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에 따라 임금 차등해도 차별 아니다

프린트

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근무지에 따라 임금 차등해도 차별 아니다 합리적 이유없는 차별은 불법행위…손해배상 책임 부담

기사입력2015-02-23 14:00

박현진 객원 기자 (kpla123@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공인노무사

○○저축은행(이하 사용자)의 서울 지역 소재 사무소 근로자들의 임금은 서울 이외 지역 사무소 근로자와 비교해 15~30%포인트 높았다. 서울 이외 지역 사무소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A를 포함 6명은 사용자를 상대로 재직 당시 차등 지급받은 임금 차액 상당의 임금청구소송을 청주지방법원에 제소했다.

근로자 “서울 근무자 임금이 15%~30% 높은 것은 ‘차별적 처우’”

이들은 사용자가 헌법 제11조와 근로기준법 제6조 그리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을 위반해 차별적 처우를 행했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11조 제1항은 ‘평등의 원칙’ 선언과 함께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근로기준법 제6조는 ‘성별·종교·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하는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제1항은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지급’을 명시함으로써 성별에 따른 임금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차별적 처우 주장에 대해 사용자는 “헌법 제11조 제1항, 근로기준법 제6조,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제1항은 근무지에 따른 임금의 차등지급을 규율하는 것이 아니어서 이 사건 근로자 A등에게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서울 지역 이외 근로자들에 대한 차등적 임금 지급은 “근무지역 및 여러 제반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항변했다.

사용자 “근무지에 따른 임금 차등을 규율하는 법은 없어”

이 사건의 쟁점은 근로자 A등에 대한 차등적 임금 지급이란 사실관계에 헌법 및 근로기준법 그리고 남녀고용평등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그리고 헌법 등 관련법을 적용하는 경우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차등적 임금 지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는지에 모아졌다.

법원은 근무지에 따른 차등적 임금 지급에 대해 합리적 이유가 있어 차별적 처우에 해당되지 않아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비자트

이 사건에 헌법 제11조 제1항이 적용될 수 있는가? 법원은 헌법 제11조 평등권 등,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 효력에 대해 “제1차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영역을 공권력의 침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권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헌법의 기본적인 결단인 객관적인 가치질서를 구체화한 것으로서, 사법을 포함한 모든 법 영역에 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사인간의 사적인 법률관계도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에 적합하게 규율되어야 한다”고 설시했다.

근로관계와 같은 ‘사인간의 법률관계에 헌법상 기본권 규정이 적합하게 규율’되는 구체적인 형태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이에 대해 법원은 기본권 규정을 ‘직접’ 또는 ‘간접’ 적용하는 방식을 취한다.

기본권 규정이 직접 적용되는 경우를 보자.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에 대해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노동3권과 같이 헌법상 기본권 규정에 권리의 구체적인 내용 그리고 권리 및 의무의 주체 등이 명시된 경우에는 사인간의 법률관계에 기본권 규정을 직접 적용하는 데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같은 이유로 직업선택의 자유(제15조), 국민의 재산권(제23조 제1항) 등과 같은 기본권의 경우에도 사법관계에 직접 적용된다. 근로관계 중 이중취업을 제한하거나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근로관계 종료 이후에도 근로자의 전직을 제한하는 조치가 과도하거나 합리적 이유가 없는 경우에는 헌법이 보장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죄를 구성하게 된다.

기본권 규정이 간접 적용되는 경우를 보자. 헌법 제11조 평등권은 권리 또는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이 불분명하다. ‘평등의 원칙’을 선언하긴 했지만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만을 금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 사건의 경우 근로자 A등에 대한 차별적 처우에 대해 사용자는 ‘근무지에 따른 임금의 차등지급’이라 항변하고 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는 경우 헌법 제11조를 ‘직접’ 적용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무리다. 이런 이유 등으로 법원은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이론을 활용함으로써 헌법 제11조 평등권의 헌법적 가치를 구체화하는 것과 함께 실효성도 도모하고 있다.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을 포함 모든 불합리한 차별에 대해 평등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로 보고, 헌법 제11조 평등권을 ‘직접’이 아닌 ‘간접’ 방식으로 적용한다. 민법 제750조에 따르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불합리한 차별, 평등권을 침해한 민법상 불법행위로 손해배상 책임 부담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간접’ 적용 방식을 택했다. 사용자의 차등적 임금 지급이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면 근로자 A등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규정에 기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법원은 근로자 A등의 청구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가 아니라 헌법 제11조 위반을 이유로 미지급 임금을 구하고 있다는 점, 헌법 제11조 위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사용자에게 미지급된 임금 상당액을 확정하는 사법상 권리관계가 인정되는 것이라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들의 주장을 기각했다(2014. 11.13. 선고, 2014가합1338 임금).

법원의 판단과 같이 근로자 A등이 헌법 제11조 위반이 아니고, 불합리한 차별에 의한 평등권 침해 등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그 결과는 어땠을까? 결론은 같았다. 이 사건 사용자의 근로자 A등에 대한 차등적 임금 지급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어 차별적 처우에 해당되지 않아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차등 임금 지급, 합리적 이유 존재

법원은 근로자 A등에 대한 차등적 임금 지급에 대한 합리적 이유에 대해 ‘①2010년 당시 서울 지역 소재 8개 저축은행의 남자 대졸 초임 직원의 평균연봉이 다른 동종업계의 평균 연봉과 비교하여 약 30% 가량 낮아 서울 지역에 근무할 유능한 신규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동종 업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할 필요가 있었던 점 ②서울 지역에 지점을 개설하면서 피고 회사는 기존에 다른 지방에서 근무하고 있던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원할 경우 자유롭게 서울 지역으로의 전근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였던 점 ③업무의 내용과 성격, 업무의 난이도, 근로자의 경력 기타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책정하여 지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이라 볼 것이고, 피고 회사의 급여규정 제26조에 의하더라도 피고 회사의 연봉은 기준봉급을 기준으로 하여 저축은행의 경영실적, 개인별 근무성적 및 근무지역 등을 참고하여 대표이사가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④원고들의 임금 역시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대표이사가 정한 범위에서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의 연봉계약에 의하여 매년 결정되어 지급되었던 것인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근로기준법 제6조의 차별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 법원은 사용자의 임금 차등 지급이 “성별·종교에 따른 차별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하다며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하는지 여부만을 검토했다. ‘사회적 신분’이란 의미에 대해 법원은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서울지역이 아닌 (서울 이외) 지역에 근무한다는 것이 변경할 수 없거나 계속적·고정적인 성격을 가지는 지위라고 보기 어렵고, 근로자의 특정한 인격과 관련된 일신전속적인 표지라고 할 수도 없으므로 이를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규정하는 ‘사회적 신분’에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근로자 A등에 대한 임금 차등지급에는 근로기준법 제6조에 명시된 차별사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 근로자 A등의 주장을 기각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제1항 적용 여부에 대해 법원은 사용자의 차등 임금 지급이 성별에 따른 것이 아니라 근무지역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로 남녀고평법 8조 제1항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지급 위반을 근거로 한 근로자 A등의 주장 역시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