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을 유도하는 기업공제·과세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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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세무회계 임금인상을 유도하는 기업공제·과세 축소했다 투자·상생협력촉진세 폐지 대신 근로소득증대세제 확대해야 하는데

기사입력2022-07-22 14:18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임금인상을 유도하는 기업 대상 세액공제와 과세가 축소된다. 물가상승 우려를 이유로 임금인상을 자제하라는 정부의 당부가 세제개편에도 반영된 셈이다.

21일 발표된 2022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근로소득증대세제를 “재설계”하면서, “대기업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적용기간이 올해 연말까지였는데, 이를 2025년 말까지 연장하면서 적용대상은 줄인 것이다.

근로소득증대세제란 직전 3년 증가율의 평균을 초과하는 임금증가분에 대해 일정 비율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다. 현재는 중소기업 20%, 중견기업 10%, 대기업 5%의 공제율을 적용하고 있다.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당해연도 평균임금 증가율이 직전 3년 증가율의 평균보다 높아야 한다. 단, 중소기업의 경우 당해연도 평균임금 증가율이 전체 중소기업 평균임금 증가율을 고려해 정한 비율보다 높은 경우에도 공제받을 수 있다. 동시에, 당해연도 상시근로자수가 직전연도 상시근로자수보다 많아야 한다.

평균임금을 계산할 때는 임원과 고액연봉자 등을 제외한다. 기업 전체의 평균 임금 상승을 유도하는 취지를 엿볼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제도 연장 이유로 “중소·중견기업의 근로자 임금 증가 지원”을 들었다. 하지만 대기업을 지원대상에서 배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심화되고 있으며, 대기업의 경우 중소·중견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인상 여력이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월평균 임금이 중소기업은 259만원, 대기업은 529만원이라는 2020년 임금근로일자리소득 통계를 제시하기도 했다.

대기업 임금인상·투자 촉진하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도 일몰 종료

정부는 이와 함께, 박근혜 정부 당시 도입된 대기업 대상 사내유보과세도 올해 연말 일몰종료로 폐지한다고 밝혔다.

현재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로 이름이 변경된 이 제도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당기소득의 일정비율에서 투자와 임금인상분, 상생협력 출연금을 제외한 부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환류 대상범위를 보면, 투자는 사업용 자산에 대한 투자금액 등이 대상이고 상생협력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 등이 대상이다.

2022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근로소득증대세제를 “재설계”하면서, “대기업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물가상승 우려를 이유로 임금인상을 자제하라는 정부의 당부가 세제개편에도 반영된 셈이다.<사진=뉴시스>

임금의 경우, 총급여 8000만원 미만인 상시 근로자의 임금증가액이다. 근로소득증대세제와 마찬가지로, 소수의 임원이나 고액연봉자 대신 전체 종사자의 평균적인 임금증가를 유도한다는 취지가 반영됐다.

기재부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의 일몰 종료에 대해 “기업에 부담되는 규제성 조세 폐지”라고 이유를 밝혔다.

특히,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는 기업의 유보소득을 투자·임금증가 등으로 유도하기 위해 도입했으나, 그간 투자 등 측면에서 효과가 낮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2020년 KDI의 조세특례심층평가 결과 유의미한 정책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제적으로도 투자·고용 촉진 등을 위해 세금 부과 보다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례가 다수 있다”는 점과, “기업에 부담이 되는 점, 투자·임금증가·상생협력 등은 다른 제도로 지원할 수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이유를 들었다.

다른 제도의 예시로는 통합투자세액공제, 근로소득증대 세액공제, 상생협력 출연 세액공제 등을 들었다. 하지만, 기재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근로소득증대 세액공제에서 대기업이 적용 배제될 예정이어서 다른 제도로 지원할 수 있다는 설명은 근거를 잃은 모습이다.

정책효과가 부족했다며 KDI의 보고서를 폐지의 근거로 들었지만, 마찬가지로 앞뒤가 맞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앞서 2020년 9월 17일 기재부는 언론보도 해명을 통해, 해당 보고서가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를 폐지하자는 의견만 제시한 것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투자·임금증가·상생협력 촉진을 위해서 추가과세 형태인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를 폐지하고 개별 조세특례 제도들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종전 기재부의 설명대로라면, KDI 보고서의 입장을 반영할 경우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를 폐지하는 대신 근로소득증대세제는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임금인상을 유도하는 공제와 과세 모두 축소를 선택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앞서 대기업과 IT기업 등을 지목하며 임금인상을 자제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5월말 제1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이어 6월2일 6대 경제단체장과의 간담회와 같은 달 28일 경총 회장단들과 간담회에서 유사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유는 임금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근로소득증대세제의 대기업 적용이 배제된다면, 불가피한 임금인상에 따른 비용부담 증가가 가격인상을 더욱 압박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상황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