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경량화 수요에 ‘사출금형’ 산업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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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기술로드맵 자동차 경량화 수요에 ‘사출금형’ 산업 활기 무역수지 3조 흑자 ‘수출효자’…97%가 소기업, 영세성 한계도

기사입력2016-02-16 00: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자동차산업에서 차량 경량화는 필수다. 연비 규제에 대응하고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철강 이외의 재료에 집중해야 할 때다”

지난해 9월 자동차 경량화 컨퍼런스에 참석한 현대기아차 재료개발센터 오승택 책임연구원의 말이다. 현재 자동차업계는 1kg이라도 차를 가볍게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경량화의 이점은 연비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가속·조향 성능 개선, 제동거리 단축, 배기가스 감축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있는 것이 경량화 문제다.

자동차 경량화에 대한 요구는 국내 금형산업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중기이코노미가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미리 입수한 ‘중소기업 기술로드맵’ 2016년판에 따르면 국가 주력산업인 자동차, 디스플레이, 모바일 생활용품 전반에서 경량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며 이와 관련된 사출금형 개발도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사출금형의 대표적인 수요 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관심이 뜨겁다. 경량화를 위해 알루미늄, 티타늄, 마그네슘 등 다양한 소재가 언급되는 가운데 플라스틱의 경우 탄소섬유를 첨가해 단단하게 만든 다음 철강을 대체하자는 것이 골자다.

자동차 도어 패널, 손잡이 등 외장재부터 내부 부품까지 다양한 위치에 플라스틱 부품이 이용되고 있다. 단, 플라스틱은 철강보다 강도가 떨어지므로 탄소섬유 등을 첨가해야 자동차용 부품으로 쓸 수 있다.

경량화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프라임리서치가 자동차 회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술 트렌드 중요도 조사’를 인용한 유진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2012년만 해도 경량화 소재가 중요하다는 응답률은 2%(8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4년에는 16%로 늘어나며 전체 영역 중 2위로 뛰어올랐다.

차량 경량화에 따른 효과는 상당하다. 현대차가 발표한 경량화 효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1500kg 승용차를 10% 가볍게 만들 경우 연비는 3.8%가 향상된다. 가속 성능은 8%, 핸들 조향 능력은 6% 향상되며 제동 정지거리는 5% 단축된다. 자동차를 가볍게 만들면 배기가스 배출량도 줄어든다. 일산화탄소(CO), 탄화수소(HC),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각각 4.5%, 2.5%, 8.8%씩 감소한다. 자동차 회사들이 경량화에 ‘올인’하는 이유다.

아직 현대기아차 등 국내 회사들은 플라스틱 부품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지는 않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김종선 박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플라스틱 부품을 활용한 자동차 경량화 기술 수준은 전 세계에서 중상위 정도로 보면 된다. 현대기아차도 이제 막 경량화에 관심을 가지고 연비 경쟁을 시작한 단계”라고 했다.

현대차 1차 벤더사인 NVH코리아 소재연구팀 손권상 연구원도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국산차 회사들이 내장재 일부를 플라스틱으로 사용하고는 있으나 외장재는 모두 철강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이를 플라스틱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탄소섬유물질을 첨가해 강도를 보완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기술로드맵에 따르면 강도를 보완한 플라스틱 복합 소재의 비용은 기존 연강판에 비해 3~5배 비싸며 생산성도 낮아 아직 양산용으로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자동차, 모바일기기 등 다방면으로 경량화요구가 거세지고 있는만큼 앞으로도 관련 연구는 활발할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 문희성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 경량화는 가격보다 성능이 우선시되는 항공우주, 국방, 스포츠카 등에 적용돼 왔으나 환경에 대한 정부 규제 강화와 제품에 대한 차별화 요구로 자동차, 모바일·웨어러블기기, 드론도 경량화는 필수가 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수출효자 금형산업, 97%가 중소기업= 금형은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디스플레이, 모바일,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게 만드는 기반 산업이다.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기초 공정산업이라는 의미에서 뿌리산업 중 하나로 분류된다.

금형시장의 파이는 꾸준히 커질 조짐이다.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의 금형회보를 근거로 중소기업 기술로드맵이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금형 세계시장 규모는 2016년 155조원에서 2018년 167조원으로 연평균 4.5%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시장 성장률은 세계시장을 웃돌 전망이다. 국내 금형시장 규모는 2016년 9조8000억원에서 2018년에는 11조4000억원으로 연평균 7.9%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금형은 대표적인 수출 효자산업이기도 하다. 금형 수출액은 2013년 기준 26억6000만달러, 수입액은 1억6000만달러로 25억달러(약 3조원)의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11.6%, 무역수지 증가율은 12.2%로 성장세도 뚜렷하다.

그러나 개별 기업들은 영세한 실정이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금형업체는 총 6279곳으로, 상시근로자 10명 미만인 업체가 79.1%를 차지했다. 금형업체의 97%는 50인 미만인 소기업이다. 금형업체 중 5.1%만이 기업부설연구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출액 대비 R&D 투자금액은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R&D 투자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의미다.

금형업체가 공급망 최하단에 위치하다보니 수요자인 대기업과의 동반성장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들이 과도하게 낮은 납품단가를 요구하거나, 금형업체에 기술개발 비용을 전가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김종선 박사는 “금형업체들은 영세한데다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정책 지원에서도 밀려있다”고 했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창의혁신지원팀 이양수 대리도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중소 금형업체는 플라스틱 수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쉽지 않은데다 컴퓨터 이용공학 프로그램(CAE)을 활용할 수 있는 인력 양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신규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R&D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