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못잖은 ‘라이언 브라운’ 콜라보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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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예술 ㅣ 예술경영 아이돌 못잖은 ‘라이언 브라운’ 콜라보의 진화 국민캐릭터 카카오프렌즈-글로벌캐릭터 라인프렌즈, 中企 활용 가능

기사입력2016-03-07 00: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1. “신규 캐릭터에 대한 반감이 있을까 걱정했죠. 인기 아이돌그룹에 새 멤버를 영입하는 기분이랄까요?” 카카오프렌즈 윤영진 셀장은 신규 캐릭터 ‘라이언’을 준비하며 이런 고민이 들었다고 했다. 라이언은 곰돌이를 닮은 사자 캐릭터로, 지난 1월 카카오프렌즈에 합류한 새 식구다. 카카오프렌즈는 이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로 자리 잡은 것은 물론, 다른 회사에 빌려주고 수입도 벌어들이는 ‘귀한 몸’이다.

#2. 라인프렌즈는 메신저앱 ‘라인’에서 처음 등장한 캐릭터다. 라인은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로 국내에선 카카오톡에 밀리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강세다. 라인의 월간 실사용자수는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외 합산 2억1500만명으로 카카오톡(4800만명)보다 4배 이상 많다. 국가별 분포를 보면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주요 4개국 이용자 수만 1억4470만명에 달한다.

메신저 대화창에서 놀던 이모티콘들이 오프라인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사의 캐릭터를 활용한 학용품, 생활용품, 옷, 인테리어소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카카오프렌즈는 전국에 15개 매장을 냈고 라인프렌즈는 국내에 7개, 일본 중국 대만 등 해외에 4개의 매장을 냈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본사에서 독립해 ㈜카카오프렌즈, 라인프렌즈㈜를 차렸다. 캐릭터를 활용한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쳐나가겠다는 의도다.

(왼쪽부터) 경기도 판교 현대백화점 내 카카오프렌즈 매장과 서울 이태원의 라인프렌즈 매장. <사진=중기이코노미, 라인프렌즈>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에서 나오는 매출은 크게 두 축으로 구분된다. 메신저앱에서 이모티콘을 판매하는 온라인 매출과 캐릭터 상품에서 나오는 오프라인 매출이다. 중기이코노미는 카카오와 라인에 캐릭터 관련 매출액 자료를 요구했으나, 두 회사 모두 구체적인 매출액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IR자료를 기반으로 추산해보면 두 회사의 이모티콘과 캐릭터 상품 매출은 최소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라인의 경우 법인 매출의 4분의 1이 메신저앱 내 이모티콘에서 나온다. 라인에서는 이모티콘이 아닌 스티커라고 부른다. 네이버의 IR자료에 따르면 2015년 연간 스티커 매출은 약 290억엔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행한 캐릭터산업 백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캐릭터산업 규모는 전년 대비 10.5% 신장한 8조3068억원이었다.

카카오와 LG생활건강의 페리오가 콜라보레이션한 치약세트. <사진=카카오프렌즈>

◇국민캐릭터 ‘카카오’ vs 아시아 섭렵한 ‘라인’=카카오와 라인은 캐릭터 종류나 상품 구성 면에서 공통점이 많다.

카카오는 8개, 라인은 10개의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에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를 꼽아달라고 하자 카카오는 ‘라이언’을, 라인은 인형만 20만개 이상 판 ‘브라운’을 선택했다. 상품군은 다각화하는 추세다. 두 회사 모두 문구, 장난감, 리빙, 패션, 액세서리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카카오에는 식품이, 라인에는 동화책·유아복 등 키즈 제품이 있다는 것 정도다.

내수용인 카카오는 국내 소비자들의 삶에 더 깊숙이 파고들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 커뮤니케이션팀 이윤근 매니저는 “카카오프렌즈는 국민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연령층에서 이렇게 매일 만날 수 있는 캐릭터는 찾아보기 어렵다. 평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인 이모티콘으로 시작된 만큼 사용자들이 느끼는 애정이 높다”면서 “소비자의 일상과 가까운 제품을 출시해 즐거움을 주겠다”고 했다.

라인은 해외시장에 주력한다. 지난해 라인프렌즈 오프라인 매장을 찾은 고객은 2200만명으로, 오프라인 매출의 70%는 외국인이었다. 올 상반기에는 일본 후쿠오카에도 매장을 연다. 네이버 홍보실 김현지 과장은 “카카오프렌즈와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라인프렌즈는 국내에서도 인기가 있지만 해외에서 더 많은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라며 “올해도 아시아 지역에 적극 진출해 미키마우스와 헬로키티를 잇는 캐릭터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라인프렌즈와 독일 만년필 브랜드 라미의 콜라보레이션 제품. <사진=라인프렌즈>

◇라이언·브라운 몸값은 ‘비밀’…“중소기업과도 협업 가능”= B2C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고 싶은 기업이라면 이들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카카오프렌즈는 최근 3년간 15개 이상의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생활용품, 식음료, 패션 등 국내 소비자들의 생활에 밀접한 브랜드가 주를 이뤘다. 카카오는 LG생활건강에서 출시한 페리오 카카오프렌즈 치약세트를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 사례로 꼽았다.

이윤근 매니저는 “평소 자주 사용하는 캐릭터를 생필품에 반영해 양치질하는 즐거움을 준 제품”이라며 “출시하자마자 초도 물량이 매진되는 등 LG생활건강의 매출도 견인한 사례”라고 했다. 카카오는 편의점브랜드 씨유, 교통카드 티머니, 아이스크림브랜드 베스킨라빈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 ‘빈폴’과도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라인프렌즈는 해외브랜드와의 스킨십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독일 만년필브랜드 ‘라미’, 스웨덴 도자기브랜드 ‘구스타브베리’, 네덜란드 조명브랜드 ‘미스터마리아’ 등 다양한 해외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다.

김현지 과장은 “85년의 역사를 가진 ‘라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다른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한 적이 없었다”며 “라인프렌즈와의 첫 콜라보레이션을 위해 ‘브라운’만을 위한 컬러를 개발했으며, 만년필에 끼울 수 있는 클립을 고안한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다”며 성공 사례로 꼽았다.

지금까지 두 회사가 제휴한 회사들은 대기업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기업 규모를 두고 제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카카오는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자주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라면 기업 규모와는 관계없이 제휴할 의사가 있다”고 했고 라인 역시 “양사가 윈윈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협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캐릭터의 ‘몸값’은 두 회사 모두 비밀에 부쳤다. 제휴업체와의 계약내용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휴 신청은 카카오(with.kakao.com)와 라인(partner.line.me)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