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메이드 인’ 넘어 ‘메이드 위드 코리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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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웹툰, ‘메이드 인’ 넘어 ‘메이드 위드 코리아’로 “플랫폼 세계화는 콘텐츠 수출이 아닌 문화 생태계의 재구성”

기사입력2025-10-23 13: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의 웹툰 플랫폼이 단순한 콘텐츠 수출 산업을 넘어, 글로벌 문화 생태계의 설계자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소은 부경대학교 교수는 한국방송학회와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22일 공동 주최한 ‘한국 플랫폼 글로벌화는 무엇을 바꾸는가’ 세미나에서 “플랫폼의 세계화는 경제적 확장보다 문화적 축적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웹툰 플랫폼의 글로벌화는 한국형 창작 시스템이 세계 각국의 문화와 교섭하며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웹툰을 방송, 게임 등 기존의 문화 형식이 플랫폼화된 것이 아니라 플랫폼 환경에서 태어난(platform-originated) 문화 형식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웹툰은 기존 만화를 디지털로 옮긴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플랫폼 구조에서 창작과 유통, 소비, 팬 커뮤니티가 동시에 작동한 문화 시스템이며, 한국은 이 시스템 자체를 발명해 세계로 확장한 최초의 국가라고 평가했다.

◇해외진출, 시장 전환형과 창출형=이 교수에 따르면, 웹툰 플랫폼의 해외진출 방식은 한국형 시스템이 각국의 문화와 산업 환경에 따라 다른 형태로 작동하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일본과 미국은 ‘시장 전환형(Market Conversion)’으로 분류했다. 일본의 경우 기존에는 출판 중심의 만화 시장이었지만 한국형 웹툰 방식인 화(話) 단위 결제, ‘기다리면 무료’ 모델 등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전환됐다. 이 교수는 “웹툰이 권(卷) 단위의 전통적 만화 소비습관을 바꾸며, 일본 만화 생태계 전체의 디지털 전환을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마블·DC 중심의 슈퍼히어로 시장 틈새를 파고든 사례라고 분석했다. 한국 웹툰의 도입으로 남성 독자층을 대상으로 한 전통코믹스 시장에서 여성 독자층을 중심으로 로맨스, 판타지 등 기존 주류 만화가 다루지 않던 장르로 확장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대표작 ‘로어 올림푸스(Lore Olympus)’는 미국 작가가 만든 웹툰으로 아이즈너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창작의 장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은 ‘시장 창출형(Market Creation)’으로 진출했다. 웹툰 플랫폼은 현지 창작자 교육, 공모전, 워크숍을 통해 창작 생태계 자체를 새로 만들고 있으며, 스토리 작가, 컬러리스트 등 새로운 직군이 생겨나며 콘텐츠 산업의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 과정에서 태국 웹툰은 한국 문법을 차용하면서도 현지 문화와 정서를 반영한 고유한 스타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표준화된 시스템·현지화된 콘텐츠=이 교수는 한국형 웹툰 플랫폼이 ‘표준화와 현지화의 긴장 속’에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웹툰 플랫폼은 세로 스크롤 방식, UI·UX, 수익모델 등 한국에서 개발된 표준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콘텐츠 제작과 운영에서는 현지 창작자와 에디터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본사가 데이터와 기술 기반의 플랫폼 구조를 제공하고, 현지 에디터가 문화적 감수성과 독자 정서를 반영해 콘텐츠를 기획한다”며 “이 협업 구조가 글로벌 생태계의 핵심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웹툰 플랫폼은 현지 시장의 창작 문화도 크게 변화시켰다. 이 교수에 따르면, 태국의 경우 기존에는 소수의 출판 작가 중심의 폐쇄적 구조였지만, 웹툰 플랫폼 도입 이후 누구나 창작할 수 있는 개방형 구조로 바뀌었다. 스토리 작가와 일러스트 작가의 분업이 활성화되면서 창작이 체계화되고 산업화됐다. 또한, 한국 웹툰의 세미리얼리즘 화풍과 감정 중심 서사가 태국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미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기존 일본식 망가 화풍에서 벗어나, 현지 문화를 반영한 ‘태국다운 웹툰 스타일’을 찾으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며, “웹툰은 독자의 댓글과 반응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며 이야기가 계속 수정·진화되는 ‘서비스형 콘텐츠’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한국방송학회와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22일 ‘한국 플랫폼 글로벌화는 무엇을 바꾸는가’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글로벌 경험이 산업내실로 돌아온다=이 교수는 웹툰의 글로벌화가 한국 웹툰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해외 서비스 운영을 통해 얻은 데이터와 이용자 피드백은 한국 내 기획, 마케팅, 장르 개발에 즉시 반영되고 있다. 또, 해외에서 성공한 IP는 국내에서도 다시 확장되고, 이 과정에서 플랫폼의 기획 역량과 창작자의 시야가 함께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웹툰 플랫폼의 세계화는 단순한 문화 수출이 아니라, 국가 간 창작자와 이용자가 함께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이 말랑말랑한 구조가 한국 플랫폼의 진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웹툰 플랫폼의 세계화는 K콘텐츠 산업의 ‘다음 단계’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Made in Korea’(한국산)에서 ‘Made with Korea’(한국과 함께 만든)로 나아가야 한다”며 “한국 플랫폼 기업은 세계 각국 창작자와 협력하며 새로운 문화 생태계를 설계하는 ‘디지털 생태계 설계자’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