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무 보증한 이사가 퇴사한 경우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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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회사채무 보증한 이사가 퇴사한 경우 책임은? 포괄근보증, 보증계약 해지권 인정…재직중 채무는 책임

기사입력2015-05-04 14:00

이영철 객원 기자 (lawlyc@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법무법인 ‘주원’ 이영철 변호사

흔히 이사가 보증하는 경우, 그 이사는 대표이사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회사의 대주주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경우에는 퇴사 이후 책임 존속 여부를 따지는 경우가 드물다. 회사 오너가 아닌 자가 회사의 대표이사가 되는 경우, 흔히 말하는 전문경영인이 대표이사가 되는 경우에 이 문제가 대두된다.

실제 사례를 한 번 들어보기로 한다. 어느 금융회사에 오너가 따로 있는 상황에서, 그 오너가 평이사로 있던 A에게 대표이사를 맡을 것을 권유했고, A는 고민 끝에 이를 수락했다. 제2금융권의 금융회사였기 때문에 제1금융권으로부터의 차입 등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A는 대표이사로서 개인 연대보증을 했다. 하지만 상황은 IMF와 맞물려 급박하게 진행됐고, 이에 이 금융회사의 오너가 대표이사로 경영일선에 다시 등장했으나 이도 역부족이어서 결국 이 금융회사는 파산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회사 오너가 경영일선에 복귀한 시점부터 파산 시점까지 약 7~8개월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A는 연대보증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이 금융회사의 채무를 모두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재판에서 다투었지만, 그 보증책임은 인정될 수밖에 없었다.

만일 위와 같은 사안에서 A가 퇴사하자마자 그 연대보증계약을 해지했으면, 위 회사채무를 떠안지 않았을 수 있었는지가 중요한 문제다. 판례는 회사의 이사라는 지위에서 회사와 금융기관 사이의 계속적 거래로 인한 회사의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인이 된 자가 그 후 회사로부터 퇴직해 이사의 지위를 상실한 경우, 보증인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연대보증계약 성립 당시의 사정에 현저한 변경이 발생한 것을 이유로 그 보증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다만, 판례는 이 경우 무조건 그 해지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증한 채무의 내용이 확정적인 경우에는 그 해지권을 부정하고 불확정적인 경우에만 해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즉 판례는 채무액이 특정돼 있고, 변제기가 특정 시기로 돼 있는 경우 이는 채무내용이 확정적인 것이어서 대표이사가 퇴사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사정변경에 의한 해지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포괄근보증이나 한정근보증과 같이 채무액이 불확정적이고 계속적인 거래로 인한 채무에 대한 보증의 경우에는 대표이사 또는 이사가 퇴사하는 경우, 사정변경으로 인한 해지권을 인정하게 된다.

이와 같이 해지권이 인정된다는 것은 아예 퇴임한 이사 또는 대표이사의 보증책임이 전부 면제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사 또는 대표이사가 이사 또는 대표이사로서 재직했던 기간에 발생한 채무에 대해서는 여전히 책임을 지지만, 퇴사한 이후에 발생한 채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음을 의미한 것이다.

사정변경에 의한 해지권, 언제 행사했는지 따라 책임범위 달라

따라서 위의 예에서 A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기간 중에 회사의 ‘갑’ 금융회사와의 금융거래에 의한 채무에 대해 5억원의 범위 내에서 포괄근보증을 섰다고 하자. 그런데 그 회사가 ‘갑’으로부터 1억원을 대출받고, 6개월 뒤에 변제를 했고, 다시 변제한지 한달 후 3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3억원의 대출이 상환되지 않은 상태에서 A가 회사를 퇴사했으며, A가 퇴사한 다음 위 회사가 다시 ‘갑’으로부터 2억원을 대출받았는데, 그 후 이 회사가 부도가 난 경우에 A의 책임범위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자.

포괄근보증이나 한정근보증과 같이 채무액이 불확정적이고 계속적인 거래로 인한 채무에 대한 보증의 경우에는 대표이사 또는 이사가 퇴사하는 경우, 사정변경으로 인한 해지권을 인정하게 된다. 하지만 재직했던 기간에 발생한 채무에 대해서는 여전히 책임을 진다.<자료=비자트>

이 경우에도 A가 퇴사 이후 사정변경에 의한 해지권을 ‘갑’에게 행사했는지, 했다면 언제 ‘갑’에게 해지권을 행사했는지에 따라 그 책임범위가 달라진다.

