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등 일회성 대응 속 제도개혁 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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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재난지원금 등 일회성 대응 속 제도개혁 미진” 정부 코로나19 대응 1년 평가…기본소득 등 보편복지 필요성 제기

기사입력2021-03-10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9일 보건의료단체연합,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개최한 코로나19 1년 정부 정책 진단 평가 좌담회에서 윤홍식 교수는 정부가 재난지원금 등 일회성 대응에 의존하는 가운데 제도개혁은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인하대 윤홍식 교수는 고강도 방역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공정하게 분담하고 있지 못하다며, 정부가 재난지원금이나 소상공인 대출 등 일회적 대응에 의존하는 가운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개혁은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참여연대가 9일 공동으로 개최한 코로나19 1년 정부 정책 진단 평가 좌담회에서, 윤홍식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었을 때 우려했던 것처럼 방역으로 인한 피해가 취약계층에게 집중되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을 중심으로 한 위기가 중산층에게도 확산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재난으로 인한 희생이 불평등하게 분배된다는 것은 이미 IMF를 포함해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이미 확인된 사실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을 거치면서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소득지표는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보다 몇배나 많은지를 의미하는 5분위 배율은 2020년 3분기에 4.88로 2019년(4.66)보다 증가했다. 4분기 역시 4.64에서 4.72로 늘어났다.

윤 교수는 하위소득분위의 근로소득 감소와 상위 40%의 가구소득 증가에 주목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완화된 이후에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없을 경우 불평등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취약계층 등의 상황이 계속 악화되는 K자형 회복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자산과 고용 불평등 심화=자산과 고용불평등 상황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고 봤다. 실제로 낮은 이자율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면서, 자산가격은 크게 치솟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러나 고용시장은 큰 충격에 휘청였다. 윤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의 취업자가 -3.6% 감소했다며, 독일(-0.7%), 일본(-1.7%), 네덜란드(-1.8%)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 노동시장이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 구조인지를 극명하게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노동시장에 나쁜 일자리가 광범위하게 존재해 심각한 고용불평등이 존재하고 있었음에도 인식하지 못하다가,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그 실체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더욱이 “일자리 감소가 주로 저임금과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이러한 나쁜 일자리가 대부분 여성의 일자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여성과 취약계층의 경제적 위험이 심각한 상황이고, 임시직과 일용직이 감소하는 가운데 1인 자영업자는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들이 소수의 고용인원도 유지하지 못하고 혼자서 일하는 현상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전국민 고용보험 속도 느려=윤 교수는 전국민 고용보험이라는 새로운 사회보장제도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변화에 비해 전환 속도가 매우 더디다고 짚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사회경제적 전환을 가속화하기에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복지체제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데,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새롭게 도입한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엄격한 자격조건과 함께 대상자가 제한적이라 제대로 된 실업부조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상병수당 도입은 2021년 연구와 2022~23년 시범사업이 계획돼 있는데다, 취약계층에만 적용되는 선별적 급여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자영업 손실보전 역시 재정부처의 반대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보편적인 공적 사회서비스와 보편적인 현금급여가 균형적으로 확대된 북유럽 복지국가에서는 코로나19 대응 지출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공적 사회서비스의 확대가 내외부 충격으로부터 고용안전성을 유지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입이 시급한 보편적 복지제도의 구체적인 형태로는 먼저 아동, 청년, 노인, 신중년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편적 사회수당을 제안했다. 전환적 또는 범주적 기본소득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정책이다.

자산불평등 완화를 위해 공공주택을 확대하고, 수요자의 요구에 조응하는 공적 사회서비스를 확대하며, 공공부문 사회서비스의 일자리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국민 고용보험을 신속하게 확대하고 향후 전국민 사회보험으로까지 확대하며, 점진적 증세와 증세분이 복지확대로 연결되는 투명한 집행체제를 구축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