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격차 여전…그래서 꿈을 꿀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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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대기업과 격차 여전…그래서 꿈을 꿀수 있는가 청년에게 외면받는 중소기업…임금·복지수준 향상부터

기사입력2021-05-18 10:5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주는 중소기업기본법이 정한 중소기업 주간이었다. 중소기업 주간에 맞춰, 중소기업 정책 및 경제환경과 관련해 다양한 공론의 자리가 마련됐다. 그리고 대·중소기업의 격차 심화, 중소기업 인력난으로 인한 혁신의 어려움 등이 이 자리에서 화두였다.

1989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33회째인 중소기업 주간, 중소기업의 위상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는 우리 경제의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중소기업을 통해 해결하고자 중소벤처기업부를 출범시켰다. 또한 중소기업 지원 예산을 매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격차 심화, 인력난 등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중소기업연구원 노민선 미래전략연구단장이 지난 17일 중소기업중앙회 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9%인 663만9000여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중 종사자 1인 기업이 전체의 70.6%를 차지해, 영세한 기업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촉발된 지난해 중소기업 취업자 수는 전년대비 29만7000명이 감소했다. 7만9000여명이 증가한 대기업 취업자 수와 대조적이다. 기업이 영세할수록 취업자가 더 적어졌고, 연령이 어릴수록 중소기업에 취업한 인원 수는 더 줄었다. 중소기업 인력난 원인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중소기업에서 불만족스러운 처우를 받고, 그만큼의 노동을 제공하며 청춘을 소멸시킨다면, 중소기업은 청년에게서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노민선 단장에 따르면,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평균임금 비중은 2009년 64%에서 2019년 59.4%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간 복지 비중 또한 2010년 58.6%에서 2019년 39.7%로 심화됐다. 2019년 기준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연령이 39.5세인데 반해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연령은 43.1세로 높다.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를 시행한 비중도 대기업이 45.8%, 중견기업이 30.6%, 중소기업이 21.8%였다.

이러한 수치만 봐도 초중고 정규교육을 받은 청년들이 또, 대학교과 대학원 교육을 받은 청년들이 대기업을 뒤로 하고, 중소기업을 선뜻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당장 중소기업이 대기업 만큼의 임금과 복지 수준을 근로자에게 똑같이 제공하는 것 역시 간단한 일이 아니다.

코로나19로 깊어진 양극화를 메우기 위해 미국은 최저임금을 10.95달러에서 15달러로, 무려 37% 인상을 예고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마이너스 성장 중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도 최저임금을 올렸다. 최고임금이 아닌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조차 인색한 기업이라면, 글로벌 시대에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원론적인 얘기이지만, 중소기업 일자리가 매력있는 일자리가 되기 위해서는 임금과 복지수준을 향상시키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적인 성장도 예측할 수 있다. 그래서 노민선 단장은 고졸취업자의 장기재직을 독려하기 위해 ‘근로자-사업주-정부’가 공동으로 10년간 납입해, 10년간 재직한 후 만기 1억원을 수령하는 중소기업 일취월장 공제 프로그램 도입도 제안한다. 또 중소기업 사업주와 근로자 간의 성과공유를 촉진해 임금과 복지수준을 향상시키는 방안도 있다. 정부와 기업, 근로자가 함께 매력있는 직장을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소기업 직원들이 꿈을 가질 수 있는 직장이 돼야 한다. 불만족스러운 처우를 받고, 그만큼의 노동을 제공하며, 청춘을 그곳에서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며 기업과 함께 스스로가 성장해갈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생산성 향상은 물론 장기근속도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