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하지만, ‘상사 명령’이라서 따랐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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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위법하지만, ‘상사 명령’이라서 따랐을 뿐인데 근로자에게 불이익처분을 가하는 업무명령의 정당성 요건㊤

기사입력2018-09-06 09:15

박현진 기자 (kpla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해 임금을 지급할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이다(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 제4호). 근로계약은 근로자에게 임금청구권을 부여하고, 사용자에게는 업무명령권·노무지휘권을 보장한다. 따라서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를 지시받은 근로자는 사용자의 명령을 이행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

그렇다면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의 범위는 어디까지 인정되는가. 사용자의 업무명령권 행사가 법률 특히 강행규정에 반한 것이라면, 근로자가 그 업무명령을 거부해도 사용자의 노무지휘권은 침해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불법 또는 부당 여부가 명백하지 않은 업무명령의 정당성 여부가 법원에서 다퉈지는 경우다.

업무명령 정당성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 세우기 어려워

다양한 산업, 셀 수 없이 많은 업종과 직무 특성상 업무명령 정당성을 판단하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세우긴 어렵다. 사용자와 근로자간 주장이 충돌하는 기업실무에서, 사용자 입장에선 축적된 법원판례 검토를 통해 노무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 최상이다. 근로자 역시 자신이 행한 업무명령 거부행위가 어디까지 용인되는지에 대한 기준점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판례 검토는 유용한 수단이다.

상사의 명령이라 하더라도 위법성을 알면서 행한 행위는 행위자 자신의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근기법 제23조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정했다. 따라서 사용자가 업무명령·노무지휘권 위반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처분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이유’가 존재해야 한다.

만약 근로자에게 행한 불이익처분에 대해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를 입증하지 못하면 그 불이익처분은 무효가 된다. 법원 판결에 따라 그 불이익처분이 무효가 된 경우, 불이익처분 취소는 당연하고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손해배상 등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다.

◇상사의 위법한 명령=상사의 명령이라 하더라도 위법성을 알면서 행한 행위는 행위자 자신의 책임을 벗어날 수 없고, 따라서 상사의 명령에 순종했다는 것으로 변명이 되거나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1967.2.7. 선고 66누68). 상급자의 종용과 결재에 따라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 행사에 책임이 있는 이상 징계해임 처분은 적법하다(대법원 1991.10.22. 선고 91누3598).

◇인사명령=전직·전보 처분 등 인사명령권에 대해 법원은 원칙적으로 사용자 권한이라는 이유로 근기법에 위반되지 않는 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권을 인정한다. 다만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장소 또는 업무내용이 특정됐다면, 이를 변경하는 전직·전보 처분은 원칙적으로 해당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2.1.21. 선고 91누5204).

법원은 상당한 이유 없이 기능직사원을 사무직으로, 다시 사무직에서 기능직으로 수시로 여러차례 전직 처분을 하고, 다른 기능직 사원과 차별해 연장근로를 시키지 않아 임금이 줄어든데 대한 항의수단으로, 5일간 작업을 거부한 근로자를 해고한 것은 징계권 남용이거나 형평의 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판결했다(대법원 1991.5 28. 선고 90다8046).

전직·전보 처분 등 인사명령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인사명령에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해야 하고 ▲인사명령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과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성을 비교형량해, 근로자의 불이익이 현저하게 크지 않아야 하며 ▲노동조합 또는 해당근로자와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갖춰야 한다.

명예퇴직을 거부하는 근로자에게 행한 원거리 전보처분의 정당성 여부를 다툰 사건에서 법원은 사용자에게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는 반면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은 현저하다는 이유로 전보처분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사용자의 부당한 인사명령에 응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대법원 1995.5.9. 선고 93다5126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