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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단체소송 허가제’ 폐지법안 국회로 간다
허가제로 소송지연, 10년 넘게 8건 불과…자격단체·소송기준 확대
- 기사입력2021-10-19 16:36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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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단체소송의 허가제를 폐지하는 법안이 19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을 조속한 시일 내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소송제기의 요건을 확대하고, 소비자단체의 협의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며, 사전 허가절차를 폐지하고 단일한 절차를 통해 소송요건을 심사하는 내용이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소비자단체소송제도가 활성화돼 대규모 소비자피해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실태조사를 통해 공정위가 소비자권익제고를 위해 필요한 제도를 개선하는 등 효율적인 소비자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위법행위 중지…금전배상 목적 집단소송과 달라=소비자단체소송은 소비자권익보호와 기업의 책임경영 유도를 위한 제도로, 2006년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2008년 1월 시행됐다.
이름만 보면 널리 알려진 집단소송과 비슷해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혀 방향이 다르다. 단체소송은 공익을 위해 법률에 정한 단체가 사업자의 위법행위를 중지시켜줄 것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로, 소비자피해의 예방과 차단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반해 집단소송은 사건이 발생한 뒤 금전배상을 목적으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한국소비자원이 2018년 펴낸 정책연구서 ‘소비자 단체소송 활성화 방안 연구’는 소비자권익침해를 중단시킨 사례를 통해 단체소송의 의의를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소비자단체소송의 활성화를 내용으로 하는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중기이코노미
2008년 7월 4개 소비자단체는 통신사인 하나로텔레콤을 상대로 소비자단체소송을 제기했다. 해지고객을 포함한 인터넷 가입자 51만5206명의 개인정보를 제휴은행의 신용카드 가입판촉 활동을 위해 텔레마케팅업체에 넘겼다는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확인이나 허락도 없었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의 개선명령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이 있었음에도 사업자의 개선 노력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소비자단체소송 제기 이후 사업자가 스스로 부당성이 있는 관련 약관을 시정했다.
연구서는 “사업자 행위의 법령 위반 여부를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행정제재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경우에 소비자단체소송을 통해 사업자의 소비자 권익침해행위를 적발하고 사업자에 대한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의 행정규제와 별개로 소송을 통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한다는 점은 매우 유용한 제도임이 분명하지만, 활용이 극히 저조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실제로 법 시행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소송 제기가 8차례에 불과했다.
◇허가제로 소송 지연·시장 혼란…폐지 필요성 제기=활용이 저조한 이유는 요건이 까다롭고, 법원에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단체소송은 소송자격이 제한된다. 공정위 등록 소비자단체, 한국소비자원, 경제단체 등이 제기할 수 있다. 또, 지금까지는 자격을 갖춘 단체라 하더라도 소송을 할 때마다 법원에 소송허가를 신청하고 허가를 받은 이후에야 본안 소송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것이 소송지연의 중요한 이유로 작용했다.
공정위는 법 개정을 통해 소송지연과 단체소송 활성화 저해요소로 지적된 소송허가 절차를 폐지하기로 했다. 또 소송자격을 가진 단체에, 설립목적과 활동실적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맞는 ‘소비자단체의 협의체’를 추가했다. 아울러, 현재는 소비자의 권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고 그 침해가 계속되는 경우”에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이를 “소비자 권익 침해가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법 개정 추진과정에서 법원행정처 역시 “소송허가절차가 소송지연 폐해가 크고, 소송의 허가만으로 사업자의 패소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여 시장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소송허가절차의 폐지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공정위는 “소비자단체소송제도 합리화를 통해 민간의 피해구제역량이 강화되면 대규모 소비자피해를 효율적으로 예방할 수 있게 된다”며,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심사과정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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