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제…필요한데 미뤄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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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일회용컵 보증금제…필요한데 미뤄진 이유는 빈용기 보증금 제도처럼 비용과 불편은 소상공인이 떠안아

기사입력2022-06-03 11:5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10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는 올해 12월1일까지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당초 10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는 올해 12월1일까지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를 견뎌온 중소상공인에게 회복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유예기간을 두기로 한 것이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전국 주요 커피판매점, 패스트푸드점 등을 대상으로 제품가격에 일회용 컵 1개당 300원의 자원순환보증금을 부과하고, 소비자가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 컵 사용량은 2007년 약 4억2000개에서 2018년 25억개로 증가했다. 일회용 컵 회수율은 2018년 기준 5%에 불과하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는 재활용이 가능한 컵이 길거리 쓰레기로 방치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온실가스를 66% 이상 줄이고, 연간 445억원 이상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는 정책이다.

그러나 소비자로부터 보증금을 받는 것도, 가져온 일회용 컵의 보증금을 돌려주는 일도 모두 자영업자가 맡아서 하게 되다 보니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당사자들은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소상공인에게만 환경비용을 일방적으로 전가한 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일회용 컵을 받고 보증금을 반환해줘야 하는 상점들은 보증금 반환에 따른 직간접적 비용을 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를 겪으며 근무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인력 비용까지 추가로 발생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다른 가게에서 판매한 음료의 빈 컵을 받아줘야 하는 데다 현금거래가 드문 요즘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동전까지 준비해둬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시행도 되기 전에 뒷걸음질 치는 제도가 됐다. 이처럼 준비되지 않은 채 시행돼 불편함과 처리비용을 소상공인이 부담하고 있는 또 다른 사례는 빈용기 보증금 제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병류 제품을 보증금이 포함된 가격으로 판매한 후 빈병을 반환하면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제도다. 소비자는 병류 제품을 판매하는 모든 유통소매점에서 빈병을 가져가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적은 인력으로 운영되는 동네편의점이나 동네슈퍼에서 빈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점이다. 동네 노인들이 빈병을 모아 가져오거나, 대형마트에서 주류를 사고 공병은 동네마트나 편의점으로 가져오는 사례가 많다보니, 판매한 주류보다 수거되는 빈병이 많다. 대부분 협소한 공간에서 1~2명으로 운영되는 동네슈퍼나 편의점은 공병을 쌓아둘 곳이 마땅치 않고, 빈병 보증금 반환과 정리에도 인력이 필요하다. 동네마트들은 안 그래도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면서 어려운 상황인데 들어오는 빈병만 늘었다고 하소연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에는 지역별로 공병회수기를 설치해달라는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나, 빈용기 보증금 제도 등은 자원순환과 환경영향을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다. 따라서 빨리 시행하고 정착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 제도가 효과적으로 시행되기 위해 충분한 준비가 마련돼 있는지 보다 세밀한 검토와 준비가 있어야 한다. 제도 시행까지 다시 6개월의 시간이 남은 만큼, 현장에서 혼란과 불편을 최소화할 제도적 장치를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