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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상여금, 예외적 경우만 통상임금 해당
통상임금, 법리적으로 명쾌히 정리 안돼 후폭풍 예고
- 기사입력2014-01-02 07:03
박현진 객원 기자 (kpla123@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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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주)갑을오토텍 근로자들이 제기한 연말 정기상여금 및 복리후생 명목급여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후폭풍이 한동안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미지급금에 대한 체불임금청구소송이 될지, 노사협상 과정에서의 힘겨루기가 될지, 정부 또는 국회의 보완입법 추진과정에서 압박과 로비라는 형태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노무사지난해 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 관련 논란을 종식시킬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대법원은 판결 전 원고·피고측 변호인 이외 양측 참고인으로서 노동법학자를 대법정으로 초빙, 전국에 생중계되는 공개변론을 개최해 의견을 수렴하는 등 이례적인 절차도 거쳤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재판을 해야 할 대법원이 재판을 하지 않고 정치를 했다는 느낌을 쉽게 지울 수 없다. 정치를 했음에도 이해관계당사자인 노사간 이익의 균형도 조화되지 못했고, 통상임금 논란 역시 법리적으로 명쾌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대법원이 재판을 하지 않고 정치를 했다”
필자만의 주관적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전원합의체에 참석한 13명의 대법관 중 10명의 다수의견에 대해 소수의견을 낸 3명의 대법관이 보여준 다소 격정적인 언어에 비추어 본다면 그렇다. “다수의견의 논리는 너무 낯선 것이어서 당혹감마저 든다. 거듭 살펴보아도 그 논리에서 합리성을 찾을 수 없다” “이 모순된 이중 잣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덧붙여 “대법원은 최고의 법해석 기관으로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법에 따라 선언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알쏭달쏭 말을 뱅뱅 돌려 말하는 판사들의 언어, 동료 대법관에 대한 예의 등을 고려하면 비판의 수준은 넘어선 듯 보인다.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12월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법정에서 열린 통상임금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판결이 갖는 파급력이 적지 않음을 감안, 대법원에서 쟁점이 됐던 3가지 사안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쟁점 사안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되는가? ▲복리후생적 급여는 통상임금에 해당되는가? ▲정기상여금 및 복리후생비가 통상임금에 해당된 경우 소급해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등이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되는가?
먼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되는가의 여부다.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판결문을 꼼꼼하게 뜯어보면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다’라는데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판결문은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인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의 의미를 설시한 후 어떠한 유형의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기술돼 있다.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에 대한 법적 의미를 모른다 하더라도 대법원의 논리를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A사는 상여금을 짝수 월(정기적으로)에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기본급의 100%씩 지급, 1년에 600%의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다(근속연수에 따라 상여금 지급률에 차등을 둔 경우에도 결과는 같다). 이때 A사의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인가? 아닌가? 이에 대한 대법원의 답변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몇몇 대기업 빼곤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 어려울 듯
아닌 경우를 먼저 보자. A사 보수규정 또는 단체협약 등을 통해 상여금 지급대상을 ‘상여금 지급일 시점의 재직자’라고 명시한 경우 또는 관행적으로 재직자에게만 상여금이 지급된 경우 A사의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다. 대법원은 특정시점에서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이 아니라 한다.
이제 A사의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되는 경우를 보자. 대법원이 요구한 고정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즉 정기상여금 지급일 이전에 퇴직한 근로자에 대하여 그 근무일수에 비례해 일할계산하여 정기상여금을 지급하는 규정 또는 관행이 존재해야 한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의 당사자인 (주)갑을오토텍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주)갑을오토텍의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다.
우리 산업현장에서 정기상여금 지급 실태 및 관행에 비추어 볼때 (주)갑을오토택의 경우와 같이 정기상여금 지급일 이전 퇴직자에게 정기상여금을 일할계산하여 지급하는 회사와 재직자에 한하여 정기상여금을 지급하는 회사 중 어느 쪽이 다수인가?
단언컨대 상대적으로 강력한 노조가 존재하거나 지불여력이 있는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기업은 후자에 해당된다.
결국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성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정기상여금은 원칙적으로 통상임금이 아니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대표 공인노무사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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