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대기업 세금 깎아주고 유리지갑 털겠다는 정부
대기업 세금감면 혜택 줄이고 조세정의 세워야
- 기사입력2015-01-23 13:11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
증세 없는 복지를 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은 어디로 갔을까. 올해 들어서만 두 번의 ‘세금 대란’이다.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자들의 간접세 부담은 커졌고, 세법 개정으로 다수의 직장인들은 세금을 토해내야 할 위기다.요 며칠은 연말정산 때문에 소란스러운 분위기다. 연말정산 세법 개정으로 연말정산 제도는 자녀 인적공제와 의료비, 교육비 등 일부 항목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었다. 정부는 연봉 5500만원 이하는 세금에 변동사항이 없고 연봉 7000만원 이상은 3만원, 8000만원 이상은 33만원이 증세된다고 발표했다.정부의 이같은 계산은 틀렸다는 것이 납세자연맹의 주장이다. 납세자연맹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연봉 2360~3800만원 사이 미혼 직장인은 17만원 증세, 작년에 자녀를 낳은 연봉 6000만원 직장인은 세금혜택 34만원 축소, 연봉 7500만원 맞벌이 직장인은 75만원 세금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은 1만명의 연말정산 데이터를 검증해 보니 80% 이상이 정부 발표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뿔난 근로자들의 서명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납세자연맹의 근로자 증세 반대 서명운동 페이지에는 23일 오전 11시 현재 1만4850명이 서명한 상태다.증세는 없다던 약속을 어긴 것도 문제지만 납세자들이 분노하는 더 큰 이유는 형평성이다. 법인세 인상은 기업과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정부가 과세가 편리한 근로자들의 ‘유리지갑’만 호기탐탐 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실제로 기업들은 연간 9조원에 달하는 법인세를 감면 받았고 그 마저도 대기업이 독식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에 따르면 2013년 신고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전체 법인세 조세 감면액은 9조3197억원이다. 이중 상위 10대 대기업이 4조2553억원의 혜택을 받았다. 10대 대기업이 전체 조세감면액의 46%를 독식하는 동안 42만 중소기업에 돌아간 조세감면액은 23%에 불과했다.이명박 정부가 법인세율을 인하하기 이전인 2008년과 비교하면 대기업에 대한 조세 혜택은 더욱 두드러졌다. 5년 사이 상위 10대 대기업의 조세감면액은 1조8339억원 늘어난 반면 42만 중소기업의 조세감면액은 오히려 810억원이 감소했다. 대기업에 세금 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비어버린 정부 곳간을 근로자 지갑에서 메우려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제라도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인하고 대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조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조세부담 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세금이 분배되는 ‘조세정의’가 올바로 확립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