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상인 불안…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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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중소상인 불안…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란 사회공론 과정 거쳤는데, 법 개정해 대형마트 편 들겠다는 것인가

기사입력2023-01-16 15:3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해 8월24일 범시민사회단체 등이 개최한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 폐지 저지를 위한 노동·시민사회·진보정당 공동행동 발족 기자회견. <사진=서비스연맹>

“이번 설엔 대목 보기 힘들거라고 다들 그래요. 그래도 설이니 준비를 안할 수도 없어 준비는 하겠지만, 준비한 물건 안팔리면 진짜 끝이라는 불안감이 어느때보다 커요.”

전통시장에서 수십년 두부장사를 해온 한 상인의 이야기다. 최근 한 중소상인 행사 후 삼삼오오 모인 상인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데다, 온라인과 대형마트로 쏠리는 소비자의 발길을 잡을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통시장 뿐만 아니라 골목상권의 슈퍼마켓도 적자 매장들이 늘고 있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대형마트 의무휴일을 평일로 변경한 대구시와 현 정부의 정책 이야기로 흘러갔다. 최근 대구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기 위해 전통시장, 유통업체 관계자 등과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따라 다음 달부터 대구시의 대형마트들은 일요일이 아닌 월요일로 의무휴업을 전환한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초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국민제안 TOP10으로 선정해 추진하다, 불투명한 선정방식에 대한 논란과 어뷰징을 이유로 무효화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말 ‘대·중소유통 상생 발전을 위한 협약’을 맺고, 의무휴업과 온라인 배송 제한을 규정한 유통산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는 2000년 초반 전국에 대형마트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24시간, 365일 영업을 하며 지역 전통시장과 중소상인의 피해가 증가하고 종사자들의 건강권 문제가 사회이슈로 부각되면서 유통산업법 개정으로 시행됐다.

제도 시행후 10여년이 지난 지금, 현 정부와 대형 유통기업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근거로 제시한 2021년 전경련의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조사를 보면, 소비자들의 8.3%만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에서 생필품을 구입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설문조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슈퍼마켓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37.6%, 편의점 11.3%, 온라인 구매가 14.7%로 나타났다. 대형마트로 쏠리는 소비자들이 골목상권과 온라인으로 자연스럽게 나눠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언론에는 전통시장을 찾는 비율이 낮음을 부각시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주장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 강화와 온라인 유통 증가에 따른 대형마트에 대한 형평성을 거론한다. 그러나 대형마트가 쉬는 한달의 두번 일요일에 소비자가 찾을 수 있는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 또한 대형마트들은 온라인쇼핑 법인을 통해 이미 24시간 365일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중소유통 상생 발전을 위한 협약’이라는 타이틀로 유통산업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과연 상생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이 골목상권 매출마저 독식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부가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은 대기업 편들어주기가 아닌 대기업 종사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리고 쪼그라든 매출에 하루하루 폐업을 고민하고 있는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의 고충을 들어주고, 대기업이 골목상권과 진정한 상생을 할 수 있도록 공정한 질서를 만들어 주는 일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