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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대기업 CVC 규제 완화, 신중한 접근 필요하다
자본 유입이 아닌 ‘공정한 생태계 설계’가 먼저
- 기사입력2025-10-14 15:1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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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대기업의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설립·운영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10일 열린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서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규정을 풀어달라는 제언이 나오면서 논의가 본격화되는 모양이다. 대기업이 자금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혁신 기업에 직접 투자할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기회이지만, 자칫 혁신 생태계의 사유화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것이다.
CVC는 대기업이 자회사 형태로 벤처캐피털을 설립해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조직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의 CVC 설립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 재벌 기업의 사금고화, 내부거래, 부당지원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대기업 CVC가 혁신 생태계의 주요 자금 공급자로 자리 잡고 있다. 구글의 ‘GV(Google Ventures)’, 인텔의 ‘Intel Capital’, 삼성전자의 ‘Samsung Next’ 등은 대기업 CVC가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에서도 대기업의 자본으로 혁신 투자를 유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규제 완화 요구의 명분이다.
그러나 CVC 규제 완화의 부작용은 오랫동안 지적돼왔다. 대기업 CVC가 투자 명목으로 동일 그룹 내 계열사 또는 오너 일가 지분이 있는 기업에 자금을 우회 지원하는 등 계열사 편법 지원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CVC의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오너 일가가 간접적으로 개입할 경우 스타트업 투자 결정이 혁신성보다는 오너의 이해관계에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기업 CVC가 투자한 스타트업은 안정적 자금과 네트워크를 얻지만, 반대로 기술·거래·지분 구조에서 독립성을 상실할 위험이 커진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와 함께 한국처럼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에서 투자 이후 지분 의존, 기술 흡수, 인력 유출 등 종속형 관계가 형성되면 스타트업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위태로워진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면, 대기업의 자본이 진정한 혁신금융으로 작동하기 위한 장치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 CVC가 스타트업의 기술을 ‘선점’하거나 ‘흡수’하지 못하도록 기술·지분 거래에 대한 감시체계를 촘촘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스타트업의 협상력을 강화해 대기업 중심이 아닌 협력형 투자 구조가 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해야 한다.
혁신을 촉진하려던 규제 완화가 불공정의 크기를 키우는 일이 없도록, 성급한 자본의 투입이 아닌 공정한 생태계 설계에서 출발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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