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에도 증시 부진…자화자찬할 때 아니다

프린트

오피니언 ㅣ 사설 밸류업에도 증시 부진…자화자찬할 때 아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할 구조개혁 논의 시급

기사입력2025-02-22 00:00

한국거래소에서 나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발언에 대해 파장이 크다. 밸류업 정책을 시행했음에도 한국 증시가 부진에 빠지지 않았으냐는 반박은 설득력이 있다. 자화자찬 보다는 냉철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다. 특히,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문제의 발언은 최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것이다. 정은보 이사장은 “밸류업 정책은 상당히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밸류업 핵심이슈인 주주권리, 투자자 보호, 이사회 독립성, 자본비용, 자본배치 등 용어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포럼 측의 비판 중에서, 특히 한국 증시의 비중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은 귀기울일만 하다. 세계적 주가지수인 MSCI의 이머징마켓 인덱스에서 한국의 비중은 2016년에만 해도 16%로 1위 중국(17%)과 근소한 2위였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0월 기준으로는 9%로 하락했다. 중국(25%), 인도(20%), 대만(19%) 등에 추월당한 것이다.

최근 한국증시 상황이 개선되는 중인지도 의문이다. 포럼에 따르면, 2024년말 코스피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84배에 그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0.94배 보다 낮은 수준이다. 올해 1월 기준 한국시장의 PER(주가수익비율)은 8.4배, PBR은 0.96배였는데, 밸류업 계획을 세우던 2024년 4월 당시의 11배, 1.1배 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포럼은 “지난 1년간 거래소가 밸류업 정책을 홍보하는 동안 국내 증시는 후퇴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증시가 부진에 빠진 결과, 외국인 자금은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자금은 5억 달러 이상 순유출됐다. 지난해 8월 18.5억 달러 순유출로 전환된 이후, 꼬박 6개월 연속으로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대선 결과와 한국의 계엄선포 등 변수가 많았지만,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야심차게 진행한 성과가 이 정도라는건 큰 문제인 것이다.

물론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확대와 같은 밸류업 프로그램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다. 포럼은 “한국 증시가 해외투자자 신뢰를 잃은 핵심 이유 중 하나는 상장사들이 중복상장을 계속 추진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국내 증시의 중복상장 비율은 18%로 미국(0.4%), 중국(2.0%), 일본(4.4%), 대만(3.2%)에 비해 높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역시 거래소 차원에서 심각하게 고민할 만한 과제 중 하나다. 거래소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에 대해 중점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하는데, 점검 이후 후속조치 역시 실효성 있게 이뤄져야겠다. 형식적인 보고서 제출로 그치지 않도록, 특히 내부감사 조직의 설치와 운영 등에 대해 제대로 된 점검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밸류업을 거래소에만 맡겨놓고 있을 수도 없다. 금융당국이 직접 주주이익 보호를 위한 법개정부터 나서야 한다. 논의만 1년 넘게 됐을 뿐 진척이 없는 상법개정은 물론이고, 지배구조의 개선, 주주총회의 내실화와 주주이익 보호 강화, 이사회의 독립성 및 주주보호 기능 강화 등을 살펴야 한다. 필요성은 물론 방향성까지도 상당기간 논의된 주제들이지만, 실제로 실행된 정책은 제한적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금융당국과 거래소, 주요 상장기업들이 나서서 적극적인 구조개선을 추진해 나가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적극적인 대처 없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심각해진 증시부진이 해소될 수 없다는건 두 번 강조할 필요 없을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