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음식? MZ세대 입맛 사로잡은 떡·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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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할머니 음식? MZ세대 입맛 사로잡은 떡·한과 ‘전통 디저트’ 이미지 메이킹 10년 만에 최신 트렌드로 급부상

기사입력2023-03-27 00:00

최근 ‘할매니얼’ 취향이 MZ세대 사이에서 뜨겁게 떠오르고 있다. 할매니얼이란, 할머니들이 먹고 입을 법한 음식과 패션 취향을 가진 MZ세대를 일컫는다. 몇 년 전부터 불어 닥친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어르신 감성’의 트렌드가 산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식품업계에 부는 할매니얼 바람이 뜨겁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하나를 먹어도 건강하고, 든든하게’라는 인식이 퍼져 떡류와 한과류의 인기가 상승한 것이다. 더불어 젊은 층의 감성을 간파한 다양한 종류의 식재료와 데코레이션은 젊은 층에 새로운 음식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요즘 길거리에 전통 음료와 디저트를 파는 카페가 눈에 띄게 늘어난 이유다.

‘전통 디저트’의 역습…떡·한과류가 줄어든 쌀 소비량 끌어올려

최근 각종 통계를 살펴보면, 외식문화가 발달하면서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가정은 점차 줄고 있다. 하지만, 쌀을 이용한 식품류의 종류는 다양해지고 있고, 이런 식품류를 찾는 소비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우리 대표 전통식품인 떡과 한과류의 인기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1인당 연간 양곡(쌀+기타 양곡) 소비량은 전년대비 0.5% 감소했다. 이런 감소세는 지난 1982년 이후 지속해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30년 전인 1992년과 비교해보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식료품 및 음료 등 제조업 부문의 쌀 소비량은 전년대비 1.7% 증가했다. 이중 쌀 소비량을 이끈 주요 품목은 떡류였다.

이 같은 떡·한과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경쟁력은 꽤 매섭다. 과거 떡이나 한과는 각종 제례나 전통행사 등에 올려놓는 한국 고유의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혹은 부모 이상의 세대가 간식으로 즐겨 먹는 전통과자라는 인식이 전부였다. 여기에 해외에서 들여온 디저트에 밀려 젊은 세대에게는 그저 추억의 전통음식으로 사라질뻔한 위치에 있었다. 그랬던 떡류가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한 지 약 10년 만에 주류 디저트로 올라선 것이다.

이는 거리에 늘어선 각종 떡 카페의 수만 봐도 알 수 있다. 10여년 전 떡집 관련 가맹사업이 늘면서 예전보다 세련된 외관과 인테리어를 장착한 퓨전 떡집이 늘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 급상승했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떡·한과 가맹점 수는 1만3000개 이상으로 디저트 매장 중 비중이 44%로 가장 높다. 가맹점 증가율 역시 지속해서 늘어 최근 4년간 떡·한과 가맹점 수는 15% 증가했다.

매출 역시 수직 상승이다. KB국민카드가 최근 4년간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의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 트렌드 추이를 분석한 결과, 작년 떡과 한과의 매출액 증가율이 2019년보다 66% 급증했다. 이는 그동안 꾸준히 성장해왔던 다른 디저트류와 비교해봤을 때 월등히 높은 수치다. 커피전문점의 매출이 2019년 대비 작년에 29% 올랐고, 아이스크림이 36%, 케이크가 7% 오른 것에 비하면 떡·한과류가 디저트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셈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떡류와 한과류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감성을 간파한 다양한 종류의 식재료와 데코레이션은 젊은 층에 새로운 음식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나눔의 음식→고급 간식…시대적 흐름 따른 ‘변화’가 인기 요인

전문가들은 전통 디저트류가 시장에서 입지를 키워갈 수 있던 주된 요인은 ‘변화’에 있다고 말했다.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퓨전 콘셉트로 떡과 한과가 주던 ‘옛 추억’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했고, 소재와 판매방식에도 신경 써 다양화를 꾀한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한국떡류식품가공협회 이형국 사무총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영업자가 가진 상품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과 콘셉트가 많이 달라졌다”며, “이에 따라 젊은 세대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주로 동네잔치나 이사, 개업과 같은 행사에 떡이 사용됐고, 그마저도 접시에 담아 나눔의 음식으로서 역할을 해왔을 뿐이었지만, 최근 들어 달라졌다”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증가했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의 교류를 더 즐기는 추세다. 이런 흐름에 맞춰 떡도 개별포장과 소포장 형태로 출시하고 있고, 배달이나 택배가 가능해지면서 요즘 소비자 니즈에도 들어맞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떡 소비 할성화의 또 다른 요인으로 맛의 다양화와 간편성을 원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부응하고 있다는 점도 꼽았다. 이 사무총장은 “다양한 원재료와 부재료로 바나나 설기, 커피 설기, 블루베리 찰떡, 딸기찹쌀떡, 여러 견과류를 넣은 찰떡 등 떡의 종류가 다양해졌고, 영양학적인 측면에서도 균형 있게 갖춰진 떡들을 소량으로 판매하다 보니 휴대용·식사 대용으로 음료와 같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A씨는 이런 이유로 떡을 즐겨 먹는다고 했다. 그는 “한 입 베어 물면 터지는 크림치즈가 쫀득한 식감과 조화를 이뤄 중독성 있다”며, “케이크나 아이스크림 등 다른 디저트류에 비해 더 건강한 느낌도 들어 한 끼 식사로 충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통 디저트류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가 사실상 종식되면서 각종 행사가 재개되고 있고, 개인별 소비도 활성화됨에 따라 국가자격증인 떡 제조기능사를 취득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K-푸드를 향한 관심과 인기로 인해 떡·한과류에 대한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2년도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전년보다 5.3% 증가한 약 120억 달러를 달성했다. 그중 농식품 분야에서 쌀 가공식품 수출액은 10.1% 올라 라면(13.5%)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에서 전년대비 28.2%, 유럽연합(EU)에서 19.6% 늘었는데 즉석밥, 떡볶이, 각종 찹쌀떡류 등의 인기가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찹쌀떡류는 전통소재인 단팥부터 초콜릿, 치즈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평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중·장년층부터 MZ세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전통 디저트류를 찾고 있지만, 그만큼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니즈를 맞춰야만 장기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온·오프라인에 입점한 전통 디저트 매장이 급증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소비자의 입맛과 취향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원료의 고품질, 제조방식의 차별화와 함께 가격의 장점까지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