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무게감을 느끼며 도움을 주고받는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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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타인의 무게감을 느끼며 도움을 주고받는 체험 한미사진미술관 삼청별관서 30일부터 천경우의 ‘THE WEIGHT’전

기사입력2020-11-01 10:00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The Weight #2’, C-print, 170×125cm, 2016.

퍼포먼스와 공공미술의 영역을 포괄하는 작업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지속한 천경우 작가가, 사진전으로는 7년만에 국내에서 그 과정을 선보이는 ‘THE WEIGHT’전을 한미사진미술관(MoPS) 삼청별관에서 열고 있다.

1990년대 이후부터 독일을 중심으로 국내외에서 활동해온 작가는 참여자들과 교감하는 실험적인 인물사진과 퍼포먼스 프로젝트로 널리 알려져 있다. 참여자와의 소통 도구로써 퍼포먼스, 공공미술과 결합한 흐릿한 초상 사진을 선보인 천경우의 작업 중, 국내에 조명될 기회가 없던 세 연작을 MoPS에서 만나볼 수 있다. Nine Editors(2014), The Weight(2016) 그리고 신작 Reminiscence(2020)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단순한 피사체가 아닌, 타인과의 연대감을 토대로 ‘시간과 공간을 채워 나가는’ 능동적인 참여자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The Weight는 프랑스 파리 근교 로맹롤랑 고등학교에서 부모를 따라서 막 이주해 프랑스어를 모르는 이민자 청소년들로 구성된 특별반 학생들과 진행한 프로젝트다. 작가는 이들에게 급우 한 명을 택해 가장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자세로 서로를 업고 있도록 요청한 후, 이 시간을 사진에 담았다. 타인의 무게감을 느끼며 도움을 주고받는 시간을 통해 언어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의 참여자끼리 감정적 연대감을 신체적으로 체험하게 했다.

Nine Editors는 패션 매거진에 소속된 9명의 에디터와 협업한 프로젝트다. 각 에디터들에게 자신이 가장 아끼는 옷 한가지를 작업실로 보내달라 하고, 개별적으로 스튜디오로 초대해 자신의 것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의 옷을 입도록 요청했다. 모델의 옷을 스타일링하던 이들이 기존 역할을 바꿔 직접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참여자로 서는 과정, 9명의 인물들이 9분간 동료들과 다름의 무게감을 입은 모습을 담았다.

‘THE WEIGHT’ 전시는 MoPS에서 내년 1월10일까지 개최되며, 전시 연계 행사로 아티스트 토크와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더불어 한미사진미술관은 네덜란드의 저명한 사진 기획자·사진집 출판자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빌럼 반 주텐달(Willem van Zoetendaal)의 디자인으로 반 주텐달 출판사와 함께 12월에 사진집을 공동 출판할 예정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예술만세 김현성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