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어떻게 평안하게 할 것인가…공자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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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중국을 읽다 세상을 어떻게 평안하게 할 것인가…공자 사상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했지만 평탄하지 않았던 공자의 가정사

기사입력2021-12-29 11:58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ㅣ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고대 중국의 춘추와 전국시대에 활약했던 여러 학자들의 많은 학파를 제자백가(諸子百家)라고 일컫는다. 이들 가운데 유가학파를 창시했다고 할 수 있는 공자의 직업은 무엇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오늘날 공자는 그의 사상이 온 인류에게 두루 깊은 영향을 끼친 세계 4대 성인(聖人)의 한 사람으로 사상가이자 교육가로 알려져 있다. 공자가 교육가이자 사상가로 알려지게 된 것은 후대에 그의 생애를 평가해서 그렇게 붙여진 것이지만, 실제로 공자가 하고자 했던 일은 정치였으니, 그의 직업은 정치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공자는 그의 나이 40대에야 노(魯)나라에서 행정관리인 중도재(中都宰)와 사공(司空)에 이어서 법률재판관인 대사구(大司寇)가 됐는데, 공자를 밉게 여겼던 이웃 나라와 주변의 모략으로 관직을 그만둬야만 했다. 이어서 공자는 자신의 어진[仁] 정치사상을 믿고 임용해 줄 군주를 찾아서 14년간 세상을 떠돌았지만, 기회를 얻지 못하자 70세의 나이에 결국 고향으로 돌아와 제자들을 가르치고 책을 정리하고 편찬하다가 일생을 마쳤다.

공자는 제자를 키워 유가학파의 창시자가 됐고, 그의 많은 저술로 인해 교육가이자 사상가로서 성인의 반열에 올라 오늘날 많은 이들로부터 추앙을 받는 인물이 됐다. 하지만 아마도 공자 자신은 마지막에 눈을 감을 때까지 자신의 정치사상을 세상에 제대로 펼 기회를 얻지 못하고 죽는 것에 대해 몹시 아쉬운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공자는 논어 학이(學而)편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더라도 성내지 않으니, 참으로 군자답지 않은가!(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라고 말해, 각국의 군주들에게 인정을 받아 자신의 정치사상을 실제 정치현장에서 펼칠 기회를 가지 못하였던 것에 대해 화내지 않았으니, 자신이 참으로 군자답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공자가 태어난 산동성(山東省) 곡부(曲阜) 부근 니산(尼山)에 조성된 공자상 아랫부분에 쓰여 있는 ‘만세사표(萬世師表)’는 만세토록 인류의 스승으로 모범이 되었다는 의미다.<사진제공=문승용 박사>

공자의 이 말을 두고, 후대의 연구자들은 공자가 실제로 정치활동하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고도 평가하지만, 공자 사상이 결국에는 세상을 어떻게 하면 평안하게 다스리느냐는 문제를 주로 다룬 것이고, 당시 적지 않은 나이인 일흔 살 즈음까지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니며 정치활동을 했던 것만 보더라도 공자가 현실정치에 참여하려는 뜻이 얼마나 강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예전 유가의 선비는 현실정치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자기만족을 위한 공부에만 힘써야 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 유가학파의 정치이상인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가 자기 수양을 잘해 집안을 잘 건사하고 나라를 잘 다스리고 온 세상을 두루 고르게 하는 것이라고 중시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가사상의 이상은 현실정치에 참여해 세상을 바르게 다스리고자 하는 것이 주요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공자가 이처럼 정치활동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학문에 힘써 공자 자신도 “서른이 되어서 나 스스로 서게 되었다(三十而立)”라고 했을 정도로 그의 학문적인 명성이 여러 나라에까지 알려져 많은 제자가 몰려와 가르침을 폈다. 이로부터 만세사표(萬世師表)라 불릴 만큼 만세토록 인류의 스승으로 세상에 모범이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유가에서 수신과 제가를 통해서 치국과 평천하에 다다를 것을 내세우지만, 공자의 가정사는 그다지 평탄하지도 성공적이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공자의 아버지 숙량흘(叔梁紇)은 첫째 아내에게서 딸 9명을 두었고 둘째 아내에게서 아들 하나를 낳았지만, 이 아들이 다리에 장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공자의 아버지는 평소에도 번듯한 아들 하나를 두고 싶은 바람으로 나이 일흔이 다 되어서 겨우 십 대 후반의 어린 나이였던 안징재(安徵再)를 세 번째 아내로 맞아 공자를 낳았다. 이때 공자는 버젓이 출산 간호를 받으며 태어난 것이 아니라 급하게 찾아 들어간 동굴에서 태어나야만 했다. 나중에 이 동굴을 선생님이라는 뜻의 부자(夫子) 즉 공자가 태어난 동굴[洞]이라고 해서 부자동(夫子洞)이라고 부른다.

공자 3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자 공자와 어머니가 따로 나와서 살았던 것을 보면, 애초부터 공자의 집안에서는 공자의 출생이나 그의 어머니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공자가 17세 때 어머니까지 돌아가자 공자는 창고지기도 하고 목동 일을 하는 등 빈천한 삶을 살아야 했다.

공자가 태어났다고 알려진 곡부(曲阜) 부근 니산(尼山)에 있는 동굴이다. 선생님이라는 뜻의 부자(夫子) 즉 공자가 태어난 동굴[洞]이라고 해서 부자동(夫子洞)이라고 부른다.<사진제공=문승용 박사>

공자는 19세 때 기관(亓官)씨 집안의 딸과 결혼을 해 다음 해에 외아들 공리(孔鯉)를 두었지만, 공자와 아내 사이는 그다지 원만하지 않았다. 예기(禮記)와 공자의 삶을 기록한 공자가어(孔子家語)에는 공자가 그의 아내를 내쫓았다고 기재돼 있다. 이것을 두고 ‘공자출처(孔子出妻)’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게다가 공자의 하나뿐인 아들이 공자보다 먼저 죽었고, 그의 며느리는 다른 남자에게 출가했다고 한다. 뒷날 공자의 손자로서 중용(中庸)의 저자인 자사(子思) 역시 그의 아내를 내쫓았다. 이것을 공씨 집안이 3대에 걸쳐서 아내를 내쫓았다고 해서 ‘공씨삼대출처(孔氏三代出妻)’라고 한다. 후대의 학자들은 공씨 집안에서 이러한 일들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두고 논쟁이 분분하기는 하다.

공자의 평범하지 않은 출생에서부터 그와 아들, 손자 대에 이르기까지 아내를 내쫓은 것 등을 보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공자의 결혼생활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 그의 집안 내력이 평탄치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자가 논어 위정(爲政)편에서 이상적인 정치를 논하면서, 서경(書經)에서 “효(孝)로구나, 효도하며 형제끼리 우애로운 것을 정사에 베푼다(孝乎惟孝, 友于兄弟, 施於有政)”라고 한 구절을 인용,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로운 것처럼 정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아마도 공자가 화목한 가정을 꾸려 보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역설적으로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만약에 공자와 같은 가족 이력을 가진 정치인이 현실정치에 뛰어든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과연 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