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중소기업 성장 역량 높일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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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비수도권 중소기업 성장 역량 높일 지원 필요” 산업연구원 “내부역량 강화와 매출 중심의 정책 전환 시급”

기사입력2025-10-13 13: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비수도권 중소기업의 성장세가 장기적으로 둔화하면서 지역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지역산업 중소기업의 성장 현황 분석 및 정책 제언’ 보고서에서 “비수도권 중소기업의 매출과 고용이 동시에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이러한 흐름이 지역 인구 감소와 고용 축소로 이어지며 지역소멸을 가속화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전국 지역별·산업별 중소기업의 성장 추이를 종합 분석한 것이다.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성장 격차,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의 성장 양상, 내부·외부 요인이 미치는 영향 등을 다각도로 검토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중소기업 성장 격차 확대

보고서에 따르면, 비수도권 중소기업의 성장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수도권과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중소기업 성장률 차이는 미미했으나, 2010년 이후 비수도권 기업의 매출 및 고용 성장세가 점진적으로 둔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이후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더욱 뚜렷해졌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2012~2023년 기간 동안 활동기업 증감 현황을 보면 수도권(3.3%)에 비해 비수도권(2.9%)은 활동기업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게 나타났으며, 코로나19 기간인 2019~2022년 기간에도 수도권에서는 활동 기업이 4.1% 증가한 반면에, 비수도권에서는 3.4% 증가에 그쳤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 수도권 제조업 중소기업은 점차 성장세를 회복하고 있으나, 비수도권 제조업은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비스업의 경우 격차는 더욱 크다. 수도권 서비스업 중소기업은 매출과 고용 양면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반면, 비수도권은 도소매·전문서비스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보고서는 “비수도권 중소기업의 성장률 둔화는 단순히 경기 순환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며 “산업구조의 수도권 집중, 지역 인구 감소, 디지털 전환 격차 등 복합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함께 산업연구원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중소기업의 성장역량을 비교한 결과, 수도권이 평균 66.1점, 비수도권은 64.1점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두 지역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을 보였지만, 비수도권 중소기업의 성장전략역량(62.4점)이 성장자원역량(65.8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비수도권 기업은 경영자원이나 생산 인프라 등 기본 자원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비수도권 중소기업은 수출보다 내수 중심, 대기업 의존형 비즈니스 모델이 많아 자체 경쟁력을 축적하기 어렵다”며 “자체 브랜드 육성, 기술 혁신, 시장 확장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덧붙여 보고서는 하도급 관계나 대기업 벤더 경험이 있는 기업, 수출 기업, 벤처·지역강소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 성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는 외부와의 협력망을 통해 학습과 기술이전 효과를 얻은 기업들이 위기 상황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수도권 중소기업 성장역량 강화할 지원 필요

보고서는 코로나19, 저성장, 디지털 전환 등 복합적 요인이 비수도권 중소기업의 성장 역량을 크게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특히 서비스업 부문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지역 산업의 양극화가 구조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2018~2021년 기준으로 수도권 서비스업 매출 고성장 중소기업은 873개사였던 반면, 비수도권은 262개사에 불과했으며 고용 측면에서도 수도권 473개사, 비수도권 88개사로 큰 차이를 보였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산업연구원은 “매출 고성장 중소기업의 감소는 고용 성장 둔화로 이어지며, 이는 지역 산업 활력 저하와 지역소멸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단순한 고용 지원보다는 ‘매출 성장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보고서는 기존 정부 지원사업이 비수도권 중소기업의 성장역량 강화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술·자금 지원 등 단편적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수요 발굴과 사업 추진 능력 등 ‘전략적 성장역량’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앙정부의 ‘피킹 위너(Picking Winner)’ 방식이 수도권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해 비수도권 중소기업이 소외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정책 개선 방향으로는 ▲고성장 기준을 현실화(매출 3년 연속 10% 이상, 고용 3년 연속 5% 이상) ▲지역산업진흥계획과 강소기업 육성사업의 연계 강화 ▲비R&D 지원의 내실화 ▲부처 간 정책협력체계 강화 ▲하도급 거래구조의 정책 활용 등이 제시됐다.

아울러 보고서는 지역 간 격차뿐 아니라 비수도권 내부에서도 광역시와 비광역시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이를 고려한 세분화된 지역정책 설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한 고성장기에 설립된 창업보육센터·지식산업센터 등 물리적 인프라의 활용도를 재검토하고, ‘소프트(Soft) 지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역 소멸을 늦추기 위해서는 ‘매출 성장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매출이 성장해야 지속적인 고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매출 성장을 통해 기업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고, 그 결과 지역 내 고용이 유지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역산업 중소기업이 다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맞춤형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