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등록, 지역 ‘사리원’은 되고 ‘이동’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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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상표등록, 지역 ‘사리원’은 되고 ‘이동’은 안된다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지, 상품·서비스 원산지 명칭인지 판단 기준

기사입력2017-07-03 15:09

양한나 객원 기자 (hnyang@kanghanip.com) ㅣ다른기사보기

강한국제특허법률사무소 양한나 파트너 변리사

지역명칭을 상표로 사용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과 상품의 품질을 지역적 요인과 결부시켜 떠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상표법적으로 볼 때 지역명칭은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받기 어려운 ‘식별력’이 없는 표장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서울, 뉴욕, 파리 등과 같이 유명한 지역명칭을 상표로 해 특허청에 출원할 경우 거절될 가능성이 크다.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4호에서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略語)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규정을 보면 ‘만으로’라는 요건이 있기 때문에 현저한 지리적 명칭만으로 된 표장이 아닐 경우에는 등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 ‘(가)’의 경우 식별력이 있는 도형 ‘(나)’가 결합이 돼 있기 때문에 등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때 권리는 식별력이 있는 도형에만 생기는 것이고,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 ‘군산’과 주재료인 ‘오징어’를 결합한 ‘군산오징어’에는 생기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다)’라는 상표도 특허청에 함께 등록이 돼 있다. 또한 상표법 제90조 제1항 제4호에서 ‘상표권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 및 그 약어 또는 지도로 된 상표에 해당하는 경우 효력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군산오징어’를 사용해도 상표권 침해를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자료=양한나 변리사>

하지만 현저한 지리적 명칭만으로 된 상표라고 할지라도 오랜 사용에 의해 소비자들에게 특정인의 출처로 인식이 된 경우에는 등록도 받을 수 있고, 권리 주장도 가능하다. 서울우유가 그렇다.

과거 서울우유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 ‘서울’과 원재료 표시인 ‘우유’가 단순 결합한 것으로 식별력이 없어 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거절이유가 통지됐다. 그러나 1937년 경성우유동업조합으로부터 시작돼 현재까지 독점적으로 사용해 왔고, 우유 부분 브랜드 가치 1위일 뿐만 아니라 매출액·광고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으며,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서울우유의 사용에 대해 독점적인 권한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공익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돼 상표권 등록을 받을 수 있었다.

‘현저한’이라는 문구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상표법 심사기준에서는 ‘국가명, 국내의 특별시, 광역시 또는 도의 명칭, 특별시, 특별시·광역시·도의 시·군·구의 명칭, 저명한 외국의 수도명, 대도시명, 주 또는 이에 상당하는 행정구역의 명칭 그리고 현저하게 알려진 국내외의 고적지, 관광지, 번화가 등의 명칭 등과 이들의 약칭을 말하는 것’으로 하고 있으나, ‘사리원’의 경우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지 아닌지 여부에 대해 다툼이 있었다.

불고깃집으로 유명한 ‘사리원 불고기’에서 ‘사리원면옥’으로 등록된 상표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한 사안에서, 특허심판원 및 특허법원은 남북 분단으로 인해 사리원이 지명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일반 수요자들이 잘 안다고 볼 수 없고, 여론조사에 의해서도 사리원을 지명으로 알고 있다는 응답자 수의 비율이 낮은 것으로 보아,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에서는 어떻게 판단이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품이나 서비스업의 원산지로 알려져 있는 지역 명칭의 경우에도 등록을 받을 수 없다.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3호에서는 ‘상품의 산지 등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표장만으로 된 상표에 대해 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동갈비’의 경우 경기도 포천군 이동면 지역에서 생산·판매되는 갈비를 가리키는 관용어처럼 사용되고 있으며,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들도 ‘이동’이 ‘이동 지역에서만 생산·판매되는 독특한 맛을 가진 갈비’의 생산지 또는 판매지의 명칭으로 인식되므로 산지 표시에 해당해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다고 판시한바 있다(특허법원 2001.4.6. 선고 2001허105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