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째 전세사기 희생자…특별법 개정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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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8번째 전세사기 희생자…특별법 개정 시급하다 인정된 피해자만 1만5천명, 무대책 사각지대 손 놓아선 안돼

기사입력2024-05-10 00:00

이달 초 또 한명의 전세사기 피해자가 세상을 떠났다. 벌써 8번째 전세사기 희생자다. 지난해 5월 전세사기특별법을 처음 제정할 때도 이미 많은 전세사기 희생자들이 발생한 상황이었다. 이후 특별법이 마련됐지만, 아직도 대책이 없는 사각지대가 남아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사각지대를 줄이고 피해자들이 지고 있는 짐을 덜어주기 위한 특별법 개정이 시급하다.

지난해 6월 시행된 전세사기특별법으로 피해자들은 긴급 경공매 유예나 우선매수권 등 피해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모든 피해자가 대상은 아니다. 위원회 심의를 통해 피해자 여부를 인정받아야 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4월 17일까지 피해자로 인정된 사례는 모두 1만5433건에 달한다. 전국에서 피해자로 인정해달라는 신청이 2만1640건 들어왔는데, 국토부로 이관된 건 중에서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심의를 완료한 사례가 이정도이며, 심의가 진행됨에 따라 앞으로 피해자의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이 인정한 피해자만 1만5000명을 넘어선 것만 봐도, 전세사기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벌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특별법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피해자에 들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여전히 남아있다.

지원위의 심의결과를 보면 완료된 사례 중 80.1%만이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보증보험에 가입하거나 경매 등으로 자력회수가 가능하면 특별법의 적용제외 대상이 되는데, 신청자의 6.9%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여기에도 들지 못한 10% 가량의 신청자는 보증금 회수가 가능한 상황이 아님에도 특별법의 적용을 받는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특별법은 다수피해 발생이나 보증금 미반환 의도 미충족 등의 요건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의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여연대 운영위 부위원장인 이강훈 변호사는, 다가구 주택 후순위 피해자들과 신탁사기 피해자들에 대해 특별한 정부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선순위 피해자 중에서도 피해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임대보증금에 은행이 질권이나 양도담보권을 행사하는 경우 주택 매입대금과 보증금채권을 상계할 수 없어 주택을 매입할 수 없고 경락자금을 대출을 또다시 받자니 기존 대출 부담까지 겹친다는 것이다.

이강훈 변호사는 현재의 전세대출, 전세보증 제도, 전세 임대차 제도를 그대로 두면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끊임없이 발생한다며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가 입법이 진행되고 있지만 속도가 너무 더디다. 피해자의 보증금 반환채권을 공공이 매입해 우선 구제하고, 향후 경공매를 통해 비용을 회수하는 선지원 후회수를 골자로 하는 특별법 개정안은 장시간 국회 상임위와 법사위에 계류됐다가 직회부 등을 거쳐 지난 2일에야 본회의에 부의됐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처음에 특별법을 시한부로 만들면서 추가로 보완입법을 하기로 한 사실을 지적했다. 또, 5월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않거나 거부권이 행사되면 또다시 지난한 발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더 이상 전세사기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피해자 지원이 실효성 있게 실행돼야 한다는 점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사각지대를 없애고 지원을 확대하는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필수적이다. 정부와 국회가 모두 마음을 모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