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 3자 배정…기술도입·재무개선으로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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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신주 3자 배정…기술도입·재무개선으로 제한 제 1·2 대주주 분쟁…경영권 방어위한 신주발행은 무효

기사입력2015-05-18 14:00

이영철 객원 기자 (lawlyc@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법무법인 ‘주원’ 이영철 변호사

주식회사는 흔히 제1대주주와 제2대주주가 존재하고 초기에는 이들 제1, 2대주주가 협력하는 밀월관계가 유지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제1대주주의 전횡 등에 불만을 품고 제2대주주가 제1대주주에게 반기를 들게 되고, 결국에는 제2대주주가 제1대주주가 되기 위한 모종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예컨대 비밀리에 주식을 매집한다던가, 기존에 제1대주주에게 우호적이었던 소수주주들을 자기 쪽으로 끌어들여 주주총회를 통해 기존 제1대주주가 선임한 이사들을 해임한다던지 하는 일들을 벌이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와 같은 경영권분쟁과정에서 기존 제1대주주가 제2대주주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가 있다. 즉 기존 제1대주주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제3자에게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도록 해, 제1대주주 측의 지분을 더 늘림으로써 제2대주주가 확보한 지분보다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경영권방어를 위해 신주를 발행하는 것에 대한 법원의 판례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한화종금사건’이다.

한화종금에는 대주주로서 제1대주주인 한화그룹 계열사들과 제2대주주인 A가 있었다. 한화종금의 경영진은 제1대주주군인 한화측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고, 제2대주주인 A는 감사의 직위만 갖고 있었다. A의 한화종금 주식 비밀 매집으로 1996년 12월6일에는 A측의 보유 주식 수가 한화측을 능가해 제1대주주군이 되어 한화측에 대해 경영진의 개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한화측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사전에 전환사채 인수인들과 협의해 협조를 약속받고, 그 당시를 기준으로 제1대주주군이자 감사인 A측에게는 철저히 비밀에 붙인 채, 장악하고 있던 이사회로 하여금 1997년 1월7일 전격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케 했다. 그 물량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A측과의 지분 비율을 다시 역전시키기에 충분한 400억원이었고 전환기간은 제한을 두지 아니하여 발행 즉시 전환이 가능케 했다. 이에 따라 전환사채 인수인들은 발행 당일로 400억원의 전환사채를 전액 인수해 그 익일인 1월8일부터 1월10일까지 사이에 그 중 38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했고, 경영진 개편을 위해 같은 해 2월1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전환된 주식의 의결권을 모두 한화측에게 위임해 버림으로써 한화측은 지분 비율의 우위로 경영권을 방어하게 됐다.

2001년 개정 상법은 신주의 제3자 배정이 정관에 규정된 경우 가능하지만, 그 목적을 제한해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하도록 하고 있다. <자료=비자트>

이에 A는 위 전환사채 인수인들이 전환권을 행사한 신주에 대하여 그 의결권행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환사채의 발행 및 이를 바탕으로 한 신주의 발행은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위 전환권 행사를 통한 신주의 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논거를 인용하면, 우선 전환사채의 발행은 경영권분쟁 상황 하에서 열세에 처한 구 지배세력이 지분 비율을 역전시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음을 기화로 기존 주주를 완전히 배제한 채 제3자인 우호 세력에게 집중적으로 ‘신주’를 배정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채택된 것으로서, 이는 전환사채제도를 남용해 전환사채라는 형식으로 사실상 신주를 발행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전환사채의 발행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한 위법이 있어 신주 발행을 위와 같은 방식으로 행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를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하여 A의 신주인수권이 침해됐음을 그 논거로 들었다.

주식회사에 있어 상법은 신주인수권이 원칙적으로 기존 주주에게 있고, 예외적으로 정관이 제3자 배정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에는 주주 이외의 자에게 발행 신주를 인수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변칙적인 경영권 방어 목적의 신주발행에 대해서는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인 것이다. 이러한 판례들이 쌓이면서 2001년 개정 상법은 신주의 제3자 배정이 정관에 규정된 경우 가능하지만, 그 목적을 제한해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도록 하고 있다(상법 제418조 제2항 참조).

또한 법원은 ▲이 사건에서 전환사채 발행의 주된 목적은 경영권분쟁 상황 하에서 우호적인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점 ▲경영권을 다투는 상대방이자 감사인 A에게는 이사회 참석 기회도 주지 않는 등 철저히 비밀리에 발행함으로써 발행유지가처분 등 사전 구제수단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점 ▲발행된 전환사채의 물량은 지배구조를 역전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고, 전환기간에도 제한을 두지 않아 발행 즉시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했으며, 결과적으로 전환사채 인수인들의 지분이 경영권방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전환사채 발행은 현저하게 불공정한 방법에 의한 발행으로써 이 점에서도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는 논거를 들고 있다. 즉 한화측 전환사채의 발행과정과 방법이 현저하게 불공정하기 때문에라도 이 전환사채의 발행은 무효라는 것이다.

한화측은 A측이 주식을 비밀리에 매집하는 과정에서 그 당시의 허술했던 증권거래법의 관계 규정을 교묘히 회피해 나감으로써 법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가져온 것을 문제 삼으면서, 무효를 주장할 자격이 A에게 없다는 항변을 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와 관련해 못마땅한 면이 없지 않으나, 그렇다고 해 A가 이 사건 전환사채 발행의 무효를 주장할 자격이 없게 된다고 할 수는 없으며, 또 이것이 한화측의 위법한 대응을 정당화시킬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또 한화측은 이미 발행 및 전환이 끝나 저질러진 일이니 거래의 안전을 위해 전환사채의 발행을 무효화시켜서는 안된다는 항변을 했으나, 법원은 한화측의 위법 정도가 중대하고, 전환된 주식을 사전 통모한 인수인들이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처분금지가처분결정이 내려졌고 적어도 금융계에서는 이 사건 분쟁 상황이 처음부터 공지의 사실화되어 선의의 피해자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거래의 안전을 해칠 우려는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위와 같은 논거들을 들어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발행은 무효이고 이를 바탕으로 한 신주 발행 역시 무효이므로 A의 주주권에 기하여 위 신주에 관한 의결권 행사 금지를 구하는 A의 이 사건 신청은 피보전권리(가처분신청을 구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권리, 필자 주)에 대한 소명이 있다고 했다.

법원의 이와 같은 태도가 지속되면서, 법원의 입장이 상법 개정으로 반영되었고, 이 상법 개정 후 법원은 기술도입의 필요성도 없었고, 재무구조를 개선할 긴급한 필요성도 없는데, 단지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상법 제418조 제2항을 위반하여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와 같은 신주발행은 무효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9. 1.30. 선고 2008다50776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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