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重에 공적자금, 총수일가 책임 먼저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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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두산重에 공적자금, 총수일가 책임 먼저 물어야 여전한 ‘대마불사’ 관행…반복되는 악순환 고리, 이젠 정말 끊자

기사입력2020-04-11 0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014년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이후 2014~2019년 말 누적 당기순손실만 1조9400억원에 달하는 두산중공업. 계속된 경영악화에 따라 지난 3월 말 600여명의 노동자가 명예퇴직이란 외관을 빌려 일터에서 쫓겨났다. 코로나19 재난 파고가 너무 거세, 여론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600여명의 노동자가 정리해고 당했던 큰 사건이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두산중공업에게 긴급운영자금으로 1조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이유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의 주력인 발전 설비·플랜트가 공공재인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산업의 하드웨어란 현실도 고려했을 터이고. 코로나19 재난 한 복판에서 대량실업 사태가 지역경제에 가져올 충격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일 수 있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민주노총·전국금속노조·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지난 9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현관에서 두산중공업 이사진 등을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고발, 공정위 신고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참여연대 제공>

KDB산업은행을 통한 한도대출 형식의 1조원 지원. 두산중공업 부실사태, 이게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는 게 더 문제다. 약 5조원에 달하는 차입금 가운데 올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등 비은행 차입금만 2조원을 상회한다. 유동성 경색을 풀기위해 급한대로 1조원을 투입했지만, 부실을 모두 털어내기 위해서는 수조원 이상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대마불사 관행이 여전히 작동하는지. 두산중공업 정상화를 목표로 정부가 추가 지원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진다. 남은 수순은 지원 규모와 방식, 절차 그리고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두산중공업의 자구안 마련 정도다. 현재 두산중공업 부실사태와 관련해 언론보도는 여기까지다. 좀 더 나간 내용이 있다면 알짜 계열사 매각, 대주주의 사재출연, 인력구조조정을 포함 임직원의 고통분담 등 조금씩 흘러나오는 자구안 내용이다.

두산중공업 부실사태. 시장논리가 아닌 정부가 개입해 수습해가는 과정, 순서가 완전히 거꾸로다. 대마불사 관행이 자리 잡아서 그런지, 대주주를 포함 경영진의 책임을 추궁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되레 대주주와 경영진과 극우·보수언론 등이 합작해 경영악화에 따른 대량해고, 발전산업 붕괴, 지역경제 도탄 등 거론하며 정부를 겁박하는 모양새다.

대마불사. 악순환의 고리를 이젠, 끊어야한다. 멀쩡한 기업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경영진을 엄중하게 단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 두산중공업 부실사태는 두산그룹 총수일가를 포함 경영진의 무능과 무책임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다. 인재임을 보여주는 부연설명에 앞서, 두산중공업 부실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가짜뉴스가 나돌기에 먼저 반박한다. 2014년 이후 두산중공업이 신규로 수주한 원전부문 비중은 10%대, 해외 석탄발전소 수주량이 86%에 달한다. 탈원전 탓으로 돌려 경영진의 죄를 덮어주면, 두산중공업 부실사태 해결을 더 어렵게 할 뿐이다.

두산중공업 대주주와 경영진의 무능과 오판. 이제 보자. 지구온난화가 가져올 인류의 파멸, 기후 ‘변화’를 넘어 ‘위기’까지 경고하는 시대다. 그런데 두산중공업 주력이 석탄발전소라니. 한 두해도 아니고, 지난 7년 내내 석탄발전소에 매달렸던 경영진의 화석화된 머리가 두산중공업의 부실을 키웠다. 이들 경영진의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못하면, 공적자금 투입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두산중공업 자구안 내용으로 하드웨어 구조조정안도 필수지만, 주력 사업의 획기적인 재편 등 소프트웨어 혁신안이 빠져서는 안되는 이유다.

두산중공업이 지금과 같이 극심한 재정난에 빠진 직접적인 원인은 두산건설의 부실이다. 호미만으로 충분했을 자금난을, 가래로도 막기 어려운 부실덩어리로 만든 당사자가 두산그룹 총수 일가와 경영진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009년 두산건설이 ‘두산 위브 더 제니스’의 대거 미분양 등으로 경영위기에 빠진 이후, 두산건설 지원을 시작하면서 두산중공업도 부실의 늪으로 들어간다.

▲2010년 자회사인 두산메카텍을 두산건설에 합병시켜 현물출자 방식으로 약 7000억원 지원했다 ▲2013년 ‘배열회수보일러’ 사업부분을 두산건설에게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약 5716억원 지원했다 ▲약 8161억원을 동원 2011년, 2013년, 2019년 세 차례에 걸친 두산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2019년 두산건설에 3000억원 대여하는 방식으로 지원 등등.

2010년부터 두산그룹 전체가 나서 두산건설에 2조원을 초과하는 돈을 쏟아 부었다. 그럼에도 재무상황은 호전되지 않았고, 두산건설은 2019년 상장폐지됐다. 이 모든 결정은 두산그룹 박용만 전 회장과 박정원 회장, 그리고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성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등이 주도했다. 주주총회의 위임을 받아 권한을 행사했으면, 그에 따른 책임도 부담해야 하는 법. 경영상 판단과정에서 권한의 일탈·남용, 불법행위를 했다면, 그에 따른 형사처벌을 받아야한다.

두산중공업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규모나 방법에 있어 국민동의가 있어야하고, 사용처 역시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집행돼야 마땅하다. 그에 앞서 두산그룹 총수일가와 경영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따져야만 한다. 지금도 여전한 대마불사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서다.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유사한 형태·방식의 부실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9일, 마침 참여연대가 두산중공업을 공정거래법 제10조의2(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 금지) 및 제23조 제1항 제7호(부당지원행위) 위반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아울러 박지원 회장 등 두산중공업 이사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및 형법상 업무상배임 혐의로, 두산중공업을 상법 제542조의9 제1항 신용공여 위반혐의로 고발했다.

지금 언론에 회자되는 두산중공업 자구안 중에는 대규모 정리해고 방안도 포함돼있다. 총수일가와 경영진의 잘못으로 이미 600여명의 노동자가 희생됐는데, 그 이상 규모의 구조조정방안도 떠돈다. 안될 일이다. 두산중공업을 부실기업으로 만든 주범은 총수 일가와 경영진이다. 애꿎은 노동자에게 또다시 고통을 전담시킨다면, 앞으로 우리는 정의와 형평을 말할 수 없다. 추가적인 인력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 설득하고 동의를 구해라. 그 전에 두산중공업을 망가뜨린 책임자를 찾아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라. 공정위와 검찰의 신속하면서도 철저한 조사·수사를 촉구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