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프리미엄으로 바꾸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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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프리미엄으로 바꾸려면 “기업의 혁신 전략과 제도적 기반이 맞물려 작동해야”

기사입력2025-10-06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실제 성과는 투자자의 기대에 못 미치고, 시장은 지속적으로 높은 보상을 요구하면서 기업 자본비용이 고착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주식시장 할인율 국제 비교와 코리아 프리미엄 과제’ 보고서에서 2006~2024년 59개국 데이터를 토대로 한국 주식시장의 자본비용을 추정하고 국제 비교를 했는데, 한국 주식시장이 글로벌 주요국 대비 체계적으로 높은 할인율(투자자 요구수익률)을 기록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구조적 배경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시장의 높은 할인율은 단순히 경기순환이나 기업 수명주기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한국, 선진국·신흥국 모두 상회하는 높은 할인율

연구 결과, 2006~2024년 한국의 평균 할인율은 11.5%로,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을 보였다. 같은 기간 G7 평균은 8.8%, 선진국 전체 평균은 8.9%, 신흥국은 10.9%, OECD 평균은 9.3%였다. 특히 2010년대 이후 글로벌 저금리 기조 확산으로 선진국 할인율이 하락하는 동안 한국은 하락 폭이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연평균 총주주수익률은 7.3%에 그쳤다. 선진국 평균(8.4%)은 물론, 신흥국 평균(13.6%)에도 크게 뒤처졌다.

즉, 투자자들은 더 높은 보상을 요구했지만 실제 성과는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요구수익률과 실현수익률 사이의 괴리가 장기간 누적됐다.

이런 괴리가 합리적인 시장이라면 일시적일 수 있으나, 한국은 10년 이상 같은 현상이 반복되며 구조적 문제임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자본비용을 밑돌아,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본을 투입할 이유가 줄어드는 구조적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높은 할인율 원인…기업, 시장, 제도의 복합 요인

보고서는 한국의 높은 할인율이 단일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기업의 행태·시장 구조·제도적 기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먼저 기업 차원에서는 잉여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자본 효율성이 낮은 점을 지적했다. 배당 성향이 낮아 주주환원이 소극적인 데다, 연구개발(R&D) 투자와 혁신 역량도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 실제로 한국 기업의 매출총이익률과 배당성향은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R&D 집약도 역시 중간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미래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해 불확실성을 크게 느끼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 차원에서도 특유의 구조적 문제가 나타난다. 한국은 GDP 대비 거래회전율이 높아 단기 매매 중심의 투자 행태가 강하고, 이로 인해 장기적 기업가치보다는 단기 성과가 중시되는 경향이 크다. 또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 국제 경제나 정치적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본시장 규모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 투자자 신뢰 기반이 취약하다.

마지막으로 제도 차원에서는 양적 제도 장치와 실효성 간 괴리가 드러난다. 한국은 소액주주 보호 제도의 형식적 수준에서는 OECD 평균에 뒤지지 않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이사회 효율성, 기업윤리, 회계 투명성 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해 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으며, 법과 제도의 집행력이 미약해 규제의 예측 가능성이 낮다. 이런 환경은 결과적으로 한국 시장의 위험 프리미엄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전환하기 위한 2가지 과제

보고서는 한국 주식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벗어나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전환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두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는 기업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다. 무엇보다 기업은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성장성을 높여 수익성을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동시에 시장이 요구하는 자본비용 수준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한 전략과 실행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배당 확대와 같은 주주환원을 적극적으로 실시해 자본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이는 투자자에게 기업이 책임 있는 경영을 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며,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는 제도적 신뢰 기반 강화다. 기업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책당국과 제도 환경의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선 법과 제도의 집행력을 높이고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소액주주의 권익을 충분히 보호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회계 투명성 강화와 부패 통제 등 투자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신뢰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시장 전반에 내재된 위험 프리미엄을 완화해야 한다.

보고서는 “기업의 전략과 제도적 기반이 맞물려 작동해야만 만성적인 저 PBR 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며 “경영진, 정책당국, 투자자가 유기적 선순환 구조를 이룰 때 한국 시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을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