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 일감찾는 임시직 ‘좋은 일자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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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스마트폰에서 일감찾는 임시직 ‘좋은 일자리’인가 일거리 못 잡을까 불안한 가장들…편의점 앞의 임시고용 광경

기사입력2015-07-23 18:3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꽤 늦은 시간인데, 제법 북적인다. 편의점 앞에 파라솔 등을 놓고 쉼터를 만들어 놓았는데 앉을 자리가 없다. 주변 벤치도 마찬가지다. 40~50대로 보이는 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한결같이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어떤 이의 경우는 알수 없는 호출기 같은 기기다. 무언가 잡았다 싶더니 바로 자리를 뜬다. 이런 모습은 늦은 시간에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전 시간에도 비슷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다만 그 시간대에는 주변에 오토바이가 서 있다. 대리운전 기사들과 퀵서비스 기사들이 호출(일거리)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어느샌가 이러한 긱 경제(gig economy:임시직 경제) 형태의 일자리가 부쩍 눈에 띈다. 이들 중에는 아이 학원비라도 벌어 볼려고 늦은 시간에 대리운전을 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대다수는 누군가에게 고용돼 있지 않고 필요할 때 일시적으로 일을 하는 ‘자영업자’다. 미국의 차량공유서비스 ‘우버’ 택시기사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자신이 업무시간을 통제하고 때론 일반 직장인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아(내가 한 만큼 벌 수 있다는 표현) 직장인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누구보다 빠르게 일을 따야 하고 가격 역시 다른 경쟁자보다 낮아야 하기 때문에 직장인이 마냥 부러워할 일이 아니라는 게 긱 경제에 몸담아 온 이들의 얘기다.

자동화, 재택근무, 아웃소싱 등이 보편화되고 노동환경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20~30년전부터 나온 분석(예측)처럼 긱 경제가 새롭고 혁신을 가져온 측면 또한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로인한 일자리가 ‘좋은’ 그리고 ‘마땅한’ 것인지는 의아스럽다. 예를들어 매일 어느 시간에 집중적으로 스마트폰 앱 서비스를 통해 일감을 찾아야 한다면 ‘안정되게 가정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라 할 수 없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이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일자리 창출’이라는 구호에 매여 질보다는 숫자 채우기에 급급해 하지는 않을지, 혹은 이것이 기존 제조업과 IT가 접목한 ‘창조경제’로 오해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임시고용이라도 일감을 못 잡을까 불안한 편의점 앞 가장들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은 일을 번듯한 직장(업종에 따라 다르지만)에서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