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시대…어디서 어떻게 일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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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위드코로나 시대…어디서 어떻게 일해야 할까 업무형태 지각변동…코로나가 앞당긴 변화 속도, 사회적 논의 필요

기사입력2022-04-21 00:00

코로나19를 겪으며 직장 근무형태도 크게 달라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2019년 9.5만명(전체취업자 대비 0.3%)이었던 재택근무 이용자는 2021년 114만명(4.2%)으로 12배 가량 증가했다. 재택근무 외에도 탄력근무제, 시차출퇴근제, 선택시간근로제, 원격근무제, 근로시간 단축근무제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회사도 크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유연근무제 활용 인원은 2019년 8월 221만5000여명이었지만, 2020년 8월에는 289만8000여명, 2021년 8월에는 353만4000여명으로 급증했다.

그런데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위드코로나’ 시대로 접어들자, 이제는 사무실 근무 복귀를 고민하는 시점이 됐다. 정부의 방역조치도 완화됐고, 코로나19에 확진되었다가 완치된 직원들도 늘어났으므로,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재택근무를 지속할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포스코 그룹은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전 직원 사무실 복귀를 실시했다. 단 임산부와 기저질환자, 검사결과 대기자는 재택근무를 지속한다.

위드코로나 시대이지만, 직원들에게 사무실로 돌아오라고 하는 것은 마냥 쉽지 않다. 최근 네이버는 본사 옆에 제2사옥을 완공했는데, 본사 직원 47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부분의 직원들이 주5일 재택근무(41.7%)나 하이브리드 근무(52.2%)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5일 사무실 출근이 최적의 근무방식이라고 답한 직원은 2.1%에 불과했다. 사옥을 지었음에도 직원들이 출근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네이버뿐만 아니라 전세계 기업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이유는=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는다고 꼭 생산성이 높아지거나 열심히 일하는 것은 아니며, 다른 직원들로 인해 업무에 방해를 받을 때도 있다. 특히 창의적인 업무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이럴 경우 재택근무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둘째, 재택근무를 하면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통근시간이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우리나라의 평균 통근시간은 58분으로, 이는 2위인 일본과 터키보다 18분이나 더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거리 통근은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이런 이유로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이 시간을 아껴서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셋째는 워라밸이다. 시공간의 자율을 바탕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재택근무는 어린 자녀를 둔 직원들이 육아를 병행하기에 유리하다.

넷째는 재택근무 시 업무성과를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에 있으면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개인적인 친분 등 업무성과를 평가하는데 있어 정치적 요소를 배제하기 어려운데, 재택근무를 시행할 경우 결과물로만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업무방식은 변화하고 있었다. 코로나19는 단지 변화의 속도를 앞당겼을 뿐이다. 향후 우리 사회에서 ‘어디서 일할 것인지’와 ‘어떻게 일할 것인지’를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반대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직장인들도 있다. 첫째, 업무 효율 때문이다. 업무에 필요한 자료도 회사에 있고, 협업이 필요한 경우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사내 보안 문제다. 보안상 회사에서만 접근 가능한 정보와 자료가 있는데, 재택근무 때문에 외부에서 접속하도록 할 경우 정보 유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셋째,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데 오히려 사무실 근무가 낫다는 사람들도 있다. 집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인데, 집에서 일할 경우엔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해 더욱 피로하다는 의견이다. 집에 서재가 있고 업무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면 재택근무가 좋을 수 있지만, 주거공간이 그렇지 못하거나 다른 가족들과 함께 살 경우엔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넷째는 직원교육 측면이다. 숙련된 직원은 재택근무가 편하지만, 아직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신입사원의 경우 사수가 면대면으로 이끌어 줄 때 업무에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사무실에서 생활하면 직장 내 에티켓과 인간관계, 업무 노하우 등을 익히기 보다 수월하다. 최근 일부 기업에서는 직원을 채용하고 초반에는 사무실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다가 이후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 때문?…미래 업무환경 바뀌고 있다=다양한 근무형태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는 이유는 일에 대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코로나19만이 영향을 주었다면 위드코로나 시점에 사무실 복귀에 의문이 들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업무방식은 변화하고 있었고, 일을 하는 직원들의 가치도 달라지고 있었다. 코로나19는 단지 변화의 속도를 앞당겼을 뿐이다.

먼저 직장을 다니는 직원들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면, 평생직장의 개념이 무너진 요즘 회사에 충성하는 직원의 비율은 크게 줄어들었다. 이제는 회사에서 구성원 개인의 행복과 자유,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직원은 제대로 일하는지 감시를 받거나 수직적으로 시키는 대로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업무방식을 결정해서 성과를 올리고 성장하기를 원하는 자율적인 존재다. 좋은 인재를 붙잡아 놓으려면 재택근무와 같은 옵션은 물론, 정확한 성과를 측정해 피드백을 제공하고, 번아웃 등 이상 신호를 적시에 파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회사 구성원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퇴사를 막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유연근무와 재택근무에 익숙해졌고, 유연근무를 지원하지 않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복지가 부족한 곳이라고 인식하게 됐다. 실업자는 많지만 원하는 인재를 뽑기는 어려워진 ‘미스매칭’ 시대가 온 지 오래다. 이것이 기업에서 고민하는 이유다. 업종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다시 주5일 출근으로 돌아가기가 마냥 쉽지 않다.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의 경우, 원격근무와 같은 옵션을 내세워 인재를 끌어들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지역에 공유오피스를 마련하고, 직원들이 공유오피스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를 하는 회사도 있다. 공유오피스란 하나의 건물을 여러 개의 작은 공간으로 나눠 입주자에게 사무공간을 임대하는 것이다. 개인 업무를 위한 전용공간 외에 회의실, 라운지, 바 등의 공용공간은 다른 입주자들과 공유한다. 입주한 사업자 간의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공유오피스 제도는 집과 사무실이 멀거나, 외근이 많은 직장인에게 도움이 된다.

◇출퇴근이 사회 전방위적 변화 일으킨다=재택근무는 단순히 근무형태의 변화로만 그치는 것이 아닌, 우리 경제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재택근무자 비율이 높아지면 직장인을 상대로 영업하던 식당, 상점, 주점 등 자영업자들도 영향을 받는다. 최근에는 직방과 같이 코로나19가 끝나도 원격근무를 유지한다는 기업들도 있는데, 향후 이러한 기업들이 크게 늘어난다면 부동산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재택근무와 원격근무가 교통체증 문제를 소폭이나마 해소할 것인지도 지켜볼 일이다.

한편, 업무 특성에 따라 출퇴근을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제조업, 택배를 비롯한 물류업, 건설업, 의료업, 운수업 등에 종사할 경우에는 재택근무가 불가능하다. IT, 금융, 교육, 콘텐츠 분야 직종에서 재택근무를 시행해도 별 지장이 없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감염에 노출될 위험은 더욱 큰 것이다. 이처럼 업종에 따른 차이를 고려하고, 정책적으로 어떻게 이들을 보호하고 양극화를 줄일 것인지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어디서 일할 것인지’와 ‘어떻게 일할 것인지’를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경영진도, 직원도, 다양한 업종의 종사자들도 보다 만족할 수 있는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소통과 함께 다양한 실험이 필요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