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손실 압박에 미 중소은행 M&A 활발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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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비용·손실 압박에 미 중소은행 M&A 활발한데 전국 확장보다는 거점 강화 전략…“무분별 확장은 경계” 주문

기사입력2025-06-16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올해 들어 미국 은행의 인수·합병(M&A) 활동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기업의 M&A는 위축된 분위기이지만, 은행업종 만큼은 예외적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산 규모가 작은 중소 지역은행을 중심으로 한 M&A 거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미국 금융산업의 구조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금융센터가 최근 발표한 ‘금년 미국 은행산업의 M&A 반등 배경 및 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미국 은행권에서는 총 34건의 M&A 거래가 성사됐고, 거래 규모는 약 16억10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2021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여기에 더해 4월 한 달에만 9건, 총 29억2000만 달러 규모의 M&A가 발표돼, 월간 기준으로 최근 3년 내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Columbia Banking System의 Pacific Premier 인수(20억4000만 달러), Eastern Bankshares의 HarborOne Bancorp 인수(4억8000만 달러)는 올해 발표된 은행 M&A 중 1위와 2위 규모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핵심 배경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를 지목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통화감독청(OCC)은 지난해 바이든 정부 시절 도입됐던 강화된 M&A 심사 규정을 철회하고, 트럼프 1기 시절의 가이드라인을 복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인수 심사 간소화, 승인 기간 단축, 공청회 의무 면제 등의 변화가 은행 간 거래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봤다.

이와 함께 자산 100억 달러 이상의 중소은행에 적용되던 강화된 감독기준도 완화하거나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규제기관은 은행 간 합병에 대해 “과도한 심사로 인한 거래 지연은 피해야 한다”며, 심사 기한 준수와 절차 효율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은행권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도 M&A 확대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봤다. 중소은행들은 장기금리 상승으로 보유 채권에서 대규모 미실현 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동시에 디지털 전환 및 규제 대응을 위한 운영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익성과 자본건전성 유지가 어려워진 소형은행들은 자발적이든, 규제 유도에 따른 것이든,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에 나서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보통주자본(CET1) 대비 미실현 손실이 50%를 넘는 중소은행이 다수 확인됐으며, 일부 은행은 매각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특히 자산 10억~20억 달러 수준의 소형은행들이 규제당국의 시정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국 확장보다 거점 강화 전략”=보고서는 금융기관의 M&A가 전국적인 확장보다는 같은 주(州) 내에서의 합병이 많다고 분석했다.

5월 초 기준 발표된 44건의 은행 M&A 중 61%인 27건이 동일 주 내에서 이뤄졌으며, 특히 일리노이, 텍사스, 미네소타 등 남부·중서부 지역 은행들 사이에서 합병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지역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 수익성을 강화하는데 핵심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Bain&Company는 “은행의 지역 내 예금 점유율과 자산수익률(ROA) 간에는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M&A, 무분별 확장은 경계해야”=보고서는 미국 은행권의 M&A 활동이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 완화, 비용 압박, 억눌렸던 거래 수요의 회복이 맞물리며, 자산 250억 달러 이하 중소은행 간의 M&A가 먼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미국 전역에는 4500여개의 은행들이 산재해 있으며, 금융업계는 적극적으로 M&A를 추진해 금융산업을 재편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은행의 M&A 인수대상 물색 시 기술 역량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기술력을 겸비한 은행들 위주로 M&A가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S&P 등은 규모가 비슷한 은행간 합병으로 규모와 효율성이 향상되면 수익성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이는 은행의 신용도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규모 확장 목적 아래 급속한 M&A를 추진하는 것은 ▲부실자산 인수 ▲내부 시스템 및 조직문화 충돌 ▲ 시장경쟁 위험 ▲시스템 리스크 확대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M&A로 중소은행들이 준대형은행으로 커지며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만일 은행이 부실화되면 지역경제 및 금융시장에 더 큰 충격을 가져다 줄 우려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