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드는 한국…슬리포노믹스 부상 눈에 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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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잠 못드는 한국…슬리포노믹스 부상 눈에 띄네 기능성 베개·마사지 기기 등 슬립테크 고부가가치 산업 기대

기사입력2022-07-06 11:00

정기영 기자 (sksmsskl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소설 ‘개미’ 등 다수의 스테디셀러 소설을 집필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소설 ‘잠’에서 이렇게 기술한다. “잠의 세계는 우리가 탐험해야 할 신대륙이에요. 캐내서 쓸 수 있는 소중한 보물이 가득 들어 있는 평행세계죠. 앞으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단잠 자는 법을 가르치는 날이 올 거예요. 대학에서 꿈꾸는 방법을 가르치게 될 거예요.”

한때 물을 사 마시는 걸 상상할 수 없던 때가 있었다. 80년대 냉장고 문을 열면 어머니가 끓여놓은 보리차와 결명자차가 놓여 있던 자리는 90년대 이후 생수로 빠르게 대체됐고, 정수기를 통해 물까지 렌탈해서 마시는 시대가 됐다. 생각건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예상처럼 미래에는 학교에서 잠을 자는 법을 배우는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까?

◇불면증에 걸린 한국=우리나라의 수면시간이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특히 10~30대 불면증 환자 수가 지속해 증가하고 있어 문제다. 이들은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잠을 포기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잘 것 다 자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불면증을 부추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수면의 질 및 수면용품’ 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소 수면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4명(41.4%)은 늘 수면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20대(2020년 50.0% → 2022년 63.2%)와 30대(2020년 57.8% → 2022년 66.8%)에서 수면시간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50.0%), 잠들기 전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거나(41.1%), 자더라도 깊게 잠들지 못한다(41.0%)는 응답이 많았다. 숙면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스트레스(45.5%, 중복응답)다. 그 다음으로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28.8%), 경제적 문제 등의 현실적 고민(27.3%)으로 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진로 및 취업 문제(22.9%), 경력이나 이직에 대한 고민(22.7%), 커피 등 고카페인 음료 섭취(21.5%) 등도 숙면에 방해가 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현대인이 겪고 있는 숙면 관련 문제는 스트레스나 개인적인 고민 등의 이유(47.9%)도 있지만, 경쟁이나 취업 문제 등 사회 구조적인 원인(42.4%)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었다.

스트레스,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 경제적 문제 등으로 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많다. 금액을 지불하고서라도 수면의 질을 개선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 같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관련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한편,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6명(57.3%, 동의율)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잠을 포기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잠자는 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자기계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52.8%), 잘 것 다 자고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며(44.0%), 요즘 같은 시대엔 성공을 위해 잠을 줄여야 한다(34.0%)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숙면 보조제품 중에선 암막 커튼(66.0%, 중복응답)과 기능성 베개(64.9%), 매트리스(62.7%) 등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었다. 향초·디퓨저(47.1%), 허브차(44.5%), 요가 등의 수련활동(44.2%)에 대한 관심도 확인해볼 수 있었으나, 아무래도 수면환경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침구·웨어’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또한 최근 수면 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면보조제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오남용의 우려가 있다(71.3%), 한 번 먹으면 계속 먹어야 할 것 같다(66.3%), 아무래도 몸에 좋지 않을 것 같다(54.0%) 등의 부정 인식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또한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수면보조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44.8%, 동의율)는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금액을 지불하고서라도 수면의 질을 개선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 같다는 인식(20대 72.0%, 30대 73.2%, 40대 68.8%, 50대 74.8%)도 확인해볼 수 있었는데, 이에 따라 수면 질 개선을 위한 비용 투자의 확대와 함께 관련 시장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해볼 수 있었다.

◇수면 체험, 꿀잠 대회=슬리포노믹스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는 현대인이 숙면을 위해 많은 돈을 지출하기 시작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관련 산업을 가리키는 용어다.

세라젬, 코웨이 등 꿀잠을 체험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도 인기다. 지난 4월 세라젬은 시그니처 웰카페 ‘메타포레스트’를 오픈했다. 메타포레스트는 ‘가상의 숲’을 모티브로 방문객들이 시각과 후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숲의 기억을 떠올리며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지난 5월 메타포레스트의 하루 평균 체험객도 100명을 넘었다고 한다. 높아진 방문객만큼 전체 계약에서 웰카페 직영점을 통한 계약 건수 비중도 높아졌다.

코웨이는 작년 12월 팝업스토어 ‘슬립케어 잠’을 오픈했다. 슬립케어 잠에서는 스프링, 메모리폼 등 개인별로 선호하는 매트리스 소재와 경도, 사이즈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독립 체험존에서는 30분간 수면 체험도 한다. 6개월 만에 2000명 이상이 다녀갔다고 한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유한킴벌리 숲속 꿀잠대회는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의 일환으로 열리고 있다. 잦은 야근,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미래 고민 등으로 늘 잠이 부족하고 스스로를 돌보기 어려웠던 현대인들이 도심 속 숲에서 힐링하고 위로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이색대회로 자리잡고 있다. 가장 편안하게 숙면을 취한 베스트 꿀잠러에게는 50만원의 여행지원금이 2등에게는 25만원의 여행지원금이 제공되며, 이 밖에도 개성있는 패션을 뽐낸 베스트드레서와 숲속 그린벨 퀴즈 우승자 등을 위한 다양한 선물이 제공된다. 참가자는 미밴드를 착용하고 잠자리에 들며, 수면 중 자동 측정되는 심박수를 통해 베스트 꿀잠러를 선정한다.

2020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의 ‘경기도 신산업 등장 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내 수면기업은 4397개에 달하며 가구·섬유기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첨단기술을 접목·활용한 기능성 베개, 마사지 기기 등 슬립테크 기업도 다수 생성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수의 기업이 2000년대 이후 설립됐으며, 41%는 벤처·이노비즈 인증을 받았다. 기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내 건강보조기구산업체의 93.7%가 중소기업이다.

지난 2020년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전국 최초로 5억원을 투자해 수면산업을 육성하기로 하고, 이른바 ‘슬립테크(Sleep+Technology, 숙면을 돕기 위한 첨단 기술·아이디어)’라는 새로운 시장의 창출과 활성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4800억원에 불과했던 수면시장은 2019년 3조원대로 무려 6배 이상 커졌다. 얼마 전까지 침대, 매트리스 등 단순 가구산업 중심의 수면산업은 첨단기술을 접목한 슬립테크로 발전하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기대를 모은다. 중기이코노미 정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