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4명 중 1명, 월 160만원도 못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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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근로자 4명 중 1명, 월 160만원도 못 받는다 “근로빈곤층 벗어나게 하려면 최저임금부터 올려야”

기사입력2016-11-30 20:28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OECD 회원국 중 22개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저임금근로자 비율이 3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근로빈곤층 경제활동 실태 및 고용복지 연계방안’ 토론회의 목적은 저임금근로자를 위한 고용보험 대책을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이처럼 많은 저임금근로자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최저임금부터 올리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근로빈곤층 경제활동 실태 및 고용복지 연계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고용노동부 장신철 고용서비스정책관(사진 오른쪽)에 따르면, 국내 저임금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23.5%에 이른다. ©중기이코노미

고용노동부 고용서비스정책과 장신철 정책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저임금근로자 비중은 전체 근로자의 23.5%에 이른다. 이는 OECD 22개국 중 아일랜드와 미국에 이어 3번째로 높다. 저임금근로자는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 전일제근로자의 월 임금총액 중 중위임금의 2/3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2015년 기준 전일제근로자 중위임금은 240만원이고, 저임금근로자는 월 160만원 미만을 받는다.

저임금근로자의 비중을 사업체 규모에 따라 분류하면 대부분이 30인이하 사업체에서 종사한다. 전체 저임금근로자의 38.1%가 1~4명, 18.9%가 5~9명, 20.1%가 10~29명 사업체 소속이다. 전체 저임금근로자 중 제조업이 17.1%를 차지해 가장 많았지만, 업종내 저임금근로자 비중을 보면 부동산임대업이 45.1%로 가장 높았다. 부동산임대업에 이어 숙박음식점업 41.1%, 보건업 40.1%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전체 저임금근로자 중 40대 25.7%로 가장 많았고, 학력별로는 고졸이하 근로자의 절반이 넘는 51.7%가 저임금근로자였다. 여성 저임금근로자는 59.3%로 남성 40.7%보다 높았다.

임금격차에 비해 저임금근로자와 고임금근로자간의 근로시간 차이는 적었다. 저임금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은 41.7시간으로 고임금근로자 43.7시간보다 2시간 적다. 한달을 4주로 보면 월 8시간 차이에 불과하다. 저임금근로자의 임금을 법정 최저임금으로 가정하고, 저임금근로자들이 차이나는 월 8시간을 더 근로해도 165만원이다. 여전히 중위임금근로자보다 75만원이 적다. 사실상 같은 시간을 일하면서도 임금격차가 크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의 황선자 박사(사진 오른쪽)는 “근로빈곤층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최저임금부터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이날 근로빈곤층을 위한 실업급여나 근로장려세제, 취업성공패키지 등 다양한 고용복지정책에 대한 설명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황선자 박사는 “월평균 근로소득이 최저임금의 200%, 약 233만원 미만인 가구 중 대다수가 취업자 1인, 즉 가구주가 유일한 소득원인 경우가 많다”며 “저소득 가구주의 종사상 지위를 보면 임시·일용직 비율이 높다. 월평균 근로소득이 최저임금 70%미만인 가구의 경우 8.6%만이 상용근로자다. 소득도 적은데 종사상 지위도 불안하니 빈곤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장신철 정책관의 발표자료를 보면, 저소득층 5명 중 1명은 빈곤에서 탈출해도 다시 빈곤해지는 ‘반복빈곤’을 경험했다. 중간소득의 경우 9.4%, 고소득층의 경우 5.9%만이 반복빈곤을 경험했다. 장 정책관은 “저소득층은 빈곤을 벗어나도 빈곤선 주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2015년 가계동향조사’ 자료 중 ‘저소득 가구의 소득 및 소비실태’를 보면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전체소득에서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고, 정부나 사회보험 및 사회부조 수혜금, 비영리단체로부터 지원받는 보조금인 이전소득 비중이 높았다. 월평균 소득이 최저임금의 70%이하인 가구는 이전소득 비율이 52.7%에 이른다.

황 박사는 “저소득 가구는 가구간 이전지출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며 “결국 기업이 지불해야 할 노동력 재생산 비용을 정부나 여타기관, 부모나 자식 등 다른 가계의 도움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최저임금을 올리면 하나의 가구가 아니라, 이전지출을 하고 있던 다른 가구의 생활개선 효과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과학기술대학교 금재호 교수는 “현재 실업 직전 급여의 90%까지 보장하는 실업급여가 취업의욕을 떨어뜨릴 여지가 있다”며 “실업급여를 취업시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낮춰가는 형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실업급여의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90%, 상한액은 1일 4만3000원이다. 금 교수에 따르면, 실업급여가 비경제활동인구의 취업의욕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상한액과 하한액을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황 박사는 “최대 130만원에 가까운 실업급여액을 보고 취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며 “실업급여 수급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저임금·불안정 근로자가 많다는 것이다. 비경제활동인구를 취업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해선 임금이 높아야 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