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활성화해 기업 성장사다리를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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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M&A 활성화해 기업 성장사다리를 구축해야” 한국경제인협회 “M&A 관련 세제 지원 강화해야”

기사입력2025-11-17 09:3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기업의 성장사다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M&A)이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발표한 ‘기업의 성장사다리 구축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성장단계별 기업이 외부 자원을 활용해 신사업을 추진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M&A가 필수적”이라며, M&A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과 세제지원 확대를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M&A를 기업 간 결합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자본·기술·인력 등 외부 자원을 결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정의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자체 자원만으로는 사업 확장이나 신산업 진출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외부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M&A 제도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주식대가 M&A’로 벤처·중견기업 성장 지원

보고서는 일본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며 우리나라 제도의 한계를 짚었다. 일본은 2018년 ‘산업경쟁력강화법’을 개정해 주식을 대가로 하는 M&A(주식대가 M&A)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현금이 부족한 신흥기업도 주식을 활용해 타 기업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방식이다.

이 제도는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차입 부담이 없고, 확보한 자금을 연구개발(R&D)이나 신사업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인수대상 회사의 주주가 합병회사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M&A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다만 일본에서도 제도 도입 이전까지는 법적 제약으로 인해 활성화가 어려웠다. 기존의 주식교환과 현물출자 방식은 외국법인 인수나 일부 주식 취득에 제한이 있었고, 현물출자 시 검사인 조사 등 복잡한 절차와 ‘저가발행 규제’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에 일본 정부는 ‘산업경쟁력강화법’에 특례를 신설하고, 2019년 ‘주식교부제도’를 새롭게 도입했다. 주식교부제도는 기업 A가 기업 B를 자회사로 만들기 위해 B의 주식을 50% 이상 취득하고, 그 대가로 A사의 주식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완전 인수가 아닌 ‘부분적 주식교환’ 형태로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어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인수 전략에도 적합하다.

이 제도는 ▲벤처기업 창업자가 경영권을 유지한 채 자회사화를 원하는 경우 ▲자금 여유가 없는 벤처기업이 타사의 경영자원을 확보하고자 할 때 ▲과반수 지분 확보를 통한 지배력 강화가 필요할 때 ▲주식 매각에 응하지 않는 주주나 접근이 어려운 대주주가 있는 경우 ▲동일 자본그룹 내 지분구조 개선을 위해 주식을 상호 교환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더해 2021년 조세특례조치법을 개정해 주식교부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이연하는 조치를 도입하며, M&A 활성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러한 일본의 사례가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을 준다고 했다. “기업활력제고특별법과 상법을 개정해 주식교부제도 도입 및 주식대가 M&A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이 보유 주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업재편과 신산업 진출을 추진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제제도 경직돼…M&A 관련 세제 지원 강화해야”

보고서는 또 M&A 관련 세제제도의 경직성을 지적했다. 현행 법인세법상 ‘적격합병(Qualified Merger)’으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합병 대가의 80% 이상을 주식으로 지급하고, 피합병 회사의 사업을 유지하며 근로자의 80% 이상을 3년간 고용승계해야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인력 조정이 불가피하거나 현금 거래 비중이 높은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세제 혜택을 포기하거나 M&A 추진을 주저하게 되는 구조라고 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보고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주식 교부 비율 요건을 70% 이하로 완화하고, 고용 유지 의무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M&A 추진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회계·법률 자문비, 실사비용, 인수금융 이자비용 등에 대해 세액공제나 금융지원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인수금융 이자비용의 10%를 세액공제하거나 손금산입을 150%까지 인정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세제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기술혁신형 M&A 지원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중견기업이 성장을 위해 M&A를 추진할 경우 대기업과 유사한 수준의 세금 부담을 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을 인수할 때 인수 자산의 취득세를 전액 감면하고, 중견기업 간 M&A에도 감면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해외 M&A 세액공제도 전 산업으로 확대하고 상시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한정돼 대기업 5%,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 수준의 공제율이 적용되고 있으나, 국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해외 기업 인수의 경우 세액공제율을 상향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