우선 A가 회사 부도 시까지 퇴사를 이유로 한 해지권을 ‘갑’에게 행사하지 않은 경우에는, 위 회사가 변제하지 않은 3억원과 2억원, 합계 5억원의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책임을 지게 된다.

한편 A가 퇴사하면서 바로 이를 이유로 한 해지권을 ‘갑’에게 행사한 경우에는, 그 해지권 당시의 미변제 채무인 3억원의 대출채무에 대해서만 그 연대보증책임을 지게 된다. 2억원의 대출채무는 A가 해지권을 행사한 이후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A는 이에 대해 연대보증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퇴임하는 이사의 보증계약 해지권을 인정하는 이유에 대해서 판례의 입장을 한번 그대로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대법원은 “보증계약 성립 당시의 사정에 현저한 변경이 생겨 보증인에게 계속하여 보증책임을 지우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해석 내지 신의칙에 비추어 상당하지 못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상대방인 채권자에게 신의칙상 묵과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증인은 일방적인 보증계약해지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보증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하고, 나아가 “회사의 이사라는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부득이 회사와 은행 사이의 계속적 거래로 인한 회사의 채무에 연대보증인이 된 자가 그 후 회사로부터 퇴직하여 이사의 지위를 상실하게 된 때에는 사회통념상 계속 보증인의 지위를 유지케 하는 것이 부당하므로, 연대보증계약 성립 당시의 사정에 현저한 변경이 생긴 것을 이유로 그 보증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0. 3.10. 선고, 99다61750판결).

이와 함께 회사의 이사와 친분관계에 있는 제3자가 그 이사의 요청으로 불확정한 회사채무를 연대보증한 경우에도, 그 이사의 퇴직을 연대보증계약의 해지사유로 인정하는 판례가 있다.

그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A는 X회사의 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매형 B의 요청으로 회사채무의 담보를 위해 자신의 소유 아파트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주고 인감도장을 회사에 맡겨 필요한 때에 X회사의 채권자인 Y와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하도록 포괄적으로 위임했다. A는 B가 회사에 이사로 근무한 기간에는 회사채권자 Y와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하도록 위임한 것이지만, B가 회사의 이사직에서 퇴임한 후에는 계속해 연대보증을 할 사유가 없는 것이다. 또 B가 회사에서 퇴직한 후에 회사채권자 Y는 보증인 A의 요청에 따라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에 대법원은 회사채권자 Y의 위 조치는 B의 퇴직을 인식한데 근거한 것이므로, 채권자는 위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요청을 수락함으로써 A와의 연대보증계약 해지에 합의하였거나 그렇지 아니하더라도 B의 퇴직 후에는 A가 그 연대보증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1994. 3.22. 선고, 92다42934판결).

보증한도액 없으면 보증인 사망해도 발생채무 외 상속 안돼

여기서 또 한 가지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 이사가 포괄근보증과 같은 회사의 불확정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을 했으나 사망한 경우, 그 채무가 상속인들에게 상속이 되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보증한도액이 정해진 계속적 보증계약의 경우 보증인이 사망하였다 하더라도 보증계약이 당연히 종료되는 것은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인들이 보증인의 지위를 승계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보증기간과 보증한도액의 정함이 없는 계속적 보증계약의 경우에는 보증인이 사망하면 보증인의 지위가 상속인에게 상속된다고 할 수 없고 다만, 기왕에 발생된 보증채무만이 상속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1. 6.12. 선고 2000다47187 판결).

이 사례는 보증한도액이 보증약정서에 기재돼 있기는 했지만, 망인의 다른 보증약정서에는 모두 보증한도액이 기재돼 있지 않고, 그 필체 등으로 볼 때 망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 한도액을 기재했을 가능성이 큰 점 등에 비추어 위 보증계약은 보증한도액이 정해지지 않은 포괄근보증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 보증채무가 상속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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