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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스타트업·TIPS CES 성패는 전시 사전 준비와 피벗에 달렸다 단순 홍보 넘어, 전략과 시장적합성 검증 무대로 활용을

기사입력2025-11-27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CES 참가를 단순한 홍보가 아닌 기업 전략과 시장 적합성을 검증할 수 있는 통합 마케팅 플랫폼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이동기 코엑스 상임고문은 더밀크닷컴이 최근 개최한 ‘CES 2026 전시 성공전략’ 세미나에서 ‘CES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전시회는 단순한 홍보의 장이 아니라 기업 전략과 시장 적합성을 검증할 수 있는 통합 마케팅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IT 전시회로,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가전 중심의 박람회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AI, 로봇, 모빌리티, 헬스케어, 스마트시티, 콘텐츠, 우주기술 등 거의 모든 산업의 혁신 기술이 공개되는 글로벌 기술 트렌드의 기준점 역할을 하고 있다.

해마다 많은 기업이 CES에 참가하지만, 모든 기업이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이 고문은 CES에 참가한 기업 중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전시 마케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참가 목적이 불분명하며, 제품과 해외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시회 참가 전 준비가 충분하지 못하거나 ‘피벗(pivot)’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한 것도 이유가 된다.

전시회는 ‘통합 마케팅 플랫폼’…사전준비 중요

이동기 고문은 전시회를 단순한 프로모션 수단으로 소비하는 기업의 인식을 가장 먼저 지적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전시회는 고객 인지 제고, 잠재고객 발굴, 투자 상담, 언론 노출, 파트너십 구축까지 한 공간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플랫폼으로, 기업의 핵심 전략을 압축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무대다.

그는 코엑스 인터배터리 전시 사례를 들며 “개막 직전 기업들이 신제품과 기술을 공개하며 보도자료를 대거 배포하는데, 이 시기 기업의 가치가 가장 높게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기자와 투자자, 바이어가 물리적으로 한곳에 모이기 때문에 기업이 시장의 시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의미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전시의 결과는 현장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그는 “사전 준비와 전시 이후 팔로업이 성과의 절반 이상을 좌우한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고객에게 미리 연간 전시 일정을 공유하고, 사전 접촉→현장 미팅→전시 후 후속 조치로 이어지는 흐름을 완전한 프로세스로 관리한다고 말했다.

과감한 피벗으로 CES를 혁신 무대로 만든 CTA

이 고문은 CES가 세계 최대 혁신 전시회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하며 피벗(pivot)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CES를 주최하는 CTA는 1924년 라디오 제조업체들의 협회로 출발했다. 이후 TV, 오디오, 컴퓨터, 모바일, 디지털 기기, AI·모빌리티 시대까지 기술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스스로의 정체성과 전시 구조를 과감하게 바꾸며 새로운 산업군을 끊임없이 수용해왔다.

그는 “CES가 ‘혁신의 무대’가 된 이유는 CTA라는 조직 자체가 기술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피벗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정 산업군에 고착되지 않고, 시대가 요구하는 기술을 중심으로 전시회를 재설계해왔기 때문에 CES가 매년 새로운 기업과 기술을 흡수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CES에는 매년 전략적 피벗을 통해 생존하거나 시장을 새롭게 연 기업들이 등장한다. 넷플릭스는 DVD 우편 대여 사업을 하던 기업이었지만, DVD 시장의 한계와 인터넷 기반 콘텐츠 소비 증가를 예측해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로 피벗했다. 당시엔 실험에 가까웠지만, 이 전환이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CES에서도 지속적으로 콘텐츠 기술과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며 새로운 시장과 협력 모델을 모색해 왔다.

아마존은 처음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했지만, 고객 데이터와 인프라 운영 역량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사업(AWS)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CES에서는 AI·로보틱스·스마트홈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기술 플랫폼 기업”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 고문은 “아마존처럼 기존 사업 설계를 완전히 뒤집는 피벗은 CES 같은 전시를 통해 글로벌 기술 흐름을 직접 파악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부스를 지키는 것만으로는 성과가 나올 수 없다”

이 고문은 CES 참가기업에게 “부스 안에만 머물지 말라”고 거듭 말했다. 그는 “참관객이 우리 부스를 찾아오도록 기다리기만 해서는 원하는 성과를 얻기 어렵다”며 “사전 미팅 요청, 현장 역방향 방문, 협력·경쟁사의 부스를 직접 찾아가는 능동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최소 2명 이상이 참가해 한 명은 부스를 운영하고 다른 한 명은 전시장 전체를 돌아다니며 파트너십 기회를 탐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동기 코엑스 상임고문은 더밀크닷컴이 24일 개최한 ‘CES 2026 전시 성공전략’ 세미나에서 “전시회는 단순한 홍보의 장이 아니라 기업 전략과 시장 적합성을 검증할 수 있는 통합 마케팅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스타트업의 린 스타트업 방식과 전시회 전략이 매우 잘 맞는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아이템 발굴, 프로토타입 제작, 문제·솔루션 검증, PMF(Product-Market Fit) 검증 등 4단계가 전부 전시 현장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고문은 “유레카 관 스타트업은 ‘미국 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맞는지’ PMF 검증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이 단계를 뛰어넘고 투자유치에만 집중할 경우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CES에서의 유레카 관은 혁신적 스타트업이 자사 기술과 제품을 전시하며 투자자, 미디어, 업계 관계자에게 시장 반응을 검증받는 전용 전시구역이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은 CES 참가 자체로 시장 가능성을 탐색하고, 투자 유치나 파트너십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그는 기업마다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미 시장 진출 가능성 확인, 브랜드 인지도 제고, 바이어·투자자 리드 확보, 파트너십 구축, 기존 고객 유지 전략 등 기업의 목표에 따라 준비 방식이 나뉜다는 얘기다.

이 고문은 “CES 성패는 현장에서가 아니라 사전 준비와 사후 관리에서 갈린다”고 거듭 강조하며 “부스를 예쁘게 꾸미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하고 무엇을 검증할지부터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말이 CES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