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둘러싼 勞政갈등, 정부가 손 내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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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최저임금 둘러싼 勞政갈등, 정부가 손 내밀어야 소득주도성장은 노동계의 참여와 성원 없이 성공할 수 없다

기사입력2018-06-20 15:13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촉발된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 간 갈등의 골이 깊고 넓어지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19일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에 노동자위원 전원이 불참했다. 노동계 설득을 위해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4일 예정했던 전원회의를 한차례 연기했지만 파행사태를 막지는 못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다음달 16일까지는 심의를 완료해야만 8월5일 고용노동부장관의 확정고시가 가능하다. 빠른시간내 최저임금위원회가 정상화되지 못하면 법정기한에 쫓겨 졸속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지방노동청 서부지청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에 불참을 선언한 노동계의 빈자리가 눈에 띄고 있다.<사진=뉴시스>

같은 날 노동계는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참석하는 대신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개정된 최저임금법은 저임금노동자의 희망을 짓밟은 개악이며, 노동자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달성을 위해 지난 1년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문재인 정부가 노동계로부터 배척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바보짓을 하기엔 주어진 소명이 너무 크고 막중하다. 촛불혁명이 열어준 공간에서, 촛불의 절규였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할 책임은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가 함께 부담해야 한다. 여전히 극우편향 정치세력이 주류인 중앙권력을 재편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시민사회의 지원이다. 재벌·기업 편향의 노동시장을 정상화하고 ‘노동존중사회’로 가기위해 노동계가 비댈 언덕은 문재인 정부내 개혁세력이다. 양측 모두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미 벌어진 작금의 상황을 냉철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최저임금 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감소했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이윤이 줄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최저임금 인상효과가 고임금노동자에게 편중돼 계층간 양극화만 키웠다는 괴담은 그 출처조차 불분명하다. 집권여당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주도하면서 내세웠던 논리도 괴담에서 출발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을 통해 연봉 2500만원내외 저임금근로자의 임금인상을 도모한다고 했다. 이마저도 거짓말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지를 필두로 보수언론 특히 경제학자를 자칭하는 이들은 자신의 주장에 합당한 근거를 내놔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율·실업률 간 인과관계를 실증적으로 제시하지 못할거라면 입을 다물라. 전년대비 16.4%, 인상된 최저임금이 적용된지 이제 6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매듭은 묶은 자가 푸는게 가장 수월하고 빠르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가계소득 증대다. 정부 역시 가계소득 증대를 통해 소득주도성장의 발판을 만들고자 한다. 최저임금 인상 이외 가계소득을 늘릴 수 있는 다른 정책수단을 정부가 제시한다면 노정간의 갈등은 해결될 수 있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주장하는 이유는, 그것이 가계소득을 획기적으로 증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유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노동계를 설득하기 위해선 최저임금 인상 이외 정부가 제안한 가계소득 증대방안이 ‘효과적이고 유력한 수단’임을 보여주면 된다.

노동계에 당부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온 파장을 남의 일 보듯 해서는 무책임한 집단이란 오명만 덧씌워질 뿐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알바를 해고했다는 얘기가 마냥 과장만은 아니다. 인건비를 따먹는 영세하청업체 사장님의 호소 또한 시장논리로 외면하기엔, 그들의 처지도 노동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내 개혁세력에 대한 노동계의 공세가, 보수언론과 자본편향 경제학자의 궤변에 정당성만 더해줄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노동계에 대해 오늘 당장 최저임금위원회 참여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취하하라는 요구는 더더욱 하지 않는다. 믿었던 대통령에게 뒤통수를 맞았기에 화가 나겠지만, 차분하게 들을 수 있는 귀는 열어두었으면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경제팀과 기획재정부 관료 간 힘겨루기가 진행중이다. 노동계가 후자의 손을 들어줄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소득주도성장을 입안한 청와대 경제팀에 이런저런 힘을 실어주는 것 또한 노동·시민사회의에게 주어진 책무다.

노정간 지금 필요한건 대회채널 복원과 신뢰 회복이다. 노동계와 경영계를 포함 우리사회 취약집단인 청년·여성·비정규직·소상공인 대표가 의결권을 갖고 참여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설립을 위한 입법도 마쳤다. 조직된 노동과 자본의 대리인이 주도했던 노사정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명실상부한 ‘사회적 합의기구’로 출범을 앞두고 있다.

최저임금법 개악에 반발해 양대노총 모두 발을 뺐지만, 최단시간내 대화테이블이 마련되기를 고대한다. 최저임금 이외 가계소득 증대방안 모색을 위해 다양한 경제주체가 함께 논의하고 실효적인 합의를 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래야만 노정간의 갈등과 최저임금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도 끝낼 수 있다. 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최저임금법 보완이든, 가계소득 증대방안이든 노동계가 사회적합의기구에 참여 수 있는 명분을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