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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 성장했지만 생산성은 20년째 제자리
내수 의존·저부가 구조 심화…제조·서비스 융합시대에 구조 전환을
- 기사입력2025-11-18 11: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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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산업의 규모는 꾸준히 커졌지만 생산성은 20년 넘게 정체돼 있어, 제조업의 보조적 구조에서 벗어나 정체성 재정립과 수출 산업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선영 한국은행 조사국 거시분석팀 차장은 산업연구원(KIET)이 17일 개최한 ‘서비스산업 발전 포럼’에서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이 수십 년간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생산성과 효율성 면에서는 구조적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차장은 “팬데믹 이후 글로벌 서비스업은 디지털 전환을 기반으로 생산성을 회복했지만, 한국 서비스업은 장기 추세조차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책 방향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제조와 서비스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지만, 한국 서비스업은 기술 확산과 산업구조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비스업 생산성은 제조업 40% 수준=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1970년 이후 민간 서비스업은 연평균 7%의 경제 규모 성장과 3%의 고용 성장을 기록하며, 2024년 기준 명목GDP의 44%, 전체 취업자의 65%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신규 고용의 상당 부분이 서비스업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고부가 서비스와 B2B 서비스 비중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그러나 생산성은 정체돼 있다. 민간 서비스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지난 20년 동안 제조업의 40% 수준에 머물렀으며, 제조업 비중이 큰 일본·독일보다 격차가 더 크다. 정 차장은 “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은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제약해 온 구조적 요인”이라고 했다.
◇고부가 서비스업 생산성은 ‘더 악화’=팬데믹 이후 생산성 흐름은 더욱 명확하게 갈렸다. 비대면 수요에 힘입어 금융·보험, 정보통신, 전문·과학·기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은 2020년 일시적으로 생산성이 올랐지만, 2022년 이후 다시 하락해 최근에는 팬데믹 이전 장기 추세보다 약 10%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정 차장은 “미국 하이테크 서비스업은 고용과 생산성 회복을 이끌었지만, 한국은 신규 기업 증가나 기업 역동성 개선 같은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저부가 서비스업은 팬데믹 충격으로 생산성이 급락한 뒤 일부 회복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과거 추세 대비 약 7% 낮다. 특히 숙박·음식, 사업지원, 보건복지 등 노동집약 업종은 2020년 급락 이후 사실상 정체 상태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저부가가치 서비스업에서는 주 52시간제, 시간제 근로 증가, 자영업 감소 등으로 평균 근로시간이 크게 줄었지만, 이를 보완할 생산구조 개선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즉, 일하는 시간은 줄었는데 생산량 감소 폭이 더 커 1인당 생산성이 회복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정 차장은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은 자본과 설비 투자가 부족하고, 기업이 성장할 기반도 취약해 생산성이 낮은 상태가 고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 의존·자영업 ‘회전문’이 혁신 막아=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고부가 서비스업의 가장 큰 제약은 과도한 내수·공공 의존이다. 지식서비스 기업 매출의 98%가 국내에서 발생하고, 해외시장 경험이 있는 기업은 2.2%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기업의 혁신 유인이 약해지고 시장 확장도 어려워, 디지털 전환과 같은 대규모 투자 역시 어려운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은 17일 ‘서비스산업 발전 포럼’을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여기에 인구 감소로 내수 시장이 축소되는 반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국내 시장 진입은 빠르게 진행돼 경쟁 압력도 강해지고 있다. 정 차장은 “이런 상황에서는 기존 방식으로 버티기 어렵고, 내수 중심 사업 모델만으로는 생존이 쉽지 않다”고 했다.
정 차장은 저부가 업종의 문제를 자영업 비중만 탓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영업 증가의 근본 원인은 제조업 중심 성장전략 속에서 충분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못한 데 있으며,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니 개인이 생계형 자영업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저부가 서비스업 자영업자의 73%가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이며,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지속적인 진입·퇴출이 반복되는 ‘회전문 경쟁’이 고착돼 규모의 경제 실현도 어렵다.
◇서비스 산업을 수출 전략 산업으로=정 차장은 한국 서비스업의 구조 전환을 위해 세 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제조와 서비스가 융합되는 시대에 맞게 법과 제도를 정비해 산업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기존 법체계로는 빠르게 변하는 산업 환경을 담기 어려운 만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제정해 신산업과 융복합 서비스를 제도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고부가 서비스업을 수출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했다. 제조업이 가진 지적 자산과 운영 역량을 활용해 AI·데이터 기반 산업서비스, 콘텐츠, 디지털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저부가 업종은 생계형 자영업을 단순히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창업과 폐업이 건강하게 순환하고, 기업과 자본이 자연스럽게 유입돼 양질의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 차장은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 정체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며 “서비스업이 제조업과 함께 국가 성장의 양축이 될 수 있는 전략산업으로 자리잡도록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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