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 사건 교훈, 딜리버리·배민 합병은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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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요기요 사건 교훈, 딜리버리·배민 합병은 재앙 26% 시장점유율도 통제 못하는 공정위…100% 완전독점을 어떻게?

기사입력2020-06-03 18:19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음식점을 상대로 불공정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배달앱 ‘요기요’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6800만원을 부과한다고 2일 결정했다. 배달음식점이 직접 전화주문에 응하거나 다른 배달앱을 이용할 경우, 요기요 앱보다 싸게 판매하지 못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요기요가 배달음식점의 가격결정권을 제한했다고 제재처분을 내린 이유다. 아울러 지침을 위반한 배달음식점에게 계약해지 등 불이익을 줌으로써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행위’를 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저가보장제’를 운영하면서 불공정행위를 한 배달앱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요기요 운영사 독일기업의 한국법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지난해 말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의 지분 87%를 인수했고, 공정위로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받는 중이다. 양사 합병으로 시장경쟁이 제한됨으로써 사회적 편익이 현저하게 저해된다면, 기업결합을 금지하는 게 공정거래법 제3조의2(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 규정의 취지에 부합된다. 그럼에도 공정위가 양사간 합병을 승인한다면, 배달앱시장은 딜리버리의 100% 독점시장(2017년 기준)이 된다.

공정거래법 제23조(불공정행위의 금지)를 위반해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했던 이번 요기요 사건을 들여다보면, 양사가 합병을 추진했던 이유가 분명해진다. 아울러 독과점기업이 경쟁기업과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사회적 후생 또한 감소된다는 사실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영업자 A는 돈가스전문점을 운영하고, 주력 상품은 2만원짜리 스페셜돈가스다. A는 요기요 배달수수료(판매액의 12.5%)가 부담되자, 매장 인근 소비자를 대상으로 전화주문 마케팅을 시작했다. 요기요 앱을 통하지 않고, 전화로 주문한 소비자에게 스페셜돈가스 1개당 1000원을 깎아줬다. A가 직접 배달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매장 인근 소비자로 한정했기에 배달에 많은 시간이 들지는 않았다. 이런 방식으로 절약한 배달수수료(스페셜돈가스 1개당 2500원) 중 1000원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고, A 또한 1500원의 추가 수익을 올렸다. 이전과 달리 손해(?)를 본 자를 굳이 찾으라면 요기요 뿐이다.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요기요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A의 매장 인근 소비자와 A 간 돈가스 거래과정에서 요기요가 한 역할은 아무 것도 없다. 들인 노력이 없으니, 가져갈 몫이 없는 건 너무 당연하다. 배달수수료로 먹고 사는 요기요에 비상이 걸렸다. A 혼자만이 아닌 또다른 A가 전국 각지에서 속속 등장할 수 있다. 요기요 매출에 심대한 타격이 올게 불 보듯 뻔 했다. 요기요는 배달시장에서 가진 강력한 힘을 악용해 A를 고사시키고자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요기요는 A에게 스페셜돈가스 단가를 2만원 밑으로 팔지 못하게 지침을 내렸다. A가 최저가격 지침을 위반하자, 요기요는 A와의 배달대행계약을 해지했다. 다른 자영업자 B도 A와 같이 요기요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했다. 요기요보다 배달수수료가 낮은 배달앱 甲을 이용한 게 계약해지 사유다. 배달앱 甲을 통하면 요기요와의 배달수수료 차액만금 B의 수익은 늘어난다. B 역시 늘어난 수익중 일부를 떼서 소비자에게 콜라서비스를 제공할 여력이 생긴다. 이 경우에도 자영업자 B와 소비자 모두 후생이 커진다. 여기에 요기요와 배달앱 甲 간의 공정한 경쟁을 촉진시킴으로써, 배달수수료 인하 등 사회 전체 소비자 편익 또한 보다 증대될 수 있다.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자영업자 A와 B, 소비자 그리고 요기요 경쟁사인 배달앱 甲 모두가 손해를 입었다. 요기요가 배달시장에서 가진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자영업자 A와 B에게 불공정행위를 강요한 탓이다. A와 B가 전화주문이나 배달앱 甲을 이용하려면, 요기요가 제공하는 고객리스트 모두를 포기해야하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요기요의 배달시장 점유율은 26.7% 수준이다. 1/4 조금 넘는 시장점유율만으로도 배달음식점을 완전히 장악했다. 배달음식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들었던 불법행위에 대한 공정위 제재라고 해봐야 5억원도 안되는 과징금이다. 시정명령을 내렸다지만, 고쳐질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요기요의 과도한 시장지배력 남용을 억제할 구체적인 대책이 부재해서다. 이런 이유로 자영업자 A와 B에 대한 요기요의 불공정행위는 앞으로 보다 교묘하고 은밀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란 게 합리적인 추론이다.

사정이 더 악화됐다. 이젠 요기요가 공정당국의 눈치를 볼 여지조차 사라졌다. 배달통까지 운영하는 딜리버리가 배달의민족마저 합병해 배달시장은 완전독점시장이 됐다. 공정당국에 그럴듯한 포장과 함께 적당한 핑계만 댈 수 있으면, 딜리버리가 배달수수료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인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영업자 A와 B를 포함 모든 배달음식점에게는 대항 또는 대체할 수단이 없다. 딜리버리를 통하지 않으면 배달 자체가 불가능해, 배달수수료 결정과정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다. 소비자 또한 배달앱 간의 공정경쟁을 통해 보다 낮은 가격으로 배달음식을 먹을 기회 자체가 봉쇄당했다.

이번 요기요 사건에서 배달시장 1/4을 점유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가진 힘과 불공정행위의 일부가 드러났다. 영업이 지역 제한적이고, 영세자영업자가 대부분인 배달음식점과 요기요는 대등한 당사자가 될 수 없다. 양자를 상호 대등한 계약주체로 보는 한, 요기요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공정위 최우선 과제는 전국 단위 배달플랫폼·배달인력을 보유한 요기요와 배달음식점 간의 공정거래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 이어야한다. 지금은 공정한 배달시장 조성을 목표로, 억강부약 대책을 꼼꼼하고 세밀하게 다듬어야 할 시점이란 말이다.

딜리버리와 배달의민족 합병은 배달시장 점유율 1/4과 비교 자체가 안되는 100% 독점시장 구축이다. 시장점유율 1/4 사업자의 불공정행위조차 완전하게 근절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100% 완전독점 사업자에 대한 통제는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공정위에 촉구한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와 배달의민족 합병 신청을 거부해야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