이전과 이해상충을 방지하고 ▲상장 이후에는 대주주 지분 매각 제한을 강화하고 불공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상장 취소나 과징금 부과 같은 실효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투자자 권익을 지켜내야 시장의 신뢰가 살아나고, 신뢰가 있어야 장기 자금이 국내 증시에 머무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 증시가 아무리 높은 고점을 기록해도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은 믿을 수 없다”며 해외로 떠나는 현실이 이어진다면 그 성장은 반쪽일 뿐이다. 코스피 3500은 ‘출발선’일 뿐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제도,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 때 비로소 코스피 5000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다.
기업은 단기 성과에만 매달리지 말고 주주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법과 제도의 빈틈을 메워 소액주주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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