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기계, 대리점 판매목표 할당…미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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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현대건설기계, 대리점 판매목표 할당…미달시? 판매지원금 중단 또는 계약해지…현대, “터무니 없는 주장”

기사입력2018-09-20 19:46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현대건설기계가 대리점에 판매목표를 강제하고, 목표 미달성 대리점과 계약을 해지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울러 공정거래법이 금지한 불이익 제공, 부당 지원 등 불공정행위를 했다는게 현대건설기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대리점주들의 주장이다.

대리점주 “판매목표 강제했다” vs 현대건설기계 “터무니 없는 주장”

반면 현대건설기계는 중기이코노미와 통화에서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며 판매목표강제 주장을 일축했다. 대리점주에 대한 불이익 제공, 부당 지원 등 불공정행위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현대건설기계(구 현대중공업) 대리점주 5명은 지난 4월 현대건설기계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현대건설기계가 대리점들을 상대로 판매목표강제, 불이익 제공, 부당지원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했다는게 신고이유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현대건설기계 대리점을 10년넘게 운영했던 박영홍 대표는 2016년 11월 본사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대리점을 접었다. 계약해지 사유는 판매부진이었다. 그러나 박 대표는 판매부진이란 계약해지 이유는 거짓이고, 수년간 대리점연합회를 주도하며 본사 갑질에 맞섰던 자신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대표는 자신과 함께 현대건설기계를 공정위에 신고한 4곳의 대리점도 올해 4월 계약이 종료돼, 오는 11월까지 대리점을 정리하란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현대건설기계는 전국의 대리점과 2017년까지 굴삭기와 휠로더 등 위탁판매 계약을 유지했다. 본사가 정한 가격에 대리점이 계약을 체결한 경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거래형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위탁판매 계약에 따라 대리점은 판매계약만 체결하고, 해당제품 대금은 구매자가 직접 본사에 납부했다. 이 과정에서 구매자가 구매대금을 입금하지 않으면, 본사는 대리점에 지급해야할 수수료에서 해당금액을 상계하는 방식으로 위험부담을 대리점주에게 떠넘겼다. 박 대표는 그동안 대리점주들이 본사 지시로 대납해온 대금만 수억원을 상회한다고 주장했다.

판매목표 미달성시 계약해지 또는 조건부 재계약 통지

박 대표 주장에 따르면 현대건설기계는 매월 판매목표를 일방적으로 정해 대리점에 통보했다. 매월 실적평가 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대리점과 계약을 해지하거나 조건부 재계약을 한다고 통지했다. 대리점계약 유지를 위해 대리점주는 고객의 중고장비를 고가로 인수하거나,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 본사가 정한 판매대금과 가격할인 차액분은 대리점주가 부담했다.

현대건설기계는 대리점주들에게 판매목표를 제시하고 기준 요건 미달 시 재계약 불가를 시사하는 공문을 보냈다. <자료=현대건설기계대리점협의회>

현대건설기계는 매월 대리점별 판매목표를 시장점유율 50~70%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당월 포함 2개월동안 판매지원비 2%를 지급하지 않았다. 판매목표를 미달한 당월 이후 익월에 판매목표를 달성해도, 익월분 판매지원비를 주지 않는 페널티를 부과했다.

현대건설기계 대리점의 판매수수료는 제품금액의 4%이기 때문에, 판매지원비 2%는 판매수수료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박 대표는 “판매지원비를 받기 위해, 또 판매목표 미달로 계약해지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리점주들은 무리한 판매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본사 귀책사유인 판매부진, 대리점주 탓으로 돌려

뿐만 아니라 박 대표 주장에 따르면 2015년 6월부터 12월까지 현대건설기계는 대리점주가 판매계약을 체결해도 장비를 제때 공급하지 않았다. 기존 장비가 단종되면서 새 장비 출시 등을 이유로 공급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본사 귀책사유로 인한 판매실적 부진을 대리점주 탓으로 돌려, 박 대표를 포함 5명의 신고인 모두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당시 실적이 부진했던 한 대리점은 통상 1년 단위로 체결했던 계약기간을 본사가 일방적으로 6개월로 단축했고, 3개월 계약도 있었다는게 박 대표 주장이다.

한 대리점주는 현대건설기계가 영업부진을 이유로 통상 1년 단위로 하던 계약을 6개월로 단축 시켰다고 주장했다. <자료=현대건설기계 대리점주협의회>

현대건설기계를 공정위에 신고한 대리점주들의 법률대리인 성춘일 변호사는 “자기가 공급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에 대해 판매목표를 설정하고, 미달성시 계약을 해지하거나 재계약을 하면서 계약기간을 단축했을 뿐 아니라, 판매지원비를 지급하지 않는 등 제재를 가하는 행위는 불공정거래행위”라며 “이는 공정거래법 제23조제1항제4호가 금지한 판매목표강제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기계는 대리점 판매실적에 대한 결과를 평가하고 실적이 부진할 경우 조건부 재계약 및 계약해지 심의를 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사진=현대건설기계 대리점협의회>

현대건설기계 “몇 개월 단위로 쪼개 계약한 사실 없다”

판매목표강제 주장에 대해 현대건설기계 홍보실 담당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 담당자는 “대리점에 대한 판매목표를 강제한 적이 없고, 판매실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거래를 그만두라고 얘기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몇 개월 단위로 쪼개 계약한 사실도 없고, 대리점 정책상 대리점이 고객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등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되는 형태”라고 반박했다.

이 사건을 맡은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 담당자는 중기이코노미와 통화에서 “현재 진행중인 사건이라 관련내용에 대해 답변해줄 수 없으며, 조사 착수여부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