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정신 차려!’ vs 美 ‘Wake up and smell the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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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미국을 읽다 韓 ‘정신 차려!’ vs 美 ‘Wake up and smell the coffee!’ Drinking Metaphor③사이다, soda, coffee, tea

기사입력2019-10-28 16:04

이창봉객원 기자 (cblee@catholic.ac.kr) ㅣ다른기사보기

이창봉 교수(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이번 글에서는 청량음료(soft drink)와 커피(coffee)·차(tea) 관련 표현을 중심으로 한국과 미국 문화권의 특징을 비교한다. 미국 사람들은 햄버거를 즐겨 먹는다. 이 때 함께 마시는 청량음료를 통칭해 ‘soft drink’라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 각 지역에 따라 용어가 달라 혼동을 줄 때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 서해안과 동부지역에서는 ‘soda’라고 부르는 반면 남부에서는 모든 청량음료를 ‘coke’라고 한다. 그러나 시카고를 중심으로 하는 중서부지역에서는 ‘pop’이라고 부른다.

언어는 시대변화에 민감하다. 최근 한국에서 젊은이들 중심으로 널리 쓰이는 은유표현 중 하나가 ‘사이다 발언’이다. 사이다 특유의 톡 쏘는 맛의 의미가 은유 확장된 표현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남이 시원스럽게 대신 한 상황을 묘사할 때 많이 사용된다. 특히 자신이 응원하는 똑똑한 논객이 억지를 부리는 상대방을 정확한 논리로 압도하는 순간에 느끼는 통쾌한 감정, 속이 더부룩한 상태에서 사이다를 마셨을 때 느끼는 청량감을 생각한다면 잘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영어에서는 비슷한 맥락의 뜻으로 돈의 은유(money metaphor)를 써 ‘right on the money’라는 표현을 널리 쓴다. 어떤 사람의 말이나 의견표출이, 핵심사항을 통찰력 있게 꼬집어 전달하는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이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Her comments on the issue were right on the money.

한국어에서도 같은 뜻을 나타내는 은유표현인 ‘정곡을 찌르다’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겉돌거나 핵심을 비켜가는 반면, 누군가 화살과녁의 정중앙을 꿰뚫듯 정확한 의견을 제시했을 때 쓰는 표현이다. 같은 의미를 전하기 위해 미국 영어에서는 화살대신 망치를 사용해 ‘You nailed it’이라고 흔히 말한다. 이 표현의 은유 의미는 우리가 못을 박을 경우, 정중앙을 정확히 때렸을 때의 통쾌함과 성취감을 떠올리면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의 중 동료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핵심을 정확히 지적했다면, 적극적으로 동감을 표현하면서 다음과 같이 칭찬할 수 있다.

I completely agree with you. You nailed it.

‘wake up and smell the coffee’ 표현은, 커피냄새를 마시며 잠에서 깨 일어나는 익숙한 생활의 의미가 은유 확대돼, ‘정신 차려!’라는 뜻의 명령문 형태로 주로 사용된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커피(coffee)는 빵을 주식으로 하는 미국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음료이다. 한국 사람들도 커피를 즐겨 마신다. 요즈음에는 한국에서도 원두커피를 필터에 걸러 마시는 ‘미국식’이 일반화됐지만, 필자가 대학생이었을 때만 해도 인스턴트커피를 커피크림·설탕과 함께 타서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커피를 먹는 방식이 바뀜에 따라 최근 한국에서는 ‘커피를 타(서) 마시다’라는 표현 이외 ‘커피를 내려 마시다’라는 말을 많이 쓴다. 생황습관이나 관습, 문화의 변화가 언어에 반영됐음을 잘 보여준 사례다.

커피가 미국 사람들에게 매우 익숙한 생활의 일부지만, 그들의 일상 영어에서 커피의 뜻이 은유 확장된 표현이 별로 없다는 점은 의외다. 그러나 한 가지 주목할 표현이 있다. 그들은 일상에서 ‘wake up and smell the coffee’라는 굳어진 표현을 잘 쓴다. 대부분의 미국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래서 커피 냄새를 맡으며 잠을 깨고,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익숙한 일상은 광고에서 줄곧 응용된다. 광고는 짧은 시간 내에 사람들에게 응집력 있게 호소할 수 있는 콘텐츠를 담기 때문에, 그 사회의 문화와 가치관을 잘 드러낸다.

미국 서민들에게 매우 익숙한 커피 제품으로 Foldgers 라는 브랜드가 있는데, 이 회사의 TV 광고는 고전적인 인기 광고로 꼽힌다. 익숙한 멜로디의 음악과 함께 ‘The best part of waking up, Foldgers in your cup’이라는 카피문구를 내세워, 단란한 가족들이 아침에 커피냄새를 맡으면서 차례로 일어나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 특집광고에서는, 집 떠나 멀리 있던 아들이 돌아와 아침에 Foldgers coffee를 끓여 놓았더니, 어머니가 익숙한 냄새를 맡고 ‘You're home~!!!’라는 말과 함께 아들을 반기는 장면이 나온다. 이 광고는, 자식들이 각자 다른 곳에서 자립심(self-reliance)을 갖고 열심히 일하다가 ‘Thanksgiving Day’나 ‘Christmas’ 같은 명절에 한자리에 모여 가족끼리 격려하고 사랑을 확인하는, 미국 사람들의 ‘holiday spirit’을 잘 보여줘 큰 인기를 끌었다.

‘wake up and smell the coffee’ 표현은, 이렇듯 커피냄새를 마시며 잠에서 깨 일어나는 익숙한 생활의 의미가 은유 확대돼, 주로 ‘Start to be more realistic and pay attention to what is happening(좀 더 현실적이 돼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함)’, ‘정신 차려!’라는 뜻의 명령문 형태로 주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여자친구가 너무 순진하고 비현실적인 생각에 빠져 어린 아이 같은 생각을 한다면, 이 표현을 써서 다음과 같이 준엄하게 일깨워 줄 수 있다.

Laura. Wake up and smell the coffee. The world is a very cruel place. Stop acting like a teenager.

미국 사람들에게 커피가 있다면 영국 사람들에게는 차(tea)가 있다. 영국 사람들은 미국사람들보다 훨씬 다양한 차를 즐겨 마신다. 하지만 미국사람들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차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전통과 관습을 반영해 일상 미국영어에는 차의 뜻이 은유 확대돼 많이 사용하는 중요한 표현이 있다. 미국사람들은 ‘not one's cup of tea’라는 표현을 잘 쓴다. ‘not something one prefers, desires or enjoys(자기가 즐기거나 좋아하는 것이 아님)’ 이란 뜻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일상생활 중 다른 사람이 호의를 베풀었는데, 자신에게 필요치 않아 정중히 사양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 때 이 표현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Thank you for the tickets, but going to a concert is not my cup of tea.

또 하나 익힐 표현은 ‘tea and sympathy’이다. 이 표현은 슬픔이나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며 위로하는 상황적 의미가 확대돼, ‘soothe someone while listening to their troubles(곤경에 빠진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며 위로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힘든 일을 당한 친구에게 가장 친한 친구로서 당연히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다음과 같이 할 수 있다.

As her best friend, the least I can do is to offer Jenny tea and sympathy during her time of grief. (중기이코노미 객원=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이창봉